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김기덕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그의 영화를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기덕 감독은 지금까지 12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총 관객수는 100만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 『괴물』이라는 영화가 한 번에 천만명 이상의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을 보면서 그가 느꼈던 것은 정말 다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괴물』이라는 영화가 잘 만든 영화이지만 과도한 언론의 홍보 플레이와 객석 싹쓸이로 인한 효과를 엄청나게 봤다는 것에 대해서 동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관객들은 너무 쉽게 어느 한 쪽으로 ‘올인’을 해버리는 탓에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는 거의 듣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명백하게 많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대중적이지는 않다. 이야기 자체가 낯선 내러티브의 실험이고, 영상 또한 잔혹하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아 말도 많고, 여기저기 안티 관객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인정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한국 영화 중 외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실 재미있는 것은 『괴물』을 홍보할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이 칸느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것이었고, 많은 관객들은 그 유명한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기 때문에 정말 뭔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영화제에서 그 이상의 박수를 받지만, 우리 관객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진풍경이 발생한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만 언론까지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홍보 마케팅과 점점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 영화 배급사들의 횡포 때문에 영화 한 편에 ‘올인’하는 현상은 더욱 더 심해질 것이고, 그 결과 저예산 영화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괴물』의 신기록이 계속 어디까지 갈런지 예측할 수 없으나 그로 인해 야기되는 한국 영화계의 불균형적인 발전의 모습은 심히 걱정스럽다. 현재 영화계는 ‘한 방’보다는 김기덕 감독 같은 작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영화들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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