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한의계는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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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한의계는 무덤”
  • 승인 2010.02.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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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dalgigi@http://


시대 변화 따라 잡지 못한 결과
“한의계는 무덤이란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실정”
시대 변화 따라 잡지 못한 결과

좌담회: 지역 한의계 현안 무엇인가

참석: 송인상 대전시한의사회 명예회장
최창우 대전시한의사회 회장
황치원 대전시한의사회 부회장

장소 및 일시: 2월16일 대전시한의사회 사무국

진행: 강근주 편집국장

한의계가 어렵다. 엄살이 아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불황의 조짐마저 보인다. 타개책을 공론에 붙이기 위해 지역 좌담회를 가졌다. 각 지역 현안과 문제점, 대안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전지역부터 들러본다.

-한의계가 격변이다. 위기감이 드높다. 대전지역 개원가 실태는 어떤가.
송인상 명예회장.


황치원= 나는 83학번으로 학교에 있다 개원했는데, 그나마 낫다. 후배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 한의계 부흥기에 큰 희망 안고 학교에 들어왔으나 한의계가 어려워지니까 상실감이 더욱 큰 것 같다.

최창우= 대전지역은 한방에 대한 인식이 낙후됐다. 그나마 요즘 들어 한약방과 한의원을 구분하는 분이 많이 생겼다.

황=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시장의 변화 즉 홍삼 같은 건강기능식품이 약진할 때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 한의계는 무덤이란 자조섞인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송인상= 진짜 무서운 건 내일이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보약 개념도 이제 완전히 죽었다. 주변에 어떠냐고 물으면 열이면 아홉이 ‘품 파는 게 비슷하지, 뭐’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황= 대전엔 한의대가 있어 인력 공급이 많다. 반면 시장은 축소됐다. 그 바람에 개업하는 수도 많지 않다.

송= 원래 대전은 인구 대비 한의원 수가 많던 곳이다. 현재는 진입을 자제하는 편이다.

최= 젊은 한의사들 사이에는 대전에서 개원해 3년만 버티면 전국 어디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한다.

황= 인재사관학교라고도 불린다.

“후배들은 한의계 부흥기에 큰 희망 안고 학교에 들어왔으나 한의계가 어려워지니까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큰 것 같다”

-대전지역 개원의들이 원하는 정책 우선순위 1위는 무엇인가.

최= 늦은 감이 있지만 인력 공급을 축소 조정하는 것이다.

송= 한의계에 거품이 있었다.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했으니 부흥기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도 거품이다. 한의계의 세는 커졌지만 시장은 오히려 축소된 상황이다. 원인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 학교는 등록금 등 경영상 이익을 놓지 못하고, 교수도 학생 수가 줄면 자리가 줄 터이니 정원 감소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배출 인원을 이제부터라도 줄여야 한다. 다른 직종과 달리 한의계는 70~80대가 돼도 은퇴가 없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니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게 뻔하다.

최= 자연 감소와 인위적 증가를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황= 내 의사면허가 5600번 대인데 벌써 2만번 대가 시작된다. 얼마나 많이 늘어난 것인가.

송= 향후 20~30년은 계속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한의대 배출인구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이라 보나.

최= 약탕기와 의료보험제로 한의사 1만명 시대를 무사히 넘겼다. 헌데 그 시스템으로 한의사 2만명 시대를 맞춰야 하니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한의사들도 진로의 다양성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개원 말고도 공무원 등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세대 간 소통 부재가 많이 거론된다. 대전지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최= 저 노인네들은 너무 편하게 대우 받으며 진료했어, 저 애들은 너무 많이 나와 등 서로 간에 오해가 있다.
송= 소통 부재는 경제적인 측면이 많이 작용한다. 취직해서 한 달 봉급 받으면 두 학기 등록금을 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월급 받아야 반 학기 등록금이나 될까? 수입이 현저하게 줄다 보니 피해의식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황= 물가를 고려하면 녹용 등 약값은 오히려 내려가는 추세다.

