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기 한약분쟁 때보다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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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기 한약분쟁 때보다 더 심각”
  • 승인 2007.09.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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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한방의료행위에 갇혀 한의사 존재 위협
일선한의사 불만 ‘누적 중’ … 근본대책 시급

최근 짧은 기간 동안 한의학의 근간을 뒤흔들만한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일선한의사들의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매스컴의 한의학 비방 방송, 한약재의 안전성 문제, 질낮은 한약재의 유통, 양의사들의 한방의료행위 침탈, 무자격자의 불법 한방의료행위, 한약의 식품화 등 한의학의 권위와 위상을 실추시키는 사례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반면에 한의계는 한의학 비방과 폄하를 조장하는 사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일선한의사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건이 한번 터질 때마다 한의원의 환자는 눈에 띄게 줄고 매출도 감소일로에 있다.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한의사전문의제 개선방안 마련에 실패한 뒤로 한의사사회가 사분오열되더니 임상실력보다 광고에 의존하는 일부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한의원 경영, 일부 한의사들의 불법시술과 비리, 과다한 한의사의 배출로 건전했던 한방의료시장 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

개원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CT소송과 IMS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해 한의사들은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한의사의 의료영역이 양방에 침탈되면서 한의사의 영역은 ‘전통적 한방의료행위’에 갇혀가는 양상을 보이자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유환 한의협 중앙대의원총회 의장은 지금의 상황을 두고 “한약분쟁 당시보다 위기감이 더 크다”면서 위기를 경보했다.

박 의장은 “한약분쟁 당시에 비해 한약을 짓는 약국이 준 반면 침을 놓는 양방병의원은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계가 양의사의 침시술을 막지 못하면 통증클리닉,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 양방 병·의원으로 확산돼 4, 5년 뒤에는 배웠든 안 배웠든 양의사가 다 침을 놓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선한의사들도 지칠 대로 지쳐 대한한의사협회에 대응을 요구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일선한의사들의 대표격인 시도한의사회장들도 “너무 늦었다”고만 할 뿐 원인분석과 집행부 추궁, 대안 모색 등에 대한 열의가 한미FTA저지투쟁이나 의료법개정안 저지투쟁 당시만 못한 느낌이다.
일부 열정이 있는 젊은 한의사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위기를 논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행동화할지는 미지수다.

한의원 경영난이 심화된 탓으로 주요 한의단체들도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최방섭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장은 “현재 한의계가 위기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면서 “양의사 IMS의 부당성을 일간지에 광고하고, 불량한약재를 소각하는 퍼포먼스가 시급하지만 갈수록 가중되는 재정난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내 코가 석자인 셈이다.

한의사들의 대표단체인 한의협도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동네한의원살리기 차원에서 한약복합제제의 보험급여를 통해 한의원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애를 쓰고 있지만 도입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제도화가 실현돼도 보험약의 마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선한의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한의협은 토론 가능한 주제를 선정한다는 목표로 ‘한의학 정책 연구 모임’을 구상중이지만 이것도 지나치게 한의사중심이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에 개원한 모 한의사는 “한의협 정책의 중심은 사무처직원과 정책연구원이 돼야 하며 의제도 지엽적인 현안보다 지역별 한의대의 통폐합을 통한 입학 정원 조절, 전통의학과 통합의학의 관계 재정립을 통한 한의학의 정의와 기준의 설정, 졸업후 한의사의 질관리방안 등 근본적인 문제가 우선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의 지도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금 나타나는 문제가 최근 몇 년간 누적된 관리능력의 부재에서 오는 현상인 만큼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동시에 한의계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당면한 IMS소송에 승리하고, 장기적으로 오랫동안 누적된 한의계의 위기를 돌파하자는 것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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