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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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원장의 실전 사암침법(5)
  • 승인 2008.07.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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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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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부와 경락의 허실(2) ■

경락내에서 氣와 血의 추동은 宗氣에 의해 비롯되기 때문에 경락의 허실은 원초적으로 경락을 통해 흐르는 유동체인 血氣(血을 동반한 氣)의 유여나 부족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맥이 虛하다는 것은 ‘氣不足’이라 표현되는데 이는 經氣 자체의 본태적 쇠약이나 그와 연계되는 장부의 허쇠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맥이 實하다는 것은 ‘氣盛有餘’라 표현되는데 이는 경맥에 비정상적으로 血氣가 유여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주로 항진적 병증 반응을 의미하며 병태상 음양의 偏勝으로 표출됩니다.

한편 음양의 편승 자체가 邪氣이므로 병태상으로 경맥이 실하다는 것이 반드시 ‘感’을 전제하지는 않으며 邪氣 자체는 유무형의 성상을 모두 포괄합니다.
즉 경맥이 실하다는 것은 血氣나 水氣의 정상적 소통을 저해하는 유형의 邪가 실체적으로 존재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병증의 상황에서 血氣의 불통으로 인한 울체 반응이 특정 병소나 병위에서 항진적으로 나타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經氣의 허실 징후는 맥을 통해 반영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맥진의 징후 자체가 경맥의 허실과 동일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특히 標本論상 사지 원위부인 本部나 주로 경맥의 原穴부위에 해당하는 脈口를 통해 脈盛하거나 脈虛한 것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人迎과 氣口의 상하 맥상이 맥폭상 상응하지 않는 것으로도 파악되었습니다.
따라서 침을 놓아 경맥의 허실을 조절한다는 것은 단순히 허실의 병후를 호전시킨다는데 국한되지 않고 병증으로 인해 유발된 맥상의 이상 변화가 정상화되도록 기술적으로 유도한다는 것에 이릅니다.
이것이 ‘得氣’하여 “氣至而有效”한다는 것이고 침구 치료가 노리는 구체적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경맥의 허함은 장부에서 유래하기 쉬우므로 장부의 허쇠시 그 징후가 경맥을 통해 반영됩니다.
특히 陰分의 五臟에 저장된 精氣가 허탈하게 되면 해당 경맥으로 흐르는 기혈이 허쇠해지거나 부족해져 경맥의 기능적 약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 경우 五臟과 해당 경맥의 허증 징후는 일반적으로 일치합니다.
하지만 五臟이 허한 것과 경맥이 허한 것은 개념상 구분되어야 합니다. 五臟이 허하다 할 때 그 대상은 五臟에 저장된 精氣지만 경맥이 허하다 할 때 그 대상은 경맥안을 흐르는 血氣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五臟에 저장된 精氣가 허탈하게 되면 당연히 해당 경맥이 허하게 되지만 경맥의 허함이 반드시 五臟에 저장된 精氣의 허탈에 의해 초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陰分의 五臟이 극도로 허쇠하고 精脫한 상황일 경우 침술은 적절한 치법이 될 수 없습니다.
침술은 아무리 보법을 운용하더라도 그것이 허한 경맥에 血氣의 운행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해당 五臟을 기능적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이지 직접 精을 보충시켜줄 수 있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陰精의 휴손이 심한 상태에서 침술을 통해 기혈의 소통을 유도한다면 오히려 脫氣와 脫精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때는 침이 아닌 약물을 통해 補精을 유도하고 뜸을 통해 완만하게 기혈의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되는 것이죠.

사암침법에서는 경맥이나 장부의 허증에 기본적으로 정격을 운용합니다.
『經濟要訣』의 서문에서 저자가 “病者, 虛也”라는 표현을 통해 병이란 기본적으로 精(正)氣의 허함에서 비롯된다는 전제의 병리관을 내세우고서 경맥을 통해 이를 다스리는 수단으로 정격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정격의 의미는 해당 경맥이나 그와 연계되는 장부의 精(正)氣를 보충시킨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그러나 『經濟要訣』에서 “정격을 사용하는 것은 禮樂刑政과 같다”고 하였듯이 정격에서 ‘正’의 의미를 말 그대로 바르게 해준다는 의미로도 해석해 보자면 정격이란 경맥과 연계되는 장부가 지닌 본태적 생리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肺正格이 지향하는 바가 肺의 정상적 생리 상태라는 것이고 역으로 肺正格의 구성을 통해 肺의 정상적 생리 구조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격과 달리 승격은 일반적으로 경맥이나 장부가 실한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목표로 운용됩니다.
그러나 승격의 의미를 특정 경락에 침습한 邪氣를 사한다는 식으로 邪氣의 존재를 실체적으로 전제하여 이해하면 운용 범위를 협소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의미마저 매우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경락이나 장부의 精(正)氣가 허하여 邪氣가 침습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일차적으로 扶正祛邪의 차원에서 정격을 운용하기 때문입니다. 승격이 대상으로 하는 실증이란 주로 특정 경맥이나 장부, 그리고 병위로 血氣나 水氣가 비정상적으로 변조되어 과잉화된 상황에 해당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경락이나 장부의 정상적 생리 기능은 과부하에 걸린 상태로 이르게 되는 것이고 이 상황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精(正)氣는 당연히 약화되고 손상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勝’의 의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음양적 속성으로 偏勝하게 표출되는 血氣나 水氣의 과잉을 직접 다스리고 제어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결국 승격의 시술은 특정 경맥이나 장부에 대한 과부하 상태를 해소하여 精(正)氣의 소모와 약화를 막으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경맥과 장부의 정상 생리가 복구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격주 연재〉

김관우
전북 군산 청정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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