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더 레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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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더 레슬러
  • 승인 2009.06.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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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에 대한 찬사와 열정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온 나라가 엄숙한 추모 기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6월로 접어들면서 유난히 마당 한 켠에 핀 장미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장미꽃은 이미 피어 있었지만 그것을 볼만한 여유가 없었을 터. 이제 모두들 그동안의 슬픔과 아픔을 잊고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한 장미꽃처럼 열정적으로 힘차게 내일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이때 <더 레슬러>라는 영화와 함께 한다면 그 의미가 더할 듯 싶다. 2008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2009년 골든글로브와 여러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미키 루크에게 배우로서 재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열어 준 <더 레슬러>는 레슬링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면서 삶에 대한 경외심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현란한 테크닉과 무대 매너로 8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스타 레슬러 랜디 램(미키 루크)은 20년이 지난 지금, 심장이상을 이유로 링을 떠나 식료품 상점에서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가 단골 술집의 스트리퍼 캐시디(마리사 토메이)와 그의 유일한 혈육인 딸 스테파니(에반 레이첼 우드)를 통해 평범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냉혹한 현실은 더욱 큰 상처로 돌아온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속절없이 계속 미래를 향해 지나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게 되고, 점차 삶의 의미를 잊어버리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비록 현재 늙고 초라한 삶일지라도 내 삶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관객들을 위해 무대에서 몸을 다치게 하거나 몸을 보여줘야 하는 늙은 레슬러와 스트리퍼를 통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해 보였다. 또한 1980년대 섹시 가이로 명성을 날렸지만 일순간에 굴곡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미키 루크의 실제 모습을 연상케 하는 극중 연기는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파이>, <레퀴엠> 등을 통해 뛰어난 영화 미학을 선보였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더 레슬러>를 통해서는 한 레슬러의 삶을 밀착 취재하는 듯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카메라로 그의 등 뒤를 따라가며 덤덤하게 그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간간이 보이는 레슬링의 장면과 미키 루크의 연기를 보다보면 어느새 랜디 램의 마지막 경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지금 내 삶이 비록 보잘 것 없다 해도 가장 멋졌던 내 인생의 그때를 기억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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