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시설 열악, 오염파동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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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유통시설 열악, 오염파동 불가피
  • 승인 2007.08.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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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곰팡이 규정 마련, SO₂도 강화 방침

한약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곰팡이 독소의 허용기준을 마련, 입안예고한데 이어 곧 잔류이산화황(SO₂) 허용 기준도 강화할 방침이어서 관련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식약청은 7일 감초, 결명자, 도인, 반하, 백자인, 빈랑, 산조인, 원지, 홍화 등 9개 품목에 대해 곰팡이독소인 ‘아플라톡신 B1’을 10μg/kg 이하로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생약의 곰팡이독소 허용기준 및 시험방법’ 제정안을 입안예고 했다. 그리고 곧 SO₂ 허용기준 강화와 광물성 약재에 대한 중금속 허용기준도 입안예고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SO₂의 잔류기준 강화다. 현행 SO₂ 검사 대상 206개 품목 중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시험검사소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약재는 약 8% 수준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기준이 강화될 경우 불합격률은 15~20%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SO₂ 검사를 피하기 위해 반하나 맥문동 등 불합격률이 높은 약재는 제조업소에서 자가규격을 명분으로 수입해와 유통시켰었다.

그러나 앞으로 검사장비 등 시설을 갖추지 않은 제조업소의 자가 규격은 인정되지 않고, 관리도 강화될 것임에 따라 업체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약재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개 업체를 빼 놓고 대부분 중국의 안국이나 박주시장 등 한약재 집산지에서 약재를 구입해 오는데 무슨 수로 기준에 맞는 제품만을 골라 오냐”며 “불합격률이 올라갈 것이 뻔한 데 통관을 운에 맞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어 난감한 지경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해당 약재를 모두 황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업체가 건조과정을 확인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현지 업체에 특별히 주문해 놓으면 가격은 비싸지만 유황훈증을 하지 않은 약재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영세한 업체가 소규모로 거래를 하고, 가격경쟁을 통해 얼마 되지 않는 유통마진을 챙기는 실정에서 이러한 희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규제강화는 경쟁력이 부족한 업체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저가 위주의 한약재 시장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약재를 주로 비용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의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어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얼마 전 한의사협회가 모 업체와 한약재 가격 안정을 위해 원가 판매를 협의했던 것도 저가 위주의 가격경쟁을 부추길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대외적 영향력이 있는 업체에서 3~4%의 유통마진 없이 약재를 판매한다고 하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고,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싼 약을 구해야만 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은 자신할 수 없지만 공산품이 아닌 이상 얼마든지 싼 약은 구할 수 있으므로,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시설을 갖추고 안전한 한약재를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업체들의 경쟁력만 약화시켜 약재품질의 하향평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O₂의 기준은 품목별로 30~1500ppm 이하로 규정돼 있는 것을 모두 30 ppm 이하로 통일하고, 가자·감송향 등 60개 품목을 추가해 대상품목을 266개로 늘리는 방안이다.
한편, 곰팡이 독소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로 파장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으나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준이 제정되면 대상 한약재든 아니든 한약재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 바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한약 제조·유통 업체 중 곰팡이를 막아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규정의 강화만이 아니라 제조·유통업체의 저온보관시설 마련 의무화 및 관리감독 강화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식약청은 “곰팡이독소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한약을 생산·저장·유통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15℃ 이하에서 보관할 경우 곰팡이 및 기타 충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청의 곰팡이독소 모니터링 결과 반하, 백자인, 빈랑은 품목별 부적합률이 2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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