풀어쓰는 체질한의학(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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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체질한의학(5)
  • 승인 2004.04.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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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기학은 한의학의 分枝나 異端이 아니다

길 경 주(서울 복음한의원장)

제3장 運氣學

1. 運氣學이란 무엇인가?

운기학이란 간략하게 말한다면 五運과 六氣의 변화에 따라서 인체에 일어나는 生理 病理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五運이란 우주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五行의 힘이 만물에 작용하는 영향력을 말하며, 六氣란 지상에서 작용하는 五行의 힘을 말한다. 그러므로 五行이나 五運이나 六氣가 근원적으로는 동일한 五行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운기학의 기원도 內經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 內經의 素問 81편 중에서 運氣에 관한 것만 9편이나 되어 한의학의 기초이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한의학은 이 運氣學의 체계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黃帝 자신도 신하인 岐伯에게 再拜를 하며, 목욕제계한 후에야 읽겠다고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한의사로서는 꼭 알아야 할 기초이론이기에 六節 臟象論에도 “不知年之所加 氣之盛衰 虛實之所起 不可以爲工矣”라고 하여 運氣를 모르면 氣의 盛衰를 알 수 없고 虛와 實을 알지 못하게 되므로 韓醫師가 될 자격이 없다고 크게 경고하고 있다.

醫學入門 運氣篇에도 “儒之道 博約已矣, 醫之道 運氣已矣”라고 하여 한의학 자체가 運氣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기학을 한의학의 한 分枝로 생각하거나 심지어 한의학의 異端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2. 현대 運氣學의 오류점은 무엇인가?

현대 운기학의 오류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그 범위부터 밝혀야겠다. 현대 운기학이란 內經 運氣篇을 제외하고 그 이후에 기록된 모든 運氣學說을 총칭하여 말한 것이다.

위에서 잠시 고찰해 본 바와 같이 한의학의 기초이론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운기학설이 극히 일부 한의사들에 의하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 잘못 응용되어지고 있고 거의 死藏된 학문이 되고 말았으니 어찌된 것일까?

한의학은 유구한 역사와 경험의 바탕 위에서 점진적으로 발전되어 왔지만 그 반면에 오랜 세월이 흘러오는 과정에서 왜곡되어 변질된 學說과, 오히려 퇴보되어진 부분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運氣學說이 가장 심하다. 이제부터 현대 運氣理論 중에서 오류점을 한 가지씩 지적해 보겠다.

1) 入胎日을 기준한 體質 鑑別說

出生 日의 日辰을 보아 易學的으로 계산한 임신기간(246일부터 306일까지)을 소급하여 入胎日을 산출한 후, 入胎日 당시의 運氣로 체질을 감별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누구의 학설인지는 몰라도 잘못된 이론이다. 內經 運氣 9편 중 그 어디에도 入胎日을 찾아볼 수 없고, 더욱 入胎日 계산 방법은 그 근거도 찾을 수 없는 잘못된 것이다. 入胎된 후, 해산할 때까지는 母體의 運氣 영역 내에 있게 되기 때문이다.

2) 太過, 不及 年, 大寒 前, 後 十 三日 說

太過年을 先天이라 하여 大寒 前 13일부터 그 해의 運氣를 계산하며, 不及年을 後天이라 하여 大寒 後 13일부터 그 해의 運氣를 계산한다는 것인데 그 기원은 알 수 없으나 醫學入門 運氣總論 중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도 잘못된 이론이다. 만약 그렇게 계산한다면 太過年은 年初에 13일 일찍 시작되고, 다음 해는 不及年이 오게되니 年末에 또 13일 늦게 되어 26일이 길어지게 된다.

이것에 관한 素問 六元正紀大論의 기록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故常以正月朔日 平旦視之 觀其位而其所在矣 運有餘 其至先 運不及 其至後 此天之道 氣之常也 運非有餘 非不足 是謂正歲 其至當其時也”

原文에 보면 先天 後天 이란 每 年 正月 초하루 平旦(寅時)에 天文의 그 위치를 관찰하여 太過年은 寅時 前에 들어오고 不及年은 寅時 後에 들어오며 平氣年은 正歲라고 하며 寅時 正刻에 들어온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先天 後天은 아침 寅時를 기준으로 시간적인 차이를 뜻하는 것이지 13일 先, 後는 아니다. 또 六節 臟象論에도 “未至而至 此謂太過… 至而不至 此謂不及… 所謂求其至者 其至之時也”라고 하여 氣가 들어오는 時를 말하고 있다. 13일 前, 後 說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六元正紀大論에 보면 太過年과 不及年은 전, 후 약 30일의 차이가 난다고 했는데 이것은 “此候之常也” 즉 기후의 차이가 난다는 뜻이지 五運과 六氣의 相交日까지 13일 前, 後로 한다는 것이 아니다.
太過年이든 不及年이든 그 해의 大寒日로부터 다음해의 大寒日 前까지 그 해의 運氣가 작용하는 것이다.

3) 運氣體質 감별의 오류

근래의 運氣學 서적들을 보면 대부분 客運 客氣로써 그 사람의 臟腑를 결정해 놓고 某臟 某腑 체질이라 하였는데 이것은 큰 오류다. 운기중에는 하늘의 五星의 별빛에까지 영향을 주는 大 變化가 있고, 6개월간 작용하는 것도 있고, 또 2개월~5일간 작용하는 小 變化의 運氣도 있는데, 그런 小 變化로 臟腑 體質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더구나 客運은 太, 少, 太, 少… 로 강, 약이 교차되어 있는데 어떻게 약한 臟에 해당할 때도 그 약한 臟으로 체질이 결정되니, 이것이 가장 큰 오류인 것이다.

4) 運氣에 대한 인식의 착오

오늘날의 많은 韓醫師들이 運氣를 氣候와 같이 생각하고 연구해보다가 실제와 맞지 않으니까 실패하거나 포기한다.

물론 運氣 중에서 主運과 主氣는 기후를 나타내고 있지만, 매년 반복되고 있는 主運과 主氣는 별로 큰 영향이 없는 것이다. 기후의 변동은 아무리 심하여도 지구의 한쪽 구석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氣立之物인 植物類에는 生死存亡의 큰 영향을 주지만 神氣之物인 人體의 體質形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예를 들어보면 氣立之物인 추운 지방의 식물을 열대지방에 옮겨 심거나 열대지방의 것을 추운 곳에 옮겨 심는다면 곧 뜨거운 햇볕에 시들어 죽거나, 찬바람에 얼어죽게 되지만, 神氣之物인 사람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自求策을 써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運氣學은 기후 관계를 취급하는 학문이 아니다. 하늘의 별빛의 光度에 영향을 주며 인체의 五臟 六腑 기능에까지 강력하게 작용하는 五行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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