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꿈꾸는 한의사, 행복한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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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꿈꾸는 한의사, 행복한 한의사
  • 승인 2008.03.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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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집행부에 바란다 -

좋은 한의사 되기는 좋은 의사 되기보다 어렵지만, 행복한 한의사가 되는 것은 행복한 의사 되는 것보다 쉽다고 생각했었다.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삶의 본질에 더 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관점으로도 한의사는 행복한 직업이다. 봉직의와 개원의, 부의와 빈의의 차이야 있겠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선망하는 고소득 전문직이고, 배우자 선호도, 직업군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한의사는 의사를 앞서고 있다. 그런데도 주변의 한숨소리는 커져만 가고 한의사들은 점점 더 행복에서 멀어지는 듯하다.

협회장 선거기간 동안 ‘한의사의 자존심 회복’이 많이 이야기 되었다. 행복의 중요한 조건인 자존심과 당당함은 과연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한의원의 경영이 나아져 지갑이 두터워지면 당당해 질 수 있을까? 한의학을 음해하는 세력을 응징할 수 있다면 상처받은 자존심이 치유될 수 있을까? 학문과 의료에 대한 자부심이 흔들리는데, 단지 공격에 대한 방어라는 수세적 입장에서 자신감이 나올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한의계의 행보는 작게 누리고 있던 기득권을 지키는 것에만 치중하다가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으로 한의학과 한방의료의 영역을 확대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의학에 호감을 가지고 한의계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많은 집단에 대해서 한의사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시각으로만 일관함으로써 오히려 한의계의 입지와 역량을 축소해 온 것은 아닐까?

개개인 모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 집단이, 한의학의 전통이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호의적인 환경 속에서, 이 좋은 학문을 가지고도 피해의식, 자기비하,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다. 협소한 관점,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과감한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복수면허자들을 경쟁상대로 배척하기 보다는 우군으로 만들고, 보완대체의학에 대해서 선을 긋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흡수하여 한의학의 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약학과에서 배출된 한약사, 한약제제에 관심을 가진 제약회사를 확실한 한의계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침구사의 조합으로 제도권 의료에 진입하려는 침구사들에 대해서 오히려 한의사의 지도와 감독 하에 있는 파라메디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여 한의계로 흡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일까? 생각도 해보아서는 안 되는 일인가?

양의계와의 관계 설정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논란과는 무관하게 개원가에서 의사, 한의사의 의료시술 행태는 점점 구별이 힘들어지고 있다. 의원급에서의 협진을 계속 반대하는 것이 옳을까? 밥그릇 싸움으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호 비방전에 말려들기 보다는, 동서의학의 협진이나 공동연구 등을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구체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최고 의료수준의 협진 모델을 가지고 한의사-의사가 손을 잡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

이제 협회의 새 집행부가 선출되어 많은 기대 속에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의사들이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의 청사진을 통 크게 제시하고 이끌어 나갈 줄로 믿는다. 다시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우리 모두 더 행복한 한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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