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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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고
  • 승인 2006.07.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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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랭노출은 안면신경마비와 무관한 속설”?
연예오락 프로그램서 일방적 단정, “건강프로 제작에 신중해야”

KBS 2TV에 ‘위기탈출 넘버원’(매주 토요일 오후 10:05~11:05)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방송은 연예인들을 출연시켜서 일상에서 흔히 겪는 위기 상황이나 응급처치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퀴즈로 풀어보는 프로그램으로 필자가 종종 시청하는 방송이다.
지난 7월 15일 ‘위기탈출 넘버원’ 49회 방송에서 ‘얼굴신경마비의 원인’을 묻는 내용이 나왔다.

이 방송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잠들었다가 입이 비뚤어지고 한쪽 눈이 감기지 않는 얼굴신경마비가 발생한 환자의 예를 제시하고, 이 환자의 얼굴신경마비의 원인을 ①찬바람 ②뇌졸중 ③간질 ④단순안면경련 ⑤바이러스 감염 ⑥알코올 중독 등 여섯 가지 중에서 선택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에서 정답은 ⑤바이러스 감염으로 결론을 내리고, 지나치게 에어컨을 틀거나 차가운 바닥에서 자서 얼굴이나 몸이 차가와진 것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온 것은 잘못된 속설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얼굴신경마비의 원인은 규명되어 있지 않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료를 참조하면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HSV-1)를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안면마비 환자 70%에서 HSV-1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HSV-1에 의해서 발생되는 cold sore(입술뾰루지, 입술헤르페스)의 경우에도 감염자의 85%는 무증상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HSV-1 감염과 관련이 있는 단핵구증(mononucleosis), 입술헤르페스, Lyme disease, 감기나 독감에 걸리거나 환자와 접촉되어도 얼굴마비로 전이되지 않는다.

또한 얼굴신경 마비의 원인이 바이러스라고 확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도 효과적으로 얼굴신경마비가 치료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얼굴신경마비의 경우 항바이러스제인 acyclovir나 소염의 목적으로 투여되는 스테로이드제 prednisone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이들 약물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 이는 근거중심의학(EBM)의 지식 데이터베이스로 최고의 권위가 있는 Cochrane library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Allen D, Cochrane review 2005, Salinas RA, Cochrane review 2005)

다시 말하면 얼굴신경마비 환자들의 70% 정도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지만, 그러나 바이러스 억제제를 투여해도 얼굴신경마비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얼굴마비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는 얼굴마비의 원인이 아니라, 면역저하로 인해서 많이 발견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얼굴마비가 발생되고 난 후, 신경 주위의 부종, 염증상태, 림프순환 저하 기타 등등의 원인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가 많이 발견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얼굴마비가 추운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들도 있다. (Goncalves-Coelho, 1997) (Campbell. 2002)
그리고 차가운 한랭 노출이 얼굴신경마비에 자극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Misurya, 1975)

얼굴마비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한랭 노출이 얼굴마비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릇된 속설이라는 주장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한의학에서는 얼굴마비에 대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七情)와 과로(勞傷), 그리고 차가운 한사(寒邪)에 노출된 것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이는 임상적으로도 충분히 확인될 수 있다.

보도국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연예오락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특히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신중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방송에서 나오는 내용을 절대적으로 믿거나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적인 내용을 다룰 경우에는 evidence에 근거하여,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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