최=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약값이 비슷하니까 환자 분이 그럼 그때 얼마나 남겨먹은 거야 하더라. 세금도 전산화돼 누락되는 것이 없다. 그렇다 보니 빚 얻어서 세금 내는 친구들도 있다.

황= 본인 부담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의료비에도 잡히고 카드 수수료에도 잡힌다. 그 바람에 세금이 중복돼서 나오더라. 그러니 하나를 빼야 된다.

송= 소통 부재는 어느 사회, 어느 직종에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기 시간을 희생해서 참여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어떤 조직이나 분야나 문제가 생겨야 강해진다. 전쟁은 고통스럽지만 외적이 침입해야 단결하고 강해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여긴다.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배출 인원을 이제부터 줄여야 한다. 다른 직종과 달리 한의계는 70~80대가 돼도 은퇴가 없다”

-한의계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21세기 한의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인식이 필요한가.

최= 주류라는 자부심이 필요하다. 회원 4~5천명 때보다 결집력이 약화된 상태다. 한의사 대부분은 서너 명 거느린 소국의 임금으로 자만심에 빠져있다. 보수교육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강의를 다 듣고 평가해야 하는데 조금 듣고 딴짓거리 하기 일쑤다.

황= 제형 변화든, 진료양식 변화든, 다른 분야 진출이든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부응해야 한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시대착오적 자세에고 빨리 버려야 할 구습이다.

송=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다만 변화의 주체가 문제인데 지도부보다 30~40대가 자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나이 들면 보수화 경향을 띌 수밖에 없다.

-희생정신과 연대의식 강화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최창우 회장.  


황= 우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의쉼터 1만명 회원들은 소통이 활발하고 연대감이 강하다. 선배들은 이런 움직임에 귀를 열어야 한다. 피부미용으로 영역을 확장할 때 네가 무슨 미용사냐는 비아냥을 많이 들었다. 새로운 영역은 항상 이단시됐다. 약침도 추나도 그랬다. 이제 거침없이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송= 서로 접근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최=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 한의사들은 서로 인정 안한다.

송= 상호 인정과 관용이 아쉽다. 사회 지탄을 받을 의료행위가 아니면 일단 귀 기울이고 토론하고 법률도 지원해 주고 한의학의 근간과 빨리 매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최= 대한민국은 3만불 시대에 돌입했지만 한의계는 1만불 시대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소비 방식에 무방비 상태다.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 약의 경우 제형, 발효 등 다양한 변화가 시급하다.

“진짜 무서운 건 내일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인력 공급 감소가 미래 대비책

-KCD 적응은 잘 되가나.

최= 도입 초기라 어렵다. 한의학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지만 주류의학으로 진입하느냐 변방 지역의학으로 남느냐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통계에 잡힌다는 것은 정책에 반영되는 베이스라는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송= KCD 그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 시행 중인 것은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양의학 상병명을 수용했다. 이학적 검사 없이 진단명을 써도 될지 항상 갈등이다. 병명에 ‘상세불명’이라고 쓸 수밖에 없다. 나중에 통계 잡히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U-코드를 활용해 정체성도 살리고 KCD로 통계도 잡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황=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최=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향후 ICD에 전통의학 코드를 따로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의계가 U코드 보완에 노력을 쏟아야 하지 않나.

최= 당연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 U코드는 숫자가 너무 적다는 단점이 있다. 3년 정도 연구했다는데, 아쉬움이 많다. 회원들이 많이 불안해 한다.

-의료기사지도권을 얻기 위한 방책은 무엇이라 보나.

최= 한의사협회 선언문에 부족한 부분은 서양의학을 받아들여 채우겠다는 문구가 있다. 꾸준히 요구하고 달라붙어야 한다. 울어야 젖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송= 교육과정의 변화도 절실하다. 의료기사가 할 수 있는 영역에 일부러라도 오더를 많이 줘야 한다. 자꾸 활용해야 경험도 쌓이고 양의계 반발도 줄이고 국민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자연스레 인정해줄 것이다.

