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는 생물요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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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는 생물요법②
  • 승인 2007.11.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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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물요법의 의학적 가치 - 동서양 의학의 한계와 그 대안

최근 미 국립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6년 한 해 동안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 포도상구균 감염자 9만 4천명 중 약 20% 정도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균주가 바로 그 명성 높은 MRSA(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uccus aureus)이다. 그런데 이 MRSA는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은 MRSA 외에도 반코마이신으로 황색포도상구균을 트레이닝시켜 내성균인 VRSA (vancomycin resistant staphylocuccus aureus)을 만들어 냈으며, 장구균도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vancomycine resistant enterococcus)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여인천하에서 엄상궁으로 잘 알려진 故 한영숙씨가 사망한 것도 VRE에 감염된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의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박테리아들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할 항생제가 없을 정도로 무서워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 사이트(Pub Med)를 검색하여 보면 구더기요법(maggot therapy 혹은 maggot debridement therapy 혹은 MDT로 검색)에 관한 다양한 논문이 보고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항생제 내성균 감염 치료 시 구더기를 이용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영국에 위치한 국제생물요법학회(International Biotherapy Society)의 존 처치박사는 연구팀과 함께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MRSA에 감염된 상처에 구더기를 이용하여 완전히 박멸시킬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고, 지난 수년 간 영국 등 유럽에 있는 400여개 병원에서 구더기를 이용한 항생제 내성 병원균 치료를 시도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몇몇의 병원에서는 화상의 치료, 항생제에 내성을 띤 균주에 감염된 상처의 치료, 욕창이나 당뇨병성 궤양의 치료 등에 구더기요법을 활용하여 그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수련의 시절의 경험이다. 연로한 중풍 환자의 천골부위에 욕창이 있었다. 그 환자의 욕창을 드레싱(soaking dressing)하는데 거의 1시간 이상이 걸렸으니, 당시 인턴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생스러움이었다. 욕창은 크기가 매우 커서 천골이 드러날 정도였고, 어린아이의 주먹하나는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였으니 가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소독된 기구를 이용해서 섬세하게 데브리망(debriment; 변연절제술)을 해도 완벽게 제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새살도 차오르지 않고, 세균배양검사를 할 때마다 다양한 균들이 검출이 되고 있으니 당연히 그 죗값(?)은 인턴들 몫이었다. 더더군다나 오랜 세월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항생제를 사용해 왔기에, 항생요법을 적용하는 것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환자는 결국 그렇게 고통만 받다가 퇴원했다. 생물요법에 관심을 갖는 요즘 인턴과정 동안에 접했던 그 노인환자가 아쉬움을 더하며 떠오른다.

필자는 거머리의 면역억제 기전에 관한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과정동안 국내에 의료용 거머리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PubMed를 통해 거머리요법을 검색(leech therapy 혹은 hirudo therapy로 검색) 한 결과는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필자는 최근 임상에서 하지부에 궤양을 형성한 혈관염 환자와 버거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많이 접하고 있다. 이 환자들은 필자에게 처음 내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대학병원을 거쳐서 갈 곳을 잃어 필자의 한의원 혈관염 클리닉까지 내원한 것이다.

물론 필자가 대학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질환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환자들이 찾는 이유는 바로 거머리요법을 시행하기 위함이다. 특히 효과적인 질환은 청피반성 혈관염에 의한 피부궤양, 하지정맥류에 의한 피부궤양, 버거씨병(폐쇄성혈전성혈관염) 등이다. 양방에서 이들 질환을 다스리는 방법은 대체로 일목요연하다. 바로 항응고제, 혈전용해제, 혈액순환 개선제, 간혹 스테로이드 계열의 면역억제제나 항생제를 활용한다. 그러나 치료방법이 없는 질환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당연히 치료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버거씨병의 경우 내복약으로 효과가 없는 경우는 외과적인 방법도 고려가 되고 있으나 당연히 삶의 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킬 뿐이다.

《동의보감》이나 《의종금감》등을 뒤져보면 옹저(癰疽)나 탈저(脫疽)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전통 한의학적인 치료법으로도 그리 만만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더욱 언제부터인가 외과적인 질환으로는 한의원을 찾아오지 않는다.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지 외과질환은 현재 양방외과의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었고, 그들이 한계를 나타내면 질환이 그런 것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물론 거머리요법만으로 혈관염의 병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눈앞에서 상처가 아물고, 절단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은 궤양이 아물고 괴사부위가 되살아나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향후 생물요법의 일환으로 의료용 달팽이나 의료용 개구리로부터 뮤신을 회수하여 난치성 피부질환을 치료하게 되고, 의료용 리노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가볍게 감기에 걸리게 함으로써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어려울 것 같지만 흥미진진한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목이 말라 있다. 목이 마르다 못해 이미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가 치료하는 의사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제라도 우물을 파야한다. 《동의보감》 옹저(癰疽)편을 잊은 지 이미 오래지만, 그 환자들을 다시 돌볼 수 있는 방법이 회귀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연에서 얻어낸 ‘작은 외과의사들’이 있지 않는가? 이 작은 외과의사들은 우리의 친근한 구도자가 되어 줄 것이다.

다음호 예고 : 생물요법의 임상활용 및 효용성 - 난치성 질환의 희망, 생물요법

韓東河(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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