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다 아마추어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더 행복합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국악원 같은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대금, 소금, 거문고 같은 국악기들이 쌉쌀한 약재 내음도 잊을 듯 시선을 끌며 보기 좋게 놓여있다.
올해로 국악 연주경력 25년이 된 김영록(49·서울 서초구 김영록한의원) 원장은 얼마 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한소리국악원 26회 연주회에서 집박을 맡을 정도로, 전문 연주인 못지 않은 실력과 경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프로가 되면 음악이 가져다 주는 다른 것을 더 좋아하게 될까봐 아마추어 연주인으로서의 현재가 더 행복하다는 그다.
사회적으로 혼란기였던 1979년 그는 군 제대 후 약 1년을 쉬는 동안 단소를 배우러 다니며 아마추어 국악 동호회인 ‘한소리회’를 조직해 활동한다.
또 비슷한 시기에 뒤늦게 사상의학에 매료되어 1985년(29세) 늦깎이 한의대생이 된다. 91년 졸업한 이후 15년째 같은 곳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하면 할수록 대단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만약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공부하게 됐을 것이라고.
그는 많은 악기를 다룰 줄 알지만 맥짚는 감각을 잃을까봐 잠시 포기했다가 최근에야 다시 시작한 거문고 연주가 요즘은 마음에 더욱 와 닿는다고 했다. 특히 거문고 연주곡인 영산회상의 ‘상령산’이라는 곡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고요하게 마음에 들어와 밤에 공부할 때나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좋다고 한다.
그는 “거문고가 정적이고 듣는 게 좋은 악기라면, 동적인 특징이 있는 대금은 듣는 것보다 연주하는 게 더 좋은 악기”라고 설명했다. 악기를 통해 억눌려 있는 기를 표출할 수도 있고,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악에는 陰과 陽, 動과 靜이 다 들어 있다고 한다.
“음악치료는 결국 마음의 치료”라고 말하는 그는 “거문고라는 악기는 때로는 마음을 다스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마음의 때도 벗겨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힘들 때 같이 있어주기 어렵지만 악기는 퉁기는 순간 음률이 되어 돌아와 감동과 위로를 준다”면서 국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정신이 황폐해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이렇듯 국악은 이제 그에게 단순히 즐기고,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얼마 전부터 한의학과 국악의 치료접목을 위해 어떤 체질에 어떤 음악이 필요한지를 연구중이다.
김 원장은 “아직은 부족해 공부하고 연구할 것이 많지만 지금 하고 있는 한의학 공부(사상의학)에서 어느 정도 큰 줄거리가 서고, 음악적으로도 확실하다는 믿음이 들 때 한방음악치료를 구체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소 삶과 마음에 관심이 많다는 김영록 원장은 “평생 해야할 삶의 줄거리는 한의학”이라면서 “조금 여유가 생기면 여행도하고, 동양철학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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