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 한의계 고사위기 불안감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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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한의계 고사위기 불안감 자극
  • 승인 2009.08.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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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 사실상 의료민영화 전 단계로 인식

최근 입법예고된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한의계가 들썩이고 있다. 한의계는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면 앉은 채 고사하고 만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더구나 개정안 내용이 의료민영화 전 단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개정안 반대를 위한 집단 움직임까지 분출되고 있다.

논란 증폭되는 의료법 개정
개정안 반대 집단 움직임도

한의계는 우선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도서산간, 교도소 등 의료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한다는 원격진료의 경우 한방 참여는 사실상 어렵다. 설령 참여할지라도 望診과 切診 등 한의학 진료의 특성은 사라지고 만다.
불법자 양산도 예견된다. 한의사가 화면을 통해 뜸을 어디에 뜨라고 했을 경우 환자는 무면허 의료행위자가 되고 만다. 의료사고가 빈발해 뜸치료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 이는 결국 테크놀러지가 한방의 보완도구에 불과하지 필수도구가 아니다라는 방증이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의료법인, 경영지원회사 등은 큰 자본 밑에 병의원을 두겠다는 얘기인데, 그럴 경우 삼성생명 등 거대자본과 제휴를 맺지 못한 병의원은 경영난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특히 한의사 대부분은 자본이 넉넉지 않은데다 한의학이 필수의료가 아니어서 타 직능에 비해 턱없이 불리할 게 자명하다. 한의사 김동수 씨는 “한국의료가 재편될 수 있기 때문에 한의계는 물론 의료계 전체가 떠들썩하게 될 거다.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한의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소수 견해에 불과하다. 한의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게 대세다.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 역시 한의계를 자극하는 요소다. 대형병원만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게 의료계 현실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은 결국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더욱 부채질해 동네 한의원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말 것이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동작구 A한의원장은 “세계적으로 무엇이든 개방하는 추세이니 막연하게 민영화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개방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면 한의원이라고 피할 수 없다. 한의사로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선다”고 걱정했다.
얼핏 보면 개정안과 한의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적어 보인다. 그런데도 한의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으로는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한양방 협진제도(의료인상호고용)가 적잖게 작용했다. 한의계 내에서는 한양방 협진 시행을 시기상조 또는 나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세영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교수는 “협진을 해보니 양의들이 한의학에 대해 이해하려는 성의도 없고 일단 검사를 하면 의사들 관점에서 먼저 질병을 해석하고 진단을 내려 환자 중심의 진료가 안 되는 상황에서 한의사가 과연 고유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의사가 아니라 기사 취급 받을 소지가 높고 상호 용어나 관점이 달라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해 지금으로선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보건 관련 시민단체들 결집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 가세
어디로 튈지 모를 폭풍전야

개정안이 의료민영화 전 단계라는 우려가 형성되자 의료 관련 단체들은 의료민영화 반대구호를 외치고 나섰다.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회장 김일권)는 지난 28일 의료민영화가 한의계에 미칠 파장을 알리기 위해 강연회를 열었고, 그 자리를 빌어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한의사 및 한의대생 모임”을 즉석 제안했다. 청한 측은 이에 앞서 지난 26일 제안서를 통해 “의료민영화는 한의계의 돌파구가 아니라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젊은 한의사들의 취업난, 한의원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문병일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한의협은 국민의 건강권이 확보되지 않는 의료민영화에 원칙적인 반대 입장”이라고 천명했다. 이외에도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연대, 참여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가 잇따라 성명서를 내놓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의료법 개정 추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외부 움직임들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한의계 일각에서는 내부 성찰과 대책 마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평수 한의학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대로 간다면 한방은 10년 내에 없어질지 모른다. 한의계 스스로 핵심과제를 선정해 이를 추진하고 조정할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한의계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양상이다. 심지어 개정안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경우 “한의계는 재앙을 맞을지도 모른다”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법 개정안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leona01@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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