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기업 열전(14) - 대영제약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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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기업 열전(14) - 대영제약주식회사
  • 승인 2007.05.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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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시장 불신풍조 제일 아쉬워

요즘 대영제약(주)(대표 신걸섭·42)은 ‘다우林’<그림>이라는 브랜드를 내 놓고 한의사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한자로 쓰면 ‘多宇’, ‘모두가 어우른다’라는 뜻으로 조화를 중시하는 한약을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오랜 고민과 회의 끝에 ‘다우林’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이유는 한약재 제조업소를 설립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전체 한약재의 수요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변신하지 못하고, 경영이 악화될 경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 내기 어려울 것 같아 새롭게 도약하려는 것이다.
“다 같이 귀하다”는 의미도 있는 ‘다우林’ 아래 25명의 직원 모두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무결점 한약재를 만든다”는 약속을 지켜 낼 것을 다짐하고 있다.

■ 한약에 대한 믿음과 열정

신 대표가 한약재 사업에 뛰어든 것은 학사장교로 군을 마친 1993년이었다. 이미 한약제조·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던 매형 김충환(대연제약·경방신약 대표) 씨의 “아직 한약재 시장은 영세하고, 재래식 수준을 면하고 있지 못하지만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우수성 때문에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신 대표에게 한약재는 매우 생소한 대상이었다. 한약재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매형의 지도는 있었지만 한의원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의사들에게 조그마한 정보라도 제공해야 할 입장에서 한약재를 모른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게 신 대표의 말이다. 한약규격화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한의사가 주문하면 마대에 담아 납품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한약을 처방하는 것은 몰라도 한약재 상태가 어떤 게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그냥 판매하기에 급급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한다.
한약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한의사에게 시간 있을 때마다 물어보고, 열정을 가지고 업계 선배들을 쫓아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대견스럽기까지 하다고 웃음을 짓는다.

■ 시약구입 영수증 요구에 선뜻 제시

대연제약에 몸담고 한약재 사업에 매진하고 있을 당시 대연 김충환 대표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약’ 쪽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1999년 한방보험제제와 OTC 한방제제를 생산하기 위해 KGMP시설을 갖춘 경방신약을 설립한다.
회사의 무게 중심이 경방 쪽으로 옮겨지면서 신 대표는 2001년 대영제약을 설립해 한약재 사업을 독자적으로 이끌기 시작한다.

한약관리규정상 검사시설 등을 갖추지 않고도 제조업소 설립이 가능했지만, 한약재 산업이 어떻게 가야만 할지를 확신하고 있던 신 대표는 자신을 속이는 일은 결코 하기 싫었다. 하지만 말로는 “지역 한의사분들을 뻔히 알고 있는데 간판만 ‘제조업’이라고 붙이고, 내용은 남의 물건 받아다 팔 수 있나요. 사업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목돈 들인 거죠”라고 한다.

그러나 잔류농약검사기(GC), 중금속검사기(AA), 함량검사 장비(LC) 등을 모두 갖추고 두 명의 시험실 직원이 매일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구색 맞추기 위하여 갖춰 놓은 시설로는 보여 지지는 않았다.
시험성적서 및 시약의 구입 영수증을 보자는 기자의 요구에 선뜻 내놓아 정부가 정한 규정을 따르는 차원을 넘어 자신이 취급하는 한약재의 안전성을 스스로 확인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처음 제가 이쪽에 왔을 때 세척이 어디 있었나요. 대충 털어 마대에 넣어 갖다 주면 그만이었죠. 흙 묻었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은 별로 많지 않았어요. 흙도 약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지요.”
신 대표는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며 짧은 시간에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언론에서 중금속, 잔류농약을 문제 삼으면 한의사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래서 검사도 자주하게 되고, 최근에는 초음파 세척기를 구입해 시호, 소자, 속단, 소회향, 사상자 등을 세척하고 있다고 말한다.

■ 제조과정 견학 언제라도 환영

부천 송내 남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도심 한 가운데 제조회사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신 대표는 두 가지를 든다.
첫 번째는 한의사들에게 제조공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한의사들이 직접 봄으로 해서 회사에 대한 신뢰도와 제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덕분에 2001년 서울 양천구를 시작으로 강서구, 영등포구, 부천시, 시흥시, 인천 연수구한의사회로부터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신 대표는 “한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공장 견학이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어서 고달픈 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의사들이 제조과정을 직접 본다는 것은 회사의 성장만이 아니라 한의사분들에게도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매우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도심에 회사를 설립한 진짜 이유는 한의사와 제조업소 직원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한의사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믿지 않으면 자신이 훤히 다 드러날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죠. 한의사가 필요로 하면 1시간 내 달려가 일을 처리하고, 한의사는 나를 믿고, 그런 관계를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를 이곳에 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믿음의 관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믿음과 신뢰의 관계에서 상업적인 관계만 남은 것 같아요”라며 신 대표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기 부천 =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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