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피부과학의 발전과 객관화를 위한 고찰(8·끝)
상태바
한방피부과학의 발전과 객관화를 위한 고찰(8·끝)
  • 승인 2004.11.26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장 성 환
서울 강동구 향기나무한의원장


4. 한방피부과와 한방피부미용의 발전을 위한 대안

최근에 양방피부과에서 학술대회까지 개최하면서 한방의 피부과적 접근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다.
한의사가 한의학적으로 피부과를 진단하지 않고 양방의 장비와 피부과 이론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학술대회의 주된 비판이었다고 한다.
이는 한방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는 양방의학의 잘못된 관점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피부과학에서의 접근이 다른 한방과에 비하여 미흡했던 것은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이에 필자는 한방피부과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피부과 용어의 객관화와 표준화

현재 양방피부과에서 사용되는 한방피부과 용어가 과연 해당질환을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보다 적극적인 한의학적 고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피선(牛皮癬)은 피부에 홍색 반진(斑疹)이 일어나고 융합되어 납작하게[片] 되면서 피부면에 거칠게 돌출되며 오랫동안 극렬한 가려움이 있고 단단하고 두꺼워지는 것이 소의 목부분 피부와 같다고 하여 우피선(牛皮癬)이라 부른다.

한의학 문헌에 보면 “섭령창(攝領瘡)”·“완선(頑癬)”의 명칭으로도 불리는데 《諸病源候論·攝領瘡候》에 “섭령창은 선(癬)의 종류이며 목위[頸上]에 가려움과 통증이 발생하며 옷깃[衣領]이 닿으면 더 극렬해진다. 옷깃에 닿으면 가려움이 발생한다고 하여 섭령창(攝領瘡)이라 부르는 것이다.”, 《外科正宗·頑癬》에는 “우피선은 소의 목부분 피부와 같이 완고하게 단단하고 견고한 것으로, 긁으면 썩은 나무[朽木]처럼 되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피선은 청장년기에 많이 보이며 경항(頸項)의 양측과 양쪽의 주슬(주膝) 등에 대칭으로 항상 분포한다. 병정이 비교적 길고 쉽게 반복이 된다.
이와 같은 표현을 볼 때 우피선은 오늘날 양방피부과에서 표현되는 용어로는 “신경성피부염(Neurodermatitis)”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서양의학에서는 우피선을 건선(乾癬 psoriasis, 銀屑病)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서양의학에서의 건선은 은백색의 은설(銀屑)을 동반한 구진을 나타내는 피부질환으로 대체로 소양증은 없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건선은 한의학에서 볼 때는 백비(白비), 송피선(松皮癬)에 해당하며 우피선과는 다른 것으로 응당 감별해야 한다.

우피선의 예처럼 오늘날 서양의학에서 표현하고 있는 한방병명이 과연 한방피부과에서 전통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피부질환인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으며 향후 용어의 교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의학에서 표현되는 피부과질환을 양방피부과적으로 해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하나의 양방병명에 여러 개의 한방병명이 겹치는 것도 많다.

여드름을 보면 양방피부과의 “좌창(좌瘡)”이 한방 피부과에서는 “폐풍분자(肺風粉子)·면포(面疱)·사면(嗣面)·면간포(面간疱)·포창(포瘡)·분자(粉疵)·주자(酒刺)·분자(粉刺)·암창(暗瘡)·곡취창(穀嘴瘡)·장흘탑(壯흘탑)·청춘립(靑春粒)”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들 용어는 여드름 단계별, 원인별로 한의학적 용어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2) 한방피부 외용약의 안전성과 적용

전통적으로 쓰이는 한방약물 중에서 이기활혈(理氣活血)·보허(補虛)·청열해독(淸熱解毒)·거풍해표(祛風解表)·화담산결(化痰散結)·수렴생기(收斂生肌)·살충거부(殺蟲祛腐)·방향(芳香) 등의 효능을 가진 약물이 한방피부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약물들은 모두 천연 물질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천연 물질은 양약에 비해 그 작용이 완만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고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데 주로 과거의 경험에 비춰 처방하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

