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전남 여수시 신흥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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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전남 여수시 신흥제약
  • 승인 2005.01.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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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약재 통짜 구입, 고압 살수
“세척·건조 등 제조 표준 만들어 낼 것”

지난해 말 정부는 한약재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잔류 농약과 중금속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안이 확정되고 올바로 시행되면 안전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약품은 안전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효성도 함께 지켜져야 한다. 한약재의 유효성 확보에 많은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는 여수 신흥제약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신흥제약은 한약재 제조업계에 널리 알려진 업체다. 1983년에 설립, 20년을 넘게 운영돼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동환 사장(49)을 아는 사람은 그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더 기억한다.

◇ 5년간 노력 끝에 신곡 개발

1998년 연구를 시작해 2002년에 성공을 거둔 신곡의 개발과정에서 보여 주었던 임 사장의 의지다.
완전 발효되고, 잡균이 번식하지 않는 신곡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소량일 때는 제대로 만들어지지만 대량일 때는 기대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한 트럭 분량씩 나오는 실패작을 패기 처리하기 수십 번, 수천만원 들여 갖춘 시설을 가라치우기 수차례 만에 임 사장과 이순모 기술이사(미생물학 박사)의 주도하에 신곡의 대량생산이 5년 만에 성공한 것이다.

신곡은 그리 돈이 되는(?) 품목이 아닌데 그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을 보완하고, 실험을 거듭하는 것을 주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의사는 아니지만 저도 사람의 병을 낳게 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큰 부자는 아니지만 한약 덕분에 이제까지 큰 문제없이 살아 왔습니다. 그럼 최소한이라도 보답을 해야죠. 제대로 된 신곡을 만들어 보고 싶고, 한의학에 기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긴 시간 동안 신곡 개발에 매달리게 한 것입니다.”

◇ 각종 포제시설 두루 갖춰

여수시 오천공단 내 청정해역 바로 옆에 위치한 신흥제약에는 오늘도 40여명 직원들은 어김없이 한약재와 씨름하고 있다.
신곡과 맥아 이외에도 향부자 대황 희첨 반하 천오 황정 강후박 아교주 등 38가지의 법제품목을 중심으로 전 한약재를 취급하다보니 눈코 뜰 사이 없는 것이다.
이 회사 연구실에는 일반 분석 시스템만이 아니라 현미경, 전자계측기, 발효기 등의 실험 설비들이 이채롭다

또 酒浸과 같이 침전시키는 약재는 진공상태에서 포제 하는 것이 역가가 가장 높게 나오고,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온도가 일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기계 설비도 갖추었다.
숙지황을 제조하기 위해 찹쌀로 만든 막걸리를 여과시켜 맛 좋은 황주도 만들었고, 양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온도와 중숙 시간도 수차례의 실험을 거쳐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임 사장이 갖는 최대의 관심사는 포제법이 아니라 포제 이전 원 약재다.
“아무리 법제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원재료로 들어오는 약재가 엉망이면 엉터리 약재밖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임 사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신흥제약에는 산지에서 썰어서 들어오는 약재가 거의 없다. 산지에서 썰어 들어올 경우 어떻게 세척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다시 세척할 수도 없다. 결국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기 위해 약재를 전부 통짜로 사들여 고압 살수로 세척한 후 직접 가공한다. 그리고 모든 약재를 3개의 대형 저온 창고에 보관해 약성 감소를 막고 있다.

신흥제약은 재배과정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몇 가지 품목씩 선정해 제조과정의 표본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세척, 건조, 절단, 포장, 저장 등의 전 과정을 어떻게 했을 때 역가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가를 밝혀낸다는 것이다.
한약과 관련된 모두가 한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중히 아낄 때 한의약은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수 = 이제민 기자


◆ 인터뷰 - 신흥제약 임동환 대표 ◆

“품목별 특화만이 품질향상”

▲ 한약재 제조 단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한약재와 관련해 수입, 제조, 도·소매 업체가 있다. 볶거나 찌는 작업은 제조업소나 도·소매상에서 할 것이다. 그 원료와 나머지 약재는 어디서 제조하는가? 국산은 농가나 수집상이, 수입은 현지 농민들이 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조업소는 단순한 포장업체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무슨 관리가 있으며, 양질의 약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 포제 방법에 따라 효능에 차이가 난다. 그러나 단순 세척·건조·절단만하는 약재는 선별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 그래서 외형만 보는 잘못된 관습이 굳어져 있지 않은가. 한약재는 음건, 양건, 폭건해야 하는 등 건조방법이 나뉘어 있다. 또 약간 부패한 열매 약재는 연탄 훈증을 하면 냄새도, 표시도 나지 않는다. 이것을 어떻게 선별할 것인가? 한약재가 가진 약성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제조를 하는 것도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약재를 책임지는 게 필요하고 그래서 제조업체가 있는 것이다.

▲ 한약재의 품질 향상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정확한 제조 공정이 마련된 품목이 없다. 기준이 없으니 품질도 제멋대로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기준을 마련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기준은 한의대나 학회에서 만들어지겠지만 제조업체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세척·건조·절단·포장·저장에서 포제까지 업체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한약품질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제조할 수 있는 업체만이 제조업소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한 업소에서 518종 한약재를 모두 책임지고 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품목별 특화가 필요하다. 특화되면 품질향상은 당연히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먼저 불공정한 상거래가 차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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