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호 칼럼] 찻잔속의 태풍, 한의학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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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호 칼럼] 찻잔속의 태풍, 한의학의 굴레
  • 승인 2007.03.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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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한의사라면 누구나가 가슴 설레게 하는 단어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대 의대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정도로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을 들어가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명하에 과연 졸업 후에 그들은 서울대 의대보다 높은 수준의 학문적 식견을 가진 자신 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데 그 대답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한다. 또 의대 교수는 한방 R&D사업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함께 참석했던 한의대 교수는 대체로 이 사실에 대해서 수긍하며 아울러 한의사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매우 부적절한 수준이라고 공감한다. 더 나아가서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구데이터는 한의사만이 알고 통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이며 다른 관련 학문의 연구자는 봐도 그 가치와 신뢰성에 대해서 알 수 없는 것이라는 평가절하된 발언에 대해서 반박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이유에 대해서 누구하나 말 한마디 없다. 그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한의과 대학 졸업생은 대부분 한의과대학원에 진학한다. 다른 과에 진학하여 학문적 교류를 하는데 대해서 매우 인색하다. 반대로 다른 자연과학이나 인문과학 등의 졸업생이 한의과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단지 한약학과나 약학과, 의대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아예 학부생으로 입학하여 졸업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한의학적인 학문적 특성과 환경 그리고 학문적 불가피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평가의 방법으로 한의사의 자질과 한의학에 대한 학문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한의사 스스로 자신의 학문이 의학이나 여타의 자연과학에 버금갈 정도로 가치가 있다고 애써 홍보하지도 않으며 알기 쉽게 전달하고 교육할 생각이 없다.

대한한의학회에서 한의학용어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나 더 시간을 갖고 연구할지 모르나 여전히 용어에 대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한의학 용어가 가지는 사회적, 학문적, 경제적, 정책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설정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용어를 정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것은 다양한 한의학내의 영역에 따라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으며 이 견해차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의학계는 이렇게 난맥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 애석하게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암담한 현실 상황을 느끼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선도 주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선도 주자가 나타나도 그 권위를 인정할 집단이 없다는 데 있다. 또 정책적으로 한의학 용어에 대해서 가치평가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것을 진행할 집단도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한한의사협회나 대한한의학회는 지금이라도 빨리 한의학 정책연구에서 한의학용어에 대한 가치평가 작업을 통해 현재 사회성이 높은 용어와 어떠한 상대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이 평가 툴을 바탕으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가치가 높은 분야부터 정책적으로 연구하려는 한의사와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진의 역할 및 소양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한의사는 한의학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의학을 중심으로 보지 말고 국가와 사회의 가운데 한의학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래서 서로간의 상대가치를 가진 존재로 존엄한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공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할 때 한의사의 한마디는 찻잔속의 태풍이 아니라 실질적인 바람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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