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한미FTA와 지적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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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한미FTA와 지적재산권
  • 승인 2007.06.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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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정문이 공개된 후에 양국의 득실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지적재산권에 대한 조항이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굴욕적인 협정이라면서 철회 또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포털사이트와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크다. 지금의 협정이 그대로 시행이 되면 2009년에 인터넷 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인터넷 상의 지적 재산권 보호에 효과적인 집행을 규정하는 목적에 동의한다’와 ‘영화관에서 저작권자 등의 허락 없이 고의로 녹화장치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에 대해 형사절차가 적용하도록 규정한다’이다.

이 조항들을 보면 양국의 저작권을 상호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경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굴욕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 부족이 이런 조항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자성도 하게 된다. 불법복제 DVD를 ‘따오판’이라고 부르면서 불법복제 범죄의 온상인 중국을 손가락질 하는데, 우리 또한 미국인들에게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가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에게 ‘석호필’이라는 우리말 예명을 지어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화질과 음향이 영화만큼 뛰어나고 스토리 또한 탄탄한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아져서 ‘미드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미국 드라마를 직접 번역을 해서 자막을 올려놓는 네티즌도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드라마는 전파를 탄 후에도 부가 판권이 판매되는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드라마 판권을 구매하여 지상파나 케이블 TV에서 방영을 하고 DVD로도 출시가 된다. 그런데 미드족들은 드라마에 투자한 사람에게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불법복제 동영상 파일이나 인터넷 UCC를 찾아서 손쉽게 감상을 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동영상을 간편하게 공개할 수 있는 개인 방송국을 표방하면서 인터넷 유토피아로 각광받는 UCC가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공연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초상권, 지적재산권 이전에 공연장의 에티켓이다. 그런데 우리의 공연장 예절이 녹화 미수도 처벌할 수 있다는 악법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 외국의 한 아티스트가 공연 중에, ‘사진도 많이 찍고 휴대전화 통화도 맘대로 하라’면서 우리나라 관객들의 관람예절을 비꼬아 이야기했다는 기사를 보고 많이 부끄러웠다. 극장에 입장하기 전에 공항처럼 몸수색을 받고 카메라, 캠코더, 휴대전화 등을 압수당하는,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보고 싶지는 않다. 타인을 좀 더 배려하는 여유 있는 문화생활을 누리는 멋진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김호민(서울 강서구 늘푸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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