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89] 東醫寶鑑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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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89] 東醫寶鑑④
  • 승인 2008.10.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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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刊本 刊行의 미스테리

지난해 上海, 浙江을 비롯한 중국 남부지방의 한국본 의서를 조사했었다. 조사결과를 정리해 책으로 편집하다보니 『東醫寶鑑』의 중간본 간행시기에 대해 의아스런 점이 있기에 여러 독자들과 함께 궁금증을 풀어 보고자 한다. 그간 『동의보감』의 간행에 관해 1613년에 처음 간행되었다는 것 이외에 후대의 중간 시기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특히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甲戌仲冬完營重刊本’과 ‘己亥仲秋嶺營開刊本’ 그리고 ‘甲戌仲冬嶺營開刊本’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서로 견해가 달라 적게는 60년 많게는 120년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곤 하였다. 조선이 事大했던 明이 멸망한 이후, 심정적으로 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던 조선에서는 중국의 年號를 애써 기피하는 바람에 세월이 흐른 다음에 연대가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폐단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明代 李梴이 저술한 『醫學入門』의 조선판 ‘內局重校戊寅改刊’本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다소 밝혀줄 수 있는 단서가 들어 있다. 이 판본 뒤에는 ‘題重刊醫學入門後’라는 문장이 보이는데, 이 발문은 『동의보감』 후기간본의 刊刻 연대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

발문에는 “昨年冬, 本院取旨, 命兩南道臣印進入門及寶鑑, 寶鑑則嶺湖南皆印進”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데, 이것은 영남과 호남에서 동시에 刊行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金履喬(1764~1832)는 ‘上之二十年’에 이 글을 지었다고 적었는데, 이것은 純祖20년으로 1820년(庚辰)에 해당한다. 김이교가 내의원제조가 된 戊寅年은 1818년이다. 이로 볼 때, 앞의 글에서 ‘嶺湖南에서 皆印進하였다’는 보감의 간행 연대는 바로 현재 여러가지 이견을 보이고 있는 甲戌年의 嶺營開刊本과 完營重刊本의 연대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昨年’은 직전 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몇 년 전 시점을 가리킨다.

『동의보감』의 版本 考証에서 몇몇 학자들은 ‘開刊’과 ‘重刊’이라는 구분에 얽매여 嶺營開刊本이 가장 먼저 나온 刻本이고, 完營重刊本이 重刊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甲戌이라는 같은 연대에 두 개의 판본이 형성된 것으로 보기도 하고, 甲戌을 한 甲子 이상 차이 나는 연대로 보기도 한다. 『의학입문』의 발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 외에 己亥嶺營開刊本의 존재 또한 실증된다. 己亥本이 甲戌本에 앞선다는 사실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英祖大王實錄 29년九月乙亥(1753년 9월 23일) 기사에는 “乙亥內局入侍, …… 領議政金在魯, 請東醫寶鑑及增補萬病回春, 令嶺營刊板, 允之.”라고 되어 있다. 이는 1753년(癸酉)에 英祖가 이미 嶺營에서 『동의보감』의 刊刻을 윤허했다는 것이다. 간각이 언제 완료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재된 바가 없다. 그러면 현재 己亥 및 甲戌 두 종류의 嶺營개간본 가운데 선후를 생각해 보면 어떠한가?

『의학입문』의 발문을 보기 이전에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으나 다음의 언급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昨年冬, …… 寶鑑則嶺湖南皆印進”이라고 하였다. 위에서 甲戌年에 만들어진 嶺營과 完營本은 겨울에 간행되었지만, 己亥本은 가을에 간각되었기 때문에 己亥嶺營刊本은 김이교가 말한 판본이 아니다.

中國中醫科學院의 鄭金生은 古醫書板本연구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전문학자이다. 그는 여기서, 己亥嶺營開刊本은 1779년에 성립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비록 영조가 간각을 허락한 때로부터 26년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 추산에 따르면 이것이 사실 증거에 부합한다. 嶺營本이 모두 ‘開刊’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嶺營에서 서적을 刊刻하던 사람들이 ‘開刊’이라는 말을 선호했다고 설명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좋은 착안점을 제시했지만 여러 가지 정황적 증거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어 여전히 석연치 않다. 거듭된 『동의보감』의 중간에 대해 지속적인 판본연구가 진행되어야할 시점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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