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사용 제한은 한의사 처방권의 박탈-'동의미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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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사용 제한은 한의사 처방권의 박탈-'동의미가' 사건
  • 승인 2004.11.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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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신소재 식품 처방할 수 있어야”
법 제정 취지 왜곡하는 법 적용도 문제

▶ 동의미가 사건 일파만파 ◀

한의사가 반쪽짜리 의료인으로 전락되고 있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진료권이 철저히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무허가 의약품 제조 판매’ 사건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으나 이번 사건의 여파에 따라서 한의계는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에 한의계의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약과 식품에 대한 제도적 문제점과 그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관련기사 490호 주요뉴스에 종합란 참조>

■ 대다수 기성한의서 처방 식품 제조 가능

밖에서 언뜻 볼 때 이번 사건은 한의사가 환자에게 불법으로 제조된 약을 판매한 것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현 한방의료 실정이나 시중에서 식품으로 유통되는 한약의 실태를 보면 그리 잘못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나라에 한의사 제도가 있는지 의문이 날 지경이다.

대한약전과 한약공정서에 수재된 518종의 한약재 중 150종은 식품공전에 식품의 주원료로 수록돼 있다. 녹용 등 부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까지 합치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약재는 마황 등 독성이 확인된 일부밖에 없다. 다시 말해 보기제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처방은 식품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다만 상품에 효능을 표시하거나 처방명을 쓸 수가 없을 뿐이다.

그러나 우습게도 현행법은 원전에 나와 있는 처방을 식품으로 만들어 아무에게나 판매할 수는 있어도 의료인인 한의사가 치료목적으로 이를 구입해 사용할 수는 없도록 규정돼 있다. 훌륭한 시설에서 최상의 약재로 경옥고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것을 식품으로 신고하면 그때부터는 의약품이 아니라는 논리인 것이다.

■ 모든 식품 소재 한의사 처방 할 수 있어야

논란의 여지는 조금 있으나 대한약전과 한약규격집에 수재 돼 있지 않은 품목도 한의사가 환자 치료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 한의학 원전에 수재 된 수천종에 달하는 한약을 한약규격집이 다 담아 내고 있지 못하고, 한의사는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의료인으로 환자의 질병을 책임질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현행법 상 식품 규격으로 유통된다.
또 현대 과학의 발전은 자연 원료와 결합해 수많은 신소재를 개발해 내고 있다. 이 신소재들은 대부분 기능강화 식품 또는 건기식으로 분류돼 한의사의 영역 밖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효능효과를 표방할 수 있는 건기식의 원료가 되기도 하나 약품의 카테고리로 진입하기 이전의 기능강화 식품 혹은 일반 식품으로 상품화 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을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처방권 박탈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한의사들이 요구하는 제품이 의약품 시장에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식품 소재의 처방은 당연한 것이다.

■ 효능·효과 고지는 의료인의 의무

한의사는 기능강화신소재 식품이나 건기식보다 한층 전문성을 요하는 의약품에 대해 처방·조제권을 행사하는 전문가다. 그들에게 하급개념의 기능강화식품의 효능효과 고지에 제한을 두는 것은 환자의 치료목적과 공익 우선의 원칙에 위배된다.

과거 식품이나 건강식품 시장에서 과대 허위광고가 문제된 것은 일반인, 비의료인들에 의해 자행되어 온 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관련법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기식법이 발효되고 새로운 기능의 신소재 식품이 다량 출시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의료 전문가의 정확한 효능·효과의 고지는 필수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동의미가 사건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법을 의료인에게 적용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음식에 대한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품도 분명한 효능·효과가 존재한다. ‘醫食同源’이라는 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는 한의사가 음식을 의약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 예비·원외 조제가 현실적 대안

현재 한방의료계는 환자를 진료하는 데 상당한 장애를 안고 있다. 의료기사 지도권에서 현대 의료기기의 이용까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약의 경우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정부 당국의 묵인 속에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한방의료기관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환·산·고제 등은 불법이다. 묵인되고 있는 이유는 환자의 병증에 따라 그때그때 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 약은 환자의 병증이나 체질 등을 진찰한 후 투약하기 때문에 한의학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원외조제 형태로 투약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으나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라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 식약청은 의약품법 개정을 위한 방안에서 ‘한약제제 수탁업 신고제’를 활성화 해 현재 관행상 허용되고 있는 원 외 탕제원을 활성화한다고 밝혔었다.
이 모든 것은 의학적 원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환자 진료를 수월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 한의사가 진료를 하는데 장애가 되는 불합리한 규정을 제거해 환자들이 질병으로부터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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