그러나 천연 원료 중 어떤 것에는 그 자체에 독성이 있다. 게다가 추출물이란 일반적으로 성분이 복잡한 혼합물로서 원료의 기원과 추출 방법 등이 달라 유용한 성분(영양 공급 및 미용·치료 효과를 지닌 성분) 이외에도 자극성·광독성(光毒性) 및 축적된 독성 등 유해 물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천연 원료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분리추출 기술이 아직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는 원료와 상품의 안정성 시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표현은 동의보감 등의 전통 한방의서에 나온 한방외용제가 안전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의서에 기록된 한방피부과에서 사용된 많은 제형들은 유효성분이 전부 한약성분으로 어떠한 화학첨가제도 가하지 않고 식물성 한약을 자르고 문지르며 찧어 부수고 즙이나 기름으로 짜내며 건조시키고 끓이며 추출하고 달이는 등의 가공을 거쳐 참기름·올리브기름·동백나무기름 등의 추출액·달인액 등을 넣어 사용하는데 이는 오늘날 사용에 있어서도 불편할 뿐더러 안전성에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화학과·화장품학과 등과의 산학을 통한 연계는 한방피부과의 발전에 있어 꼭 필요하다고 보인다.

3) 한방피부질환과 피부미용의 균형적 발전

요즘 한방 임상가에서는 아토피, 건선 등의 난치성 피부질환 위주와 여드름, 기미, 노화 등의 미용상 피부질환 위주로 한방피부과 영역이 나뉘어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다.
양방피부과를 살펴보면 그동안 피부질환 위주로 발전하다가 에스테틱(Esthetics)으로 표현되는 피부미용 영역으로 피부과를 확장한 것은 1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피부과 영역으로 보지 않았던 화장품을 이용한 피부관리(skin care)를 교과서에 포함할 정도로 피부과와 에스테틱의 동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방피부과 역시 양방피부과에서 진행되었던 발전과정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여기서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한방피부과의 발전이 질환 쪽에서, 보다 폭넓은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방피부과내의 부설 한방 에스테틱에 내원하는 고객의 경우 양방 쪽의 부설 에스테틱이나 일반 피부관리실을 거쳐온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한방피부과의 특징을 분명히 제시해주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현재 한방피부과를 찾는 피부질환자들은 양방 치료에서 한계를 보여 내원한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그만큼 난치성의 질환들 위주로만 볼 수밖에 없는 어려운 한방과가 되어 버린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피부질환에 대한 연구의 토대가 선행되어야만 한방피부미용 역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4) 한의학의 세계화

천연 화장품은 이미 새로운 발전 단계에 돌입하여 밝은 앞날을 제시해 줌으로써 세계 각 국의 긍정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한방 화장품에 대한 연구 개발이 매우 빠르게 진척되어 현재 JCID(日本 泛用化粧品原料集)에 수장된 한약만도 총 114종이고, 각 회사에서 화장품에 쓰고 있는 한약만도 이미 200여 종이 넘는다.

일본의 한 화장품 회사에서는 『외대비요(外臺秘要)』 처방을 연구하여 당귀·백지·지황·천궁·작약·감초 등 6가지 한약의 흡습성·보습성 및 상처 치유력 등을 검증하였는데, 그 결과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건성피부를 개선하는 데 당귀가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을 밝혀냈다.

독일에서는 연구진들이 『천금방(千金方)』 등의 저명한 한의서들을 선별하여 연구한 결과 천궁·당귀·동과인·백합·행인 등의 여러 한약이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고, 감송·서양 감국(甘菊)·서미초·북미 하마멜리스 등이 자주 사용됨을 발견하였다.

사실 우리 한의학에서 발견하고 연구해야할 많은 것들이 이미 서양에서 발견하거나 개발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계 속에 한의학은 있지만 한국은 없다.”는 뼈아픈 조언이 하루속히 “세계 속의 한국 한의학”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