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채한 교수의 SYMPOSIAC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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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채한 교수의 SYMPOSIAC④
  • 승인 2006.12.1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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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산업화를 생각한다(3)

지난 11월 칼럼에서는 한의학은 ‘기술(Technology)’이라고, 산업기술계에 있어서 기술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6T로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였다.
통상 한의학을 포함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의학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BT(Bio-Technology), 데이터베이스·반도체·통신의 IT(Information Technology), 각종 소재 관련 NT(Nano-Technology), 환경공학의 ET(Environment Technology), 우주개발과 관련된 ST(Space Technology), 그리고 문화 산업·지적재산권에 관련된 CT (Cultural Technology)를 지칭하는 것이 바로 산업 기술에 대한 6T분류이다.

■ 한의학은 기술이다

뜬금없이 “한의학은 기술”이라 새삼스레 단정 짓는 이유는 한의학을 ‘민족의학’이나, 한국인의 핏줄 속에 녹아있는 ‘전통 문화’, 한국의 ‘전통 유산’이라고 하는 구호를 이제는 그만 버리자는데 있다.
세상이 바뀐 탓도 크겠지만, 한반도 밖에서 살다보니 느끼게 된 것이 한의학을 단순히 민족의학이라 규정하는 논리의 용도 폐기가 도래하였다는 것이다.
과거 한의학의 존폐가 거론되는 풍전등화의 위태함에 있을 때에는 감성적인 존재 이유가 더 중요하였겠지만, 세계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데 있어서는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감에 찬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한국 한의학의 정의를 ‘한반도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 의학’이라 함은 한의학을 죽은 문화,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하는 세태에 편승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보자면, 많은 한국의 한의사들이 한의학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계속적인 해외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고, 많은 한국 한의사들이 한반도를 넘어서 미국, 유럽, 중동 등 해외에서 개업하고 있다.
한국땅이 아닌 곳에서 행해지는 이들의 진료가 과연 한의학이 아닐까? 이들이 현지에서 뿌리내리면서 가르치게 될 새로운 이국인 한의학자(foreign traditional Korean Medicine doctors)들에게도 지금의 한국 한의학에 대한 정의가 동일하게 사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의학의 세계화, 산업화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더 이상 한의학이 한국인, 한반도만의 것이라 단정짓지 말아야 한다.
세계화는 단순히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아니다. 뼛속으로부터 한국인을 털어버려야 하고,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는 혼잣말조차 영어로 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화된 한의사는 한국인이 아니다.
세계인의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면, 한의학을 BT가 아닌 IT의 입장에서 본다는 것이고, 한의약을 세계 의약자원의 관점에서 검토한다는 것이다. 한의약의 중요성은 민족의학이어서가 아니라 ‘비용 대비 높은 효과’라는 경제성에 있다.

■ ‘한의학의 꽃’에 희망을

한의학의 산업화는 실상 너무도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 응용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가쟁명식 주장이 넘치는 이유는 한의학의 산업화에 있어서 한의사를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의사라고 해서 한의사를 편든다는 오해는 말아주었으면 한다. 한의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한방 산업의 가능성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산업화된 한의학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유일한 집단이 현재의 한의사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산업화논의는 한의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한의약 임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하며, 여기에 한의학 임상 시험/연구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한의사의 임상’과 ‘한의학 산업화’를 함께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한의사의 한의약 임상이 산업화의 시작이라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면 물러설 것인가?
개개 로컬 한의원은 한의학 산업화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의원은 한방산업을 선도할 역량을 지닌 유일한 존재이다. 한방 산업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마냥 흘려보낼 수만은 없는 것이고, 작금의 짝퉁 한방 산업을 대체할 차세대 주자를 키워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한의약 임상에 가장 중요한 것, 객관적 지표와 품질관리, ‘공장’에서의 생산과 시장 판매가 가능한 것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한의 임상에 맞는 진정 한의학적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협회가 나서서 세일즈맨이 되어야 한다. 시범이 될 수 있는 한 가지만 시작한다면, 나머지는 시장에서 스스로 만들어낼 것이다.

■ 수요와 공급의 경제학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의 한의약 임상이라고 할 때, ‘침’으로부터 첨단 산업을 만들어낸다면 어떠할까 - 그것도 BT가 아닌 산업분야에서 말이다. 수출산업의 역군이 되고, 세계 초우량기업에, 세계 시장을 좌우하게 된다면 -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산업자원부가 바라는 ‘한방 산업’의 미래가 아닐까.
침에 대한 (현행 ISO 주사침 기준의 일방적 원용이 아닌) 새로운 국제 표준을 선점하면서 기존 시장을 잠식해간다면 어떠할까. 현재의 700억 세계 시장은 팽창하고 있는데, 한국 침이 지금의 5% 점유율을 50%로 확장한다면 어떠할까.

신약 개발에 쏟아 붓는 엄청난 자금과 낮은 성공 가능성에 비해본다면, 침 제조업에 들어갈 자금은 조족지혈, 성공 가능성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 할 수 있다.
한국 한의학을 말살하고자 했음에도 국제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침과의 한판 경제 전쟁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전국의 한의사들이 십시일반 2년만 밀어준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차세대 주력 산업은 진짜배기 한방산업이 될 것이다.

산업화는 시장 경제와 한 몸이고, 시장 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상호관계를 전제로 한다. 전국의 한의원들에서 수요를 제시할 때 공급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며, 공급의 증가에 따라 시장은 자연히 확장할 것이다.
누군가 진짜배기 한의약 산업을 원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산업에 대한 열망을 표출할 마땅한 대상이 없었다면, 이제는 나서서 팔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어렵다면 협회가 나서서 품질에 대한 논쟁을 벌이면서, 수준 이하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한국 핸드폰 산업의 경쟁력은 그간 한국 땅에서 판매했던 핸드폰의 개수와 비례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또한 국내 시장의 성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첨단산업들도 기실 국내 시장의 성장과 정부의 수요 촉진 정책에 기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채한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한의학 박사
연락처 : www.chaelab.org

약력 : ▲대구한의대 대구한방산업지원센터 임상시험지원실장(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하버드 메디컬 스쿨,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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