최= 콜레스트롤 측정기가 아니라 ‘어혈측정기’, 심전도기가 아니라 ‘심기도’ 등 한의학적으로 재해석한 의료기기 개발이 활성화돼야 한다. 

-협진제가 시행됐다. 대전지역 실태와 전망은 어떤가.

최=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양의계가 더 많이 걱정하는 것 같다. 반면 한의계는 안이하게 대처하는 듯하다.

-개원의들의 임상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최= 워크숍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이상한 풍토가 만연돼 있다. 학술대회 때 ID카드를 지급해서 출입과 퇴장시간을 엄격히 체크하는 등 제도적으로 강제해 이런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황= 인정의나, 전문의나 면허갱신제를 병행해야 한다.

송=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황= 임상가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변하려고 하는데 학교는 거꾸로 개원가의 기술을 빼앗아 사용하고 있다.

최= 새로운 영역에 대해 교육할 강사를 발굴하고, 임상에 대한 확신을 학교에서 심어줘야 한다.

“저 노인네들은 너무 편하게 대우 받으며 진료했어, 저 애들은 너무 많이 나와 등 서로 간에 불신과 오해의 골이 깊다”

-전문의 과목 신설을 어떻게 생각하나.

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빨리 매듭져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 다만 보수교육 강도가 웬만하면 포기할 정도로 높아야 한다.

황= 재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황치원 원장.


송= 전문의제 도입 초기에 한방가정의학과 신설을 주장했다. 그때 시행했더라면 지금쯤 정착 단계에 들어갔을 것이다. 헌데 개원가와 학교가 서로 양보하지 않아 결국 시간만 보내고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성과 연동된다면 수용해야 하지만 향후 발생할 문제를 예측하고 철저히 보완해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인정의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그룹도 있다. 어찌 생각하나.

황= 바람직하다. 양방도 그렇게 하고 있다.

송= 전문의 지원자가 줄어들고 교육기관이 부족해 우리도 인정의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최= 전문의 과목 신설 문제를 빨리 종결 짓고 인정의도 논의해야 한다.

송= 자격을 얻지 못한 후학들이 헌법소원을 낼 수도 있다. 그래서 양방도 2회에 걸쳐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는 원래 축제다. 한의협 회장 선거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번 회장 선거에 대한 단상을 듣고 싶다.

송=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협회장은 봉사하는 자리다. 이번 협회장은 임기 중에 지자체 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를 겪는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잘 활용하는 인물이 회장으로 선출된다면, 이는 한의계의 복이다.

최= 과열되지만 않는다면 다수 후보가 출마해 관심을 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대의원은 프라이드가 없다. 할 사람이 없어 집행부가 떠맡기는 형국이니, 대의원들이 일반 회원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대변할는지 미지수다.

-차기 협회장의 덕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송= 통합, 신념, 추진력이다. 주류에서 소외된 지금의 한의계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신념으로 전체 회원을 통합하고 행동하는 회장이 필요하다.

최= 한의사 2만명 시대인 만큼 구시대 비전으로는 안된다. 3만명의 시대를 대비하는 확고한 비전 속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황= 통솔력이 으뜸이다. 중장기 계획을 잡아 차분히 추진하는 정책 기획력과 대외활동력을 통해 통솔력의 실체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전지역 한의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목표를 세웠나.

최= 다른 지역에 비해 단결력이 높고 회무 협조도 잘 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지도자를 적극 양성하겠다. 앞으로 협회 중앙회나 정계로 뻗어나갈 인재풀 형성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앙회에 건의하고 싶은 건 없나.

송= 각 지역이 한의학 붐을 조성할 수 있도록 중앙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적 특성을 살린 사업을 발굴해주고, 지역 특성에 맞는 축제도 잘 개발해 많이 지원하면 좋겠다.

최= 대전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있으니까 현대 의료기기 전시회 등도 기획할 수 있겠다.

정리=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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