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11] 공간별 세부계획(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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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11] 공간별 세부계획(下)
  • 승인 2004.05.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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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인간화

모든 건축물은 합리적 목적성을 갖고 지어집니다. 건축가들은 인간에게 편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 속에 거주하는 인간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는지 여부로 작업을 평가해 왔습니다.

건축물이 갖는 그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행동패턴 및 인체치수를 연구하게 되었고, 대개의 건축물은 인체치수를 반영하여 지어졌습니다. 건축에도 인체공학적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인간에게 편한 공간과 가구가 만들어졌고, 인체치수를 형상화한 것이 곧 건축물이 되고 가구가 되었습니다.

건축학의 이러한 발전과정은 공간을 인식하는 인간의 행동패턴을 가지고 건축물의 내용을 결정하였고, 그러한 관점에서 환경심리학과 공간심리학 등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교훈적인 사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지각과 인식이 공간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교훈은 건축학에 심리학을 도입하게 만든 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954년 미 연방정부는 주택사업 일환으로 11층 짜리 고층건물 43개 동에 2천7백여 가구가 사는 큰 단지로 건설했습니다. 이른바 프루이트 이고우(Pruitt-Igoe) 아파트단지는 집단주거단지의 성공으로 찬사와 기대를 받았지만, 20년이 못되어 슬럼화되었고 1972년 주 정부 철수계획으로 건물들을 폭파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그렇게 기능적으로 훌륭한 아파트가 약탈과 방화 그리고 범죄의 소굴로 변해버렸을까? 아파트의 모든 공간은 철저히 기능적으로 설계되었고, 낙서를 쉽게 닦아낼 수 있도록 벽에는 온통 타일을 붙이고, 전등과 라디에이터는 도난방지를 위해 천장과 벽에 영구적으로 부착시켰는데도 말입니다.

환경심리학자와 도시공간연구자들이 평가 보고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아파트단지에는 거주민들이 서로가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저 많은 세대를 수용하는 고층건물을 짓기에 급급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거주민들로 하여금 그곳을 자신의 영토로 느끼게 하는 공간 조건들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외부인 누구나 마음대로 출입하고 기웃거릴 수 있고, 좁고 길게 설계된 복도는 자기 것으로 느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도 없는 공간 조건이었습니다.

기능과 효율성의 이상만을 추구하던 모더니즘 공간계획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남은 프루이트 이고우 아파트단지는 건축학에 심리학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감성척도는 공간설계에 중요한 영역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감성척도론

공간환경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갖고 있는 공간행동의 원리 그리고 환경과 인간행동 사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물리적인 환경에 단순히 적응만 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또 다른 심리적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인간공학의 치수 가운데 감성치수에 초점을 맞춰 각 실(室)의 척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감성이란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작용이 기분이나 감정 등으로 표현되는 행동양식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감각을 매개로 해서 주위 대상과 교감을 이룹니다. 인간과 환경 그리고 인간과 공간에 대한 관계는 감각과 감성으로 표현되기에, 인간이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으로서 감성을 척도로 한 연구가 활발해지게 된 것입니다. 감성치수를 기준으로 공간영역의 유형을 정하고, 여기에서 ‘적합한 관계와 행위’에 대한 감각의 기준을 정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홀(E. T Hall)은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개인 상호간의 거리 연구를 통해 ‘인간에 있어서의 거리’를 개념화하고, 이를 공간설계에 응용하게끔 했습니다. E. T Hall이 분류한 4가지 독자적인 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밀접거리 : 0~45cm : 촉감이 소리보다 우선, 자각할 수 있으며 접촉이 전달수단
개체거리 : 45~120cm : 정상적 시각거리, 친밀도가 높고 접촉보다는 대화가 전달수단
사회거리 : 120~360cm : 사무적 공식적 업무관계, 시각과 정상적 목소리가 전달수단
공중거리 : 360~750cm : 개인과 대중의 형식적 접촉, 목소리 외에 몸짓이 전달수단

한의원 각 실의 공간계획

잘되는 한의원을 방문해보면 환자간, 간호사와 환자간 또는 한의사와 환자간 친밀도가 높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치료실의 경우 베드커튼을 치지 않고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의원의 경우 대개 의식을 했든 모르고 했든 감성척도의 기준에 잘 맞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의원의 각 실(室)은 나름의 역동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성과 감각을 기준으로 그곳에 대한 기분과 감정을 드러낼 것입니다. 한의원 실내를 구성하는 설치와 동작에 대한 공간척도는 이처럼 물리적이면서 심리적인 요인을 반영하는 섬세한 작업이 됩니다.

진료실 개념은 권위와 신뢰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진료 행태(行態)가 주를 이룹니다. 이곳의 실내척도를 좌우하는 가구와 치료기기 그리고 동작척도를 구성하는 원장(간호사 포함)과 환자 및 보호자의 움직임, 여기에 ‘거리개념’까지 고려해서 공간설계를 진행합니다. 진료실의 크기는 원장의자를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인 3.6m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개념 아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치료실 개념은 편안하게 치료받는 공간행태를 기준으로 합니다. 환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검토가 우선하고, 어떤 치료방식을 주부(主副)로 할 것인지, 베드배열과 칸막이높이와 방법이 갖는 감성적인 측면까지 검토한 다음 공간설계에 들어갑니다.

대기실은 대기와 휴식이 주요한 공간행태를 구성합니다. 대기실은 간호사와 환자의 유대관계가 유지되는 거리인 7.5m 이내로 하는 것이 좋고, 대기실 크기와 프라이버시(심리적) 공간을 고려한 여러 유형의 배치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대기실을 지나치게 크게하여 위엄을 나타내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패 사례에 해당합니다. 환자가 공간에 적응하는데 위압감을 받기 때문입니다.

상담실이라면 개체거리와 사회거리의 중간정도인 2m 내외의 공간이 적당하고, 각 실 소요면적은 이러한 감성척도가 기본이 되어 계산됩니다.
감성척도를 한의원 인테리어에 도입하는 것은 한의원 공간을 마치 몸에 잘 맞는 옷과 같이 설계하여,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가족처럼 서로 동화되고 원활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기 위함입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세부사항은 홈페이지 등으로 문의를 하시면 그에 대한 상담을 해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계속>

대표집필 김 도 환
아반디자인 대표, 02)323-5592
avanboss@hanmail.net

참 여 필 자
권순정(아주대 공대 건축학부 교수)
서해진(문화출판 반인 주간)
최기호(전 마루스페이스 대표)
황보성희(홍익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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