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월말 정년퇴임한 류기원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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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월말 정년퇴임한 류기원 경희대 교수
  • 승인 2005.09.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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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소화기내과 꽃피운 原典”

“책과 경험을 통해 머릿속을 채우고, 기술을 연마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사람이 돼야합니다. 한의학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여러분에 거는 기대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월말로 정년퇴임한 경희대 한의대 柳基遠 교수(65·비계내과학)는 퇴임에 앞서 열린 고별강연에서 자신의 37년 교단생활을 정리하면서 후학들이 쉽고 편한 것만 쫓지 말 것을 주문했다.

1964년 경희대 한의대 전신인 동양의약대를 졸업, 잠시 개원생활을 거쳐 68년 경희대 시간강사, 71년 경희의료원 부속한방병원 개원과 함께 의과대 한의학과 전임발령을 받은 후 지금까지 한국 한방 소화기내과분야를 이끌어 온 다움(아호) 교수는 퇴임소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한방병원장 등 보직자로 재임 중 한방의보의 확대, 한방군의관 제도 시행, 한의사의 농어촌배치, 한의학연구원 출범 등 양방과의 불평등 해소에 적으나마 일조했다는 점이 그 첫째요, 학생들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진데 대한 즐거움이 둘째요, 각종 난치성 질환을 한약으로 치료해낸 수많은 임상례를 대할 수 있었음이 그 세 번째 기쁨이자 자부심이라고 했다.

사실 그는 학부 시절 충양돌기염에 대한 한방치료를 시도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암을 비롯해 급만성 간염, 복막염, 궤양성대장염, 메니에르증후군, 크론병, 베체트병 등 각종 난치성질환을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치유하는 케이스를 누구보다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어느 후배교수는 이런 그를 두고 “한방소화기내과학을 꽃피운 살아있는 原典”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이제 강의는 접었지만 외래진료를 계속하면서 지금까지의 임상케이스를 정리해 공인된 프로그램으로 정립하는 일에 매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작업은 자신의 한방입문 50년이 되는 2010년을 목표로 ‘경희한방 반세기’를 정리하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50년 회고와 함께 왜 한의학이 가치 있는 학문인지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향(경기 강화군 화도면)에 내려가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고별강의에서 강사 시절 초기에 병명중심의 강의를 고집해 원로교수로부터 “네가 양의사냐 한의사냐”고 질책을 받은 얘기, 맹인안마사의 침술허용반대와 관련해 시각장애인 50여명이 자택으로 몰려왔던 아찔했던 순간, 어느 위암완치환자의 TV증언으로 말기 암환자들이 몰려들어 곤욕을 치른 일화들도 소개했다.

다움 선생은 걷기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내려 회기동 학교까지 2.5km를 걷는다. 갈 때는 23분, 올 때는 18분이 걸린다고 한다.
원내에서도 엘리베이터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이건 ‘건강비결’이 아니라 ‘건강상식’인데 사람들은 이걸 못하더라”며 혀를 찬다.

정년퇴임하면서 녹조근정勳章을 받았지만 류 교수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상은 5년전에 받은 대만 중국의약원 제정 立夫中醫藥奬이란다. 동양의학분야의 최고 권위의 상으로 알려진 상이다.
1남 4녀를 뒀다. 사위 넷을 포함해 집안에 한의사는 없지만 제자들이 다 사위라고 생각한다며 웃는다. 그 모습이 얼굴만큼이나 넉넉해 보였다.

나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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