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WFAS(세계침구연합회) 회의 참가기 - 신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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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FAS(세계침구연합회) 회의 참가기 - 신애숙
  • 승인 2006.12.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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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 국제학회 가입, 한의학 알렸으면…”

지난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게 개최된 WFAS(World Federation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 Societies) International Symposium of Acupuncture 2006에 참가하였다.
올해 2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자바 섬 Malang시 Saiful Anwar General Hospital에서의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때 만났던 종합병원 내 침 클리닉(acupuncture polyclinic) 원장인 Dr. Endang Inderawati가 11월 발리에서 열리는 WFAS에 참가할 것을 초대한 데 따른 것이다.

WFAS는 중국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침구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한의계와 비교해 수준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WHO에 NGO단체로 가입돼 있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서 참가하지 않을 수 없는 모임이다. 한국에서는 대한침구학회 및 대한한의학회, 한의학연구원에서 모두 스무 명 남짓 참석하였다.
여기에서는 본과 4학년 학생으로 참가했던 느낀 바를 밝히려 한다.

이번 학회는 22개국에서 참가하였으며, 학생의 위치에서 세계 침구학계의 동향을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다. 여기에서는 교육, 임상 등을 비롯해 각국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침의 효과에 대해 발표하였다. 22일, 23일은 워크숍이었고, 24일부터 26일까지는 24개의 프로그램 아래 세 개의 방에서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틀간의 워크숍은 미용 노화방지침(Aesthetic and Anti-Aging Acupuncture)과 통증 완화를 위한 침 (Acupuncture for Pain Relieves)을 주제로 이루어 졌다. 전문 통역가나 통역리시버 준비 없이 중국어-인도네시아어-영어의 순차 통역은 종종 흐름을 끊었고 원활한 진행을 어렵게 하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소득 수준이 많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서 미용 침의 인기는 대단하다는 것이다. 현재 Dr. Fifi Mutia(자카르타)와 Stephanie Vaughan (호주)의 진료실(http://vibranthealthnow.com.au/)에는 피부의 노화방지 및 활력, 생기를 주는 침으로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워크숍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미용 침의 임상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3일간의 심포지엄에서는 주로 어떤 혈 자리를 어느 증에 쓴다는 대증 요법 위주의 강의였고,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어느 혈이 좋더라 라는 식으로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 침 연구 임상시험에 관한 논문은 95편 중 14편 정도였고, 그 수준도 다양했다.

국제화 시대에 전 세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사용되는 침술이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의 전유물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침의 작용 기전을 알아내기 위한 동물실험도 중요하고, 신경과학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에 한의학의 우수성을 입증하는데 science가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앞선 임상연구 방법을 사용한 뛰어난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이를 인정받음과 동시에, 침 임상 교육에 관련된 제반 자료(교재, 영상물 등)를 통해 한국 한의학을 세계에 팔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허준, 대장금 등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들은 한국 한의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의 번역을 통해 중의학 번역 책들이 난무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의 한의학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었다.

준비해 간 포스터는 “The Education System of Traditional Korean Medicine and Acupuncture Today”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포스터 발표를 하는 것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채한 교수님의 지도하에 한국의 한의학 교육과정 및 침구전문의 수련 규정 등에 대하여 정리하였다.
한국의 한의과대학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한의사가 단순한 침구사(Acupuncturist)로만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양방 의사와 동등한 자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리고, 아직 한의학 교육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 지침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 있음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다행히 이 연구발표는 심포지엄의 프로그램 중 WHO Guidelines on Basic Training and Safety in Acupuncture Practice나 The Development of Acupuncture Education 등과 잘 부합되는 것이었다.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한국의 한의사 교육과정이 6년이며, 양방 의과대학의 교육과정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했으며 한국의 한의사는 양방 의사와 같은 M.D.라는 인식을 한 층 더하게 하였다.
또 주로 중국에 교육을 의존해 온 호주, 인도네시아 등지의 의사들은 한국의 한의학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였으며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학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며 흥미 있는 사실들을 들을 수 있었다. Katherine Berry(호주)는 중의학(Chinese medicine)을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홈페이지(http://www.acupuncturenetwork.org/)를 통해 영상물 및 포럼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Dr. Sofyan Rangkuti(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는 나름대로 개발한 맥진(http://www.rangkuti.nl/)과 그에 따른 침술을 강의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과학적인 근거는 의문스러웠다.
Dr. Pierre Moal(프랑스)은 30년 간 침을 사용하고 있는 일반 의사인데, 자기장을 이용한 반지를 직접 제작하여 임상에 활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Anthony J. Hughes(아일랜드)는 EAV로 진단하고 침술을 병행한 동종요법을 사용해서 자가면역계질환 및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의 치료에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고 하였다.

초청 연사로 참석하신 김용석 교수님(경희대)으로부터 중국 중의학이 세몰이로 이용하는 WFAS와 달리 ICMART(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 Related Techniques)는 유럽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매년 학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하루 빨리 한국 한의학도 이런 명성있는 학회에 정회원으로 가입되고, 내 손으로 만든 포스터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시고 지도해 주신 채한 교수님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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