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42)- <山家要錄>③
상태바
고의서산책(442)- <山家要錄>③
  • 승인 2010.01.18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엄동설한 溫室에서 꽃핀 藥草

 

 

고의서 산책(442)- <山家要錄>③
엄동설한 溫室에서 꽃핀 藥草 

새로 발굴된 책이라 1회를 더 할애하여 의약적인 내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釀酒方 이외에 죽이나 약선 같은 食治에 관련한 내용이 있으며, 그 외에도 약초를 기르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어 곳곳에 의약과 관련한 내용이 깃들여 있다.

죽 종류에는 薏苡(율무), 산약(마), 柏子(잣), 메밀, 赤小豆(붉은팟) 같은 재료가 사용되었고 전병 종류로는 잣(柏子餠), 葛粉(葛粉煎餠), 더덕(山蔘餠), 마(薯蕷餠) 등이 응용되었던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정과 종류로는 우무(牛毛煎菓), 동아(冬瓜煎菓), 생강(生薑煎菓), 앵도(櫻桃煎菓) 등이 활용되었다.

또 전통적인 천연염색 법도 다수 채록되어 있는데, 알다시피 염료는 대부분 약재여서 서로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으며, 잘 활용하면 아토피를 비롯한 만성 피부질환은 물론 평소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染紅色’조는 홍색으로 물들이는 방법을 말하는데, 복숭아나무(桃槐) 껍질과 五里木 껍질을 사용한다. 검은 색으로 물들이는 경우(染黑色), 밤껍질(栗外刺殼)을 물을 붓고 달여 白礬을 넣고 물들인 후에 쪽잎 삶은 물(熟藍水)로 덧물을 들이면 매우 검고 광택이 난다고 하였다. 또 染鴉靑色에서는 쪽잎이 무성할 때 채취해서 깨끗이 씻어서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부었다가 이튿날 찌꺼기를 꺼낸다. 여러 번 반복한 후에 쑥 태운 잿물을 항아리에 붓고 저어준다.

染黃色의 경우에는 개나리(連翅木)의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백반을 넣어 물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녹색으로 물들이는 방법(染綠色)으로는 철쭉꽃(躑躅花)을 진하게 달여서 물들인 후에 가지 태운 잿물로 매염하면 매우 좋다고 하였다. 황흑색으로 물들이기 위해서는 무늬 있는 비단 1필을 밤나무를 벗겨 속과 겉 사이의 中皮 한줌을 매운 잿물에 삶아서 세 차례쯤 물들인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이 책은 기존에 발견된 16세기 전반 金綬(1481~1552)의 <需雲雜方>보다 100년 가까이 먼저 편찬된 음식조리서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의방유취>(1445년) 편찬과 관련하여 食治의 일반화라는 측면에서 저자의 또 다른 식치 전문서 <食療纂要>와의 비교 연구가 속행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需雲雜方보다 1세기 앞선 ‘음식조리서’
죽‧ 전병‧ 정과 이용한 食治 내용 풍부
아토피 등에 좋은 천연염료 다수 채록


한편 재료적인 측면보다는 온실을 설치하여 엄동설한 겨울철에도 싱싱한 채소와 약초를 길러내는 방법(冬節養菜)을 소개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년전에 농촌진흥청에서 고농서 국역총서 가운데 하나로 본서를 국역한 내용 가운데 간단히 ‘동절양채’의 골자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집(온실)을 지을 때 크기는 마음대로 하여 3면을 쌓아 가리고 종이를 바르고 기름칠을 한다. 남쪽은 앞에 모두 창문을 만들어 종이를 바르고 기름칠을 한다. 온돌을 만들어 연기가 생기지 않게 한다. 온돌 위에 흙을 1치반 가량 쌓아서 봄나물을 재배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따뜻하게 하고 바람기운이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날씨가 몹시 추우면 편비내(編飛乃: 방축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나 갈대로 엮는 것)를 두텁게 하여 창을 가리고 날씨가 따뜻할 때는 철거하고 매일 같이 물을 뿌려서 이슬내린 것처럼 해준다. 방안에는 항상 따뜻하게 하여 축축하게 해줘야지 흙이 하얗게 마르게 해서는 안 된다. ‘굴뚝은 담밖에 만들고 가마솥은 벽 안쪽에 걸어놓고서 아침저녁으로 가마솥에 있는 물기로 방안을 두루 데운다”고 하였다.

이런 온실재배법은 서구에서 근대식 온실설치법이 고안되기 이전에 사용된 것이어서 과학기술 발달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가 깊은 것이라고 한다. 또 고대로부터 온돌을 사용한 우리 민족이 아니면 도저히 흉내 내기조차 어려운 기상천외한 방법인지라 매우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도 남양주 영화촬영소 내에 이 책의 기술을 토대로 복원한 온실을 만들어 놓았다고 하니 꼭 한번 들러볼 필요가 있으며, 오는 2011년에 그곳에서 세계유기농대회가 유치되었다고 하니 모든 일이 그저 우연으로 이뤄지는 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