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7)
상태바
또 하나의 세계 운남 소수민족 의학 탐방기(17)
  • 승인 2006.09.22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묘족의 의학(3) - 모든 차이를 중시하다

■ 질병의 진단체계

질병을 진단함에 있어서 먀오족 의학의 이론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들고 있다. 망진(望診), 청진(聽診), 후진(嗅診), 모진(摸診), 탄진(彈診) 등의 방법들이 바로 그것이다.
먀오족의 의사는 늘 이런 방법들을 모두 동원하여 종합적으로 분석을 한 다음, 먼저 병세를 냉과 열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세분화하여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망진을 할 경우, 먀오족 의사들은 얼굴과 피부 상태를 살피는 갑진(甲診)을 중시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얼굴색이 푸르고 피 흐름이 완만하거나 병이 오래 되어 얼굴색이 푸른 것은 냉병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 얼굴색이 자홍색이며 피 흐름이 빠른 것은 열병으로 구분했다. 얼굴이 편평하거나 꺼진 듯한 느낌이 있고 그 주위가 솟아난 듯한 느낌이 있으면 간병(肝病)으로 보았고, 얼굴이나 손바닥에 가로로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심장병으로 구분했다. 갑진을 할 때 먀오족 의사들은 형상뿐 아니라 그 질감과 색감 등을 모두 고려했는데, 그들은 이와 같은 갑진에 의해 판명되는 병을 28종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모진을 할 경우 먀오족 의사들은 진맥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부 자체를 만져서 그 온도와 통감(痛感)과 그 분포도의 모양과 크기 및 파동 등을 두루 살펴서 진단을 내렸다. 먀오족 의사들의 모진은 매우 정밀해서 5세 이하의 소아질병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엄밀한 분류를 하고 있었다.
먀오족 의사들은 인체를 상, 중, 하의 세 부분으로 나누고 또 그 환부를 다시 상, 중, 하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단했다. 특히 환부의 상, 중, 하를 살필 경우, 식지와 중지와 무명지를 각각 상, 중, 하 세 부분에 대어보아서 그 열감의 차이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와 같은 먀오족의 진단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한 오래된 그들의 구결이 있다.

“먼저 신태를 살피고 다음으로 색을 살피며(一主神態二主色)
남녀의 차이 또한 중시할지라(三視男女當有別)
나이와 계절도 반드시 살필 것이며(四望年齡看四季)
굽이굽이 섬세한 맥들도 놓치지 않고(五取腕部細號脈)
섬세하게 묻고 다시 만져보면(第六細問再觸摸)
어떤 병인들 알아내지 못한 것인가(百病疑難有窮訣)”

■ 치료의 방법

치료의 방법에 있어서 먀오족 의사들은 약을 이용한 내치법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외치법을 사용했다.
외치법의 경우 100여 종의 치료법이 동원되었는데, 어떤 것은 약물치료이고, 어떤 것은 다양한 종류의 침구법이며, 어떤 경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뜸이고, 어떤 것은 외과수술에 해당되기도 했다.

먀오족 의사들이 사용했던 약품의 종류는 상당히 많은데, 식물과 동물 및 광물성 약을 포함해서 500종이 넘었고, 그 가운데 상용하는 것만도 300종이 넘었다.
이는 먀오족의 약학이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섬세한 이론체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약의 제조법에서도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고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먀오족의 약품은 한편 매우 간단할 뿐만 아니라 효과 또한 매우 빨랐다.

먀오족의 약품은 병의 분류와 마찬가지로 ‘열약’과 ‘냉약’으로 구분되었으며, 약의 성격상 다섯 가지로 구분하기도 했는데 수성, 토성, 암성(岩性), 광성(광性), 동성(動性)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 먀오족의 약품은 건재(乾材)뿐 아니라 신선한 생재(生材)도 많이 이용했다. 건재의 경우 약을 만드는 방식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던 바, 증숙폭쇄법(蒸熟曝陋法, 쪄말리기), 개수탕림법(開水按淋法, 끓는 물에 풀어내기), 석회수지법(石灰水漬法, 석회로 가라앉히기), 화경법(火勁法, 불로굳히기), 야로법(夜露法, 밤이슬에 재우기), 초제법(醋制法, 식초로 녹여내기), 차제법(茶制法, 차로 만들기), 요지법(尿漬法, 오줌물에 앉혀 거르기) 등 20종이 넘는 방법을 구사했다.

먀오족 의약의 이런 체계와 내용들은 그들의 생활과 실천경험에서 나온 것일 뿐 아니라 그들의 우주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문자로 기록할 수 없는 그들의 생활 특징으로 말미암아 먀오족 의약에는 수많은 구결이 존재한다. 이런 구결들을 집대성할 경우 수백 종의 문장이 된다고 하는 보고서도 이미 제출된 바 있다.
아무튼 먀오족의 의약도 우리 인류의 보배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가 우리의 몸을 이해하고 다스려가는 데서 하나의 수레바퀴가 될 것으로 믿는다. <계속>

박현(한국학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