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상호인정은 경제적 실익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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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상호인정은 경제적 실익 없다
  • 승인 2006.12.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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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취업은 제한적 … 국내 대학 공동화만 초래 우려

한미 FTA 협상에서 제기된 한의사 시장 개방과 관련해 한의계가 전면적인 투쟁을 선언한 것과 관련, 주요 반대논거인 한국의 한의사와 미국의 침술사 간의 자격의 차이를 주장하는 차원을 넘어 자격 상호인정의 허구성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한의사와 미국의 침술사 간에 자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자격의 동등성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협상단을 설득하기는커녕 자칫하면 협상단에게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만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게 한의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국측이 내세우는 조건을 미국측이 수용하면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침술사들은 한국한의사 국가고시 응시자격 부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한의계가 수업연한 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하자 한국의 학제에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식 제도에 맞추려는 노력은 중국에서도 이루어져 외국의 제도와의 차이로 해외진출에 차질이 빚어지자 학제를 6년제로 개편하고 국가고시도 도입했다. 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실례인 셈이다.

정부관계자도 지난해 12월 19일 전한련 관계자와 면담한 자리에서 정부관계자는 한의계 대표가 ‘한의사는 국가 면허이고, 미국침술사는 사설 자격증인데 과연 상호 인정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해 “국가 면허라고 해서 우월하고 사설 자격증이라고 해서 열등한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침술사 자격과 한국한의사의 자격이 상호 인정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한의계단체의 한 관계자도 자격의 상이성에 근거한 한의계 주장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학제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학제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일련의 흐름을 간파한 한 개원한의사는 “일반 국민들이 한미 FTA에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서더라도 전문가 집단인 한의사는 전문적인 이유와 접근방식을 요구한다”면서 대표적으로 경제적 접근방식을 제안했다.

경제성을 잣대로 한 논리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자격제도가 갖고 있는 맹점에 천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다.
미국의 전문인력 자격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한국과 달리 민간자격임에 비추어 기본적인 학력만 인정되면 미국 내 자격 취득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 한의대의 공동화 불보 듯

이런 미국 자격의 특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어려운 한의대 입학과 면허시험을 피해 미국에서 자격을 취득하는 기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낼 뿐 아니라 입학커트라인이 높은 한국한의대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자격의 상호인정은 한국 한의대의 공동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심지어는 국내의 양의사도 미국 침술사 자격 취득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0여 시간을 연수해 침술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면 가만히 있을 양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적 입장에서도 자격의 상호인정이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미국의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은 많아도 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현실이 잘 말해준다.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발급해주는 대상이 일반인력이 아니라 핵심연구인력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자격 인정과 비자발급은 별개”라고 언급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격의 상호인정은 경제적 실익이 없고 국내의 핵심인력의 유출만 가속화하고, 국내 대학과 전문인력시장의 붕괴 혹은 질적 저하만 초래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한미 FTA 협상의 선례에 따라 중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나라의 인력시장을 열어줄 경우 국내의 한의사는 물론 전문직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도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범 한의계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의사 시장 개방 반대투쟁은 ‘자격의 동등성 문제’의 한계가 분명한 이상 ‘경제적 실익이 없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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