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도전세력의 성격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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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도전세력의 성격이 달라졌다
  • 승인 2005.05.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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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권 가진 양의사 대두, 과거와는 다른 차원
거시적 대응 못할 경우엔 주변부의학으로 전락

지난 5월 한달은 한의계에게는 모진 시련의 연속이었다. 경근침자법(소위 IMS)의 자보 심의회 결정으로 촉발된 이후 한의계는 생존권 문제로 보고 적극 대처하는 한편 상황을 안일하게 대처한 집행진에게도 책임을 묻는 등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안재규 회장의 불신임은 임시총회에서 부결됐지만 27일 심의회 직후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혀 외부의 위협에 직면한 한의계가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한의계 구성원들도 깊은 상처를 받았다. 특히 사퇴 요구를 받은 회장이나 한의협 집행부, 사퇴를 요구한 일선한의사, 시도지부장, 불신임 표결에 참여한 대의원 등의 상처가 컸다.

한의계내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일선 한의사들로부터 조속한 시일 내에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돼 관심이 모아진다.
외부의 한의학 침탈세력에 맞서 일치단결해도 모자랄 판에 내부에서 시비다툼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게 일선 회원 다수의 생각이다.

사실 한의계는 이번 경근침자법(소위 IMS) 사건과 CT사건, 감기포스터사건, 의료일원화 토론회 등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침과 약에 대한 양의계의 관심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침인데도 이름만 달리해서 접근한다거나 자동차보험을 이용해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의 제약을 우회하는 식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한약부작용 검증 문제를 쟁점화함으로써 한약도 양의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포석을 감지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일련의 사태를 통해 한의계는 갈등의 대상과 성격이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진단권이 없이 침권을 노리는 침구사, 한약조제권을 주장하는 약사와의 갈등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진단권을 가진 양의사와 대결에서 침과 한약을 수호하는 양상으로 전환돼 과거의 싸움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는 게 뜻있는 한의사들의 공통적인 분석이었다. 본질을 보지 못하거나 거시적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 한의학은 주변부의학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매우 짙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양의계가 한의사제도 자체의 말살 내지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협을 중심으로 그런 작업을 시작했으며, 대한보완대체의학회는 내년에 대체의학인정의 배출을 목표로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의학은 양의학의 일개 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한의계는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상황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의학을 둘러싼 사회적 제반 상황이 시나리오대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그 시나리오가 뭘 의미하는지 인식을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애는 썼지만 위기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능력도, 실천프로그램도 갖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의원총회는 안일한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했으며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선도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여명의 한의사가 한의협 신축회관에서 상경집회를 개최하고, 한의협회장의 불신임을 요구한 배경에는 바로 한의계의 총체적 무기력이란 문제가 깔려 있다.
따라서 안재규 회장의 불신임 투표와 사퇴선언 등으로 불거진 한의계내 갈등은 누가 누구를 상처 주고, 상처 입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다행히 한 달 간의 투쟁과정을 통해 자기논리를 갖고 상황을 타개해보겠다는 자발적 회원 2000여명을 확인한 것은 위기 못지않은 기회요소로 평가된다.
한의협이 내부 갈등에 빠져 침체를 거듭할 것인지, 아니면 상처를 딛고 새로운 희망을 안고 전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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