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에게 무릎 꿇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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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에게 무릎 꿇은 한의학?
  • 승인 2009.07.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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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한의사 접근 차단상황 간과” 지적
‘제중원’ 방영 전 한의학 폄훼 의심도

한 의사학자의 기고글이 한의계에 논란이 되고 있다. 프레시안 ‘의학사산책 두 번째 편 ‘조선에 장금이는 없었다… 알렌에게 무릎 꿇은 한의학’이 지난 10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다음 등에 게재됐다.
기고자는 박형우 연세대 교수(동은의학박물관 관장·대한의사학회 회장)와 박윤재 연세대 의사학과 교수.
이들은 18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서양의학의 국내 도입과정 등을 연재할 계획이며 프레시안 측은 지난 8일부터 매주 2회씩(수요일·금요일) 게재한다.

문제는 두 번째 기고글 내용의 상당부분이 당시 민영익의 창상을 치료하지 못하는 한의사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외과적 수술을 통해 창상을 치료한 알렌의 의술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묄렌도르프는 알렌을 다루면서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을 언급하고 있어 올해 방송될 의학 드라마 ‘제중원’의 홍보와 한의학 폄하를 위한 물밑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의사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알렌은 이전까지 조선에서 이루어지던 어떠한 한방 치료와도 구별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서양 외과 의술로 밤새 정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했다. <중략> 이전에 종기나 째던 한의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해부학 지식을 이용한 치료법을 시행했던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기고글의 제목부터 이미 한의계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한데 ‘종기나 째던’이라는 부분은 한의학에 대한 의도적 폄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교수는 한의신문에 기고중인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⑦~⑧)’을 통해 당시 알렌이 민영익을 치료하게 된 배경에는 갑신정변 사태와 관련된 정치적 상황이 반영돼 있어 한의사의 치료접근 자체가 차단됐다. 결국 당시 한의학적 치료가 시도되지 못한 상태에서 마치 한의학이 저급하거나 무능한 것처럼 매도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남일 교수는 “자칫 역사적 왜곡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당시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평가해야 한다”며 “특히 외과수술 후에 사경을 헤매던 민영익을 구한 것은 양생법을 비롯한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법이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상백피로 만든 실로 봉합하는 방법과 동의보감에서도 상백피와 백마로 만든 실로 봉합하는 법을 다루고 있어 엄연히 조선에도 한의학적 외과수술형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정보센터장 역시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사들의 창상치료를 위해 한계군 이공기 선생을 평양으로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현재 프레시안 홈페이지와 AKOM 통신망에는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프레시안에 반박성 기고를 쓸 수 있도록 한의협이 시급히 입장표명을 한 후 이에 대응할 전문가집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면 한의계 전체가 문제의식을 갖고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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