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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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4)
  • 승인 2008.06.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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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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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부와 경락의 허실(1) ■

사암침법이 장부 또는 경락의 허실에 입각하여 이를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격과 승격을 운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암침법(또는 침구학)이 모델로 삼는 장부나 경락의 허실 개념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습니다.
腎正格을 운용한다면 그 대상이 되는 것이 腎虛인지 足少陰經의 虛함인지, 그리고 腎虛와 足少陰經의 虛함이 임상적으로 일치하는 개념인지 각각 독립된 개념인지, 그리고 만약 이들이 각각 구분되는 개념이라면 무엇을 근거로 구분하며 진단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일단 한의학의 허실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素問·通評虛實論』에서 제시한 “邪氣盛則實, 精氣奪則虛”라는 명제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에 의하면 개략적으로 虛는 精氣(正氣)가 허탈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精氣(正氣)란 인체의 생리적 기능과 항상성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기운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로서 선·후천적 의미를 모두 포괄하므로 精血의 기능이 이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外邪에 대한 방어적 기능을 발휘하는 衛氣의 기능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증으로서 허증은 精氣(正氣)의 부족이나 기능 부전에서 발현되는 병증을 의미합니다.
實은 邪氣가 충실하거나 과잉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원래 邪氣란 병증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인자로서 외감의 주요 요인인 風寒暑濕燥火의 六淫을 지칭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외감만을 전제로 한 개념이 아니며 내상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즉 邪氣란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不正之氣’로서 인체의 정상적 생리 활동을 비정상적으로 전환시키는 삿된 기운을 통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邪氣란 개념적으로 고정된 의미가 아니며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실체적 개념을 전제하지도 않습니다. 정상적 생리상태의 氣血水가 변조되어 병리적 상황을 유발시키는 것을 邪氣로 이해하는 것이 실증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실증이란 不正之氣인 邪氣에 의해 내외적으로 精氣(正氣)의 정상적 운행이 저해되거나 왜곡된 상태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유형의 積이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邪氣所湊, 其氣必虛”, “邪之所在, 皆爲不足”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의학에서는 邪氣의 유래가 내적이든 외적이든 간에 결국 精氣의 허약을 틈타 병을 일으키게 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邪氣의 존재가 반드시 실증을 전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적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일방적으로 邪氣를 내모는 것이 아니라 精氣(正氣)를 회복하여 체내 항상성 조절 기능[神]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이로 보아 원초적으로 虛와 實은 精氣(正氣)와 邪氣의 성쇠 여부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병증의 발현 양태인 증후로서의 허실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병의 증후를 의미하는 虛證과 實證이라는 개념에서 虛와 實의 의미는 발현되는 증의 양상이 허하다거나 실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지, 이를 체력이나 기력이 건실하다거나 부실하다는 식으로 이해해 버리면 곤란합니다.
어떠한 질병이든 간에 병은 精氣(正氣)와 邪氣의 대립 양상으로 표출되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표출의 반응이 현저하고 강렬하면 實證으로, 이와 반대라면 虛證으로 규정되는 것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衛氣의 활동에 의한 正邪투쟁의 결과 병증의 양상이 극렬하게 나타나면 실증으로 규정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환자의 기력이 저하되었다 하더라도 유형의 積이 존재하고 이를 구축시켜야 한다면 이 상황을 實로 규정하고 치료해야할 경우가 있습니다.
고열이 지속되어 탈수에 이른 상태에서 대변이 굳어 통하지 않는 大承氣湯證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 환자는 ‘壯火食氣’하여 체력이 바닥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에게 실증을 다스리는 大承氣湯이라는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근거는 燥矢라는 유형의 積邪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燥矢가 빠져나가야 환자의 精氣와 진액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邪氣所湊, 其氣必虛”라 하였듯이 증후로서 허실이란 고정적 개념이 아니며 가변적인 양태로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虛實이 협잡되어 나타나거나, 실제 病情의 허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허하면 보하고 실하면 사한다는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精氣(正氣)를 중심으로 보는 한국의학사의 관점에서는 병증이 허에서 기인한 것으로 파악되는 경우가 많지만 萬病一毒說에 근거한 의론이 주를 이루었던 일본의학사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邪氣(毒)에 의해 조장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파악되었던 거죠. 〈격주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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