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카드뮴’, 탕약에서는 거의 불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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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카드뮴’, 탕약에서는 거의 불검출
  • 승인 2009.03.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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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의협, 무리한 기준 알면서도 눈치보기에 급급

“한약재 유통관련 종사자들은 지금 카드뮴병에 걸려있습니다. 이대로 계속 방치하고 있으면 한약이 어디로 갈까요?”
지난 12일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 주재로 열린 ‘한의약 정책발전 간담회’에서 한국의약품시험연구소 백완숙 분석본부장이 한 말이다. 백 본부장은 이어 “처방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일단은 활용할 수 있는 길은 만들어 줘야 할 것 아니냐”며 다급함을 나타냈다.

경기도의 한 한약재 유통업체 한쪽 구석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는 비닐 봉투에 세신이 담겨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한의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구해달라고 하니 어쩔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 관리가 강화되기 이전에 제조된 황련·세신·저령·지골피 등을 구해서 팔았는데 이젠 물량이 떨어져 이런 방식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 식약청, WHO에 권고기준 개정 요청 방침

정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은 인정하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위해물질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의사협회의 관계자도 “근거도 없이 문제의 약재들을 ‘구제’하려 했다가는 한의약이 다 죽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운신의 폭이 좁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생약평가부 강신정 팀장은 “자체적으로 검사한 연구결과를 WHO에 제시해 동일하게 0.3mg/kg(ppm)으로 돼 있는 ‘Herb’의 카드뮴 권고기준을 품목별로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정이 어렵더라도 ‘의견 삽입’은 이루어질 수 있어 ‘우리나라의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성상 카드뮴 0.3ppm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약재도 문제이지만, 질병 치료를 위한 약의 효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다. 1년생 황련 중 카드뮴 기준에 맞는 것이 있지만 베르베린 함량 4.2%에 미달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중국 백출 1년생도 정유함량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오래된 양질의 한약은 아예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차단돼 있는 것이다. 질병치료를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이나 스테로이드제제를 활용하는 양의계와는 대조를 이룬다.

중금속은 잔류농약과 같이 인위적으로 첨가되는 것이 아니다.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위해성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한 것이지 농산물 자체의 활용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쌀의 카드뮴 기준을 0.2ppm,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0.4 ppm으로 하고 있다. 현미는 아예 기준에서 제외시켰다.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경우 섭취해서는 안 될 위해물질로 규정돼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표 참조>

2008년 9월부터 고시 때까지 ‘권장규격’으로 정해 놓은 ‘액상차 0.1mg/kg’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탕을 하면 중금속이 한약재에 흡착되기 때문에 탕약 속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는 게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 사용금지 아닌 안전한 활용이 목적

한의협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준 완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에게는 안전성을 평가해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우려하는 한의협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여론을 의식해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해 둘 경우 임상뿐만 아니라 한의계에 미칠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용을 못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니 만큼 한의계도 소극적으로 방어만 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한약 관련단체들도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등 기구를 구성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해 객관적 근거 자료를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카드뮴 문제는 엑스산제와도 세밀한 관계가 있어 한의계의 보다 높은 관심이 요구된다. <관련기사 702호 주요뉴스란 약재 참조>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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