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 파동, 시스템 부재 따른 필연
상태바
녹용 파동, 시스템 부재 따른 필연
  • 승인 2006.09.08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PD수첩’ CWD가 초점일 듯, 한의계 부심

12일 방영될 것으로 알려진 MBC TV의 녹용을 주제로 한 PD수첩이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에 우려 섞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명 원용 문제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프로그램은 제조와 유통을 포함해 녹용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명 사슴 광우병(광록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슴만성소모성질환(CWD)과 관련된 내용이 초점이 될 것으로 알려져 한방의료계와 국내 양록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녹용문제가 방영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제작진과 만나 녹용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왜곡 보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지만 어떠한 형태로 보도가 돼든 이 프로그램의 속성상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급하게 “한의원에서 처방된 녹용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는 주제로 포스터를 제작, 한방의료기관에 배포해 녹용의 가공과정과 식품으로 유통되는 녹용과의 차이점을 알리고 있으나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의협 임원을 지냈던 모 인사는 “한의계 자체적으로 감시를 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어 시민단체나 방송으로부터 매번 뭇매를 맞고 있다”며 “한약재를 비롯해 한방의료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감시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상시가동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이는 밀수나 산지가 위조돼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 종의 문제는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광우병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돼 있는 CWD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문제점이 해결돼 곧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캐나다에서는 지난달에도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생했다. 이 상황에서 CWD 감염으로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산 녹용이 국내에서 유통됐다고 하면 파장이 클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의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고민도 해오지 않았고, 녹용의 제조·유통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터졌는데도 마땅히 대응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녹용 유통업체인 용보무약의 김월진 대표는 “산지에서 1kg에 120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캐나다산 녹용은 거의 전량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딱딱한 것보다 연한 것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취향에 부합해 자체적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국내에는 중국에서 사육되는 녹용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 녹용은 질이 딱딱하다.

김 대표는 또 녹용의 수요와 관련해서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이 전체 녹용의 70%, 중국 20%, 대만·일본 등 나머지 국가가 10%를 차지했으나 중국의 녹용 수요는 매년 급속히 늘고 있어 현재는 우리와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5년 후면 역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세계에서 생산되는 녹용의 90% 또는 80%를 우리나라가 소비하고 있다고 막연히 추측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전부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과연 CWD가 광우병(BSE·牛 海綿樣 腦病症)과 동일하냐는 문제이다. 광우병은 사람에게 전염돼 새로운 형태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ariant CJD)을 발병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CWD는 현재까지 사슴 간에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과 소·돼지·양 등 어떤 다른 가축에도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었다.
이와 함께 현재 캐나다 사슴의 CWD 실태를 파악한 적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캐나다 정부는 교역량이 얼마 되지 않아(1999년 34톤) 수출 재개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고, 유통업체는 수입이 재개될 경우 녹용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나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의사 역시 처방하는데 문제가 없어 관심 밖이었다.
결국 이러한 무관심과 감시 및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게 녹용 문제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1997년에 캐나다로부터 수사슴 150두를 수입해 들여왔다가 CWD 파동이 난후 이들 사슴을 구입한 농장의 사슴들을 모두 살수 처리했으나 역추적에서 빠진 사슴들이 남아 2004년에 4건 10두, 2005년에 2건 3두가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산지의 위조와 관련해서는 전지일 경우 털의 색깔로 러시아 산과 북미 산 사슴이 구별되고, 절편했다고 해도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혼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서울 제기동에서 녹용 유통업을 하고 있는 K씨는 “진맥을 해 손 감각이 일반인에 비해 예민한 한의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캐나다 산을 러시아 산으로 둔갑시키거나 섞을 어리석은 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 산임을 서로가 알고 있었다면 모를까 속여서 한방의료기관에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