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생애설계와 자산운용(4) - 무리한 내집 마련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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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생애설계와 자산운용(4) - 무리한 내집 마련은 위험
  • 승인 2007.01.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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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유에 따른 리스크 분석은 필수

지난 해 12월 말 서울에 놀러 온 일본인 친구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일본의 젊은 세대들 중에는 집 살 생각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비싼 자동차를 사고, 집은 빌려서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빌려 살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차피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 받을 수 있게 될 텐데 구태여 집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인 것이다.

20여년 전 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하던 당시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에 필자는 아파트를 월세로 빌려 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은행 송금이 그다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 나이 많은 일본인 집주인은 매월 한번씩 들러서 집세를 받아가곤 했다. 그런데 올 때마다 집주인은 과자를 한 봉지씩 사들고 와서 무릎을 꿇고 집세를 받아가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셋방살이 하는 사람들로부터 집주인의 횡포(?)랄까 거드름 피우는 것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온 필자로서는 그 일본인 집주인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주인이 저런 식으로만 대해준다면 꼭 내 집을 가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당시에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자기 집을 갖는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자기 돈이 몇 천만원 있다면 그 돈에다 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 자기 집을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임대주택에 살면서 그 돈을 다른데 투자하여 운용을 할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분석해본 뒤에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젊은 세대에게 ‘무리하게 돈을 빌려서 내 집을 갖는 위험’을 계몽하고 있다. 멀쩡한 화이트칼라가 무리하게 돈을 빌려 내 집을 마련했다가, 불황을 당하여 직장을 잃고, 매월 갚아야 할 월부금을 갚지 못해서 홈리스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지금 이 시점에도 무주택자가 몇 천만원의 자기 자금만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모자라는 자금은 은행차입을 해서라도, 내 집을 가지려고 할 것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 또는 신앙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상으로 보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으로 유리했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어떤 투자대상보다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이 앞으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많은 건설업체들이 임대주택 건설을 앞으로의 핵심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질 좋은 임대주택은 계속 공급될 것이다.

그런데 2005년의 출생률은 1.08명이었다. 이때 출생한 세대가 결혼을 할 때는 외동아들과 외동딸이 결혼을 하게 되며, 신랑·신부 모두가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는다는 계산이 된다. 장기 주택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하나의 사례인 것이다. 또한 이런 통계가 나타나면 가격은 미리 반영되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높은 가격상승률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주택보유 리스크도 앞으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주택은 낡아진다. 주위의 환경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자산가치 하락의 리스크인 것이다.
여기에 은행차입금의 금리 리스크, 직장을 잃게 되었을 때 나타날지도 모르는 차입금상환 리스크 등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가주택은 대부분의 경우 안전성, 수익성, 유동성 면에서 임대주택보다 불리하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입자금의 상당부분을 빌려서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할 경우에는, 내 집 마련 자금·차입상환금·유지비용 등을 운용에 돌려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그 수익을 희생하고서라도 무리하게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른바 셋방살이의 서러움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빌려사는 사람의 권리가 점점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빌려사는 사람의 권리가 우리나라만큼 약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임대주택공급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집주인 또한 예전처럼 위세(?)를 부릴 수 없을 것이다. 위세를 부렸다가는 세를 놓기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무리하게 돈을 빌려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임대주택에 살면서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좋을지를 합리적으로 따져보아야 할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계속>

강창희(미래에셋 투자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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