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의대, 상호 학문교육 수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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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의대, 상호 학문교육 수준 이하
  • 승인 2010.02.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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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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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미래의 한국 의학교육 어디로 갈 것인가’ 토론회

한의대- 의대, 상호 학문교육 수준 이하 
한미래포럼 ‘미래의 한국 의학교육 어디로 갈 것인가’ 토론회  

   
신좌섭 교수.
한의대와 의대가 각각 상호 분야를 각각 교육하고 있지만 교육내용과 질이 담보되지 못해 교육 취지와 달리 상호 학문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기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래포럼(대표 박왕용)이 2월26일 서울역 KTX 별실에서 연 세미나 ‘미래의 한국 의학교육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한양방 교육의 교류와 통합’이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8년 의과대학 22곳이 한의학 등 보완대체의학 관련 교육을 실시했지만 강의시간이 16시간 정도로 매우 적은 분량이며 내용도 각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라고 강조한 뒤 한의학 관련 교육의 문제점으로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불충분하고 △한의학 이론의 중간적·실효적 원리가 전달되지 않은 채 장상학설 등 상위 원리 전달에 집중하고 있으며 △활용이 불가능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은경 한미래포럼 부대표.
반면 한의대의 의학교육 문제점으로는 기초과목 치중과 양방 임상과목이 있어 최신지견이 희소하고 치료내용에 대한 한계 때문에 임상과 동떨어지고 비전문가에 의한 교육의 질 저하 등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김 교수는 또한 상대방 학문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어와 독점을 위해 과목을 설치하고 있는 점, 학문으로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은 양 쪽의 공통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의대 한의과교육 실효적 원리 위주로 재편돼야
한의대 의과교육 한·양방 임상과목 분리시켜야
 


   
이성재 교수.
교육내용의 질과 시간이 미흡하다는 점에 대해 패널들도 공감했다. 이성재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교실 교수는 “한의학 교육시수가 16시간 정도로 부족한 편이고 내용조차 각 대학마다 다르다. 한의대 교수들의 참여가 저조해 강의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라며 “특히 교육내용이 상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완대체의학 통합 교과서를 만들자’고 의과대학학장협의회에 제안했으며 올해 안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좌섭 서울대 의대 의학교육실 교수는 이에 대해 “통합교과서는 아니다. 가이드라인(학습목표) 정도”라고 해명했다.

백은경 한미래포럼 부대표는 “1980년대만 해도 양의들이 직접 교육했던 내용이 충실한 편이었는데 요새 후배들을 보면 한의대의 양방 교육이 30%나 되지만 내용에 대한 불만스러움이 많다”고 전했고,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교수도 “경희대는 의대가 함께 있지만 서로 간 인정하고 믿는 풍토는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유상 교수는 이어 “한의대의 의학교육 도입 과정은 선후가 바뀌었다. 의료법상 한의사에 대한 제도적 장
   
백유상 교수.  
치가 없던 상황에서 6년제로 전환됐고 업권 수호를 위해 의학교육에 대한 고민 없이 커리큘럼을 짜고 이후 방치돼 왔다”며 “때문에 교수나 학생들이나 의학교육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못한 채 갈등을 빚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좌섭 교수는 “얼마 전 한의대 교수들과 PBL에 대한 워크숍을 가졌는데 추론방식이 교수에 따라 달랐다. 의사국시에서 실기시험이 가능한 건 의학교육 표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표준화가 안된 상태여서 PBL 도입은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 교수들은 위기감을 크게 느끼며 과학적 토대나 교육방법 등 양방의 일정 부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 밝혔다.

김기왕 교수는 상호 학문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의 경우 우수 강사의 확보, 인과적·실효적 원리 위주로 강의, 새로운 교과서 제작 등을, 한의대의 경우는 교육목표 정비, 교육 성취도 평가 강화, 임상과목의 한·양방 분리, 수련의 교육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차라리 ‘의료 일원화’가 되면 상호 학문교육이 파행적으로 흐를 염려가 없다며 지나가는 말
최문석 원장.
로 의료 일원화를 역설적으로 거론했는데, 한양의계 패널들은 일제히 의료 일원화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의료 일원화가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료 일원화 부정적 반응… 학술 공동연구 데이터 구축 필요

박종형 경원대 한의대 교수는 “학문적인 접근이야 모르겠지만 개원가는 일원화에 대한 충격과 거부감이 클 것으로 본다”며 “학문상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상호의료가 허용되면 시간이 흐른 뒤 문제점들이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문석 녹색한방병원장은 “편의성을 이유로 서양의학을 좇기보다 각자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상호 발전
   
박종형 교수.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히 일원화보다 서로의 면허 배타성을 완화하는 방법, 예를 들어 한의계에 진단기기 사용권을 허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상호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 한의계가 한의학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한의학 안내서’를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성재 교수와 신좌섭 교수 역시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교수는 “만약 물리적으로 일원화를 시도하면 양측의 충돌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국가 정책상 상호고용이 가능해진 점을 비추어 볼 때 상호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 임상이나 연구교류 등을 통해 상호 간극을 메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신 교수는 “양쪽이 일원화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일원화 과정과 모델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크다”며 “의대가 한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통합 때문이 아니라 두 시스템이 병존하고 환자들도 둘 다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결과”라며 “의학계의 경우 일원화를 원하지 않으며 완전한 형태의 통합이나 일원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다만 “대학원 차원에서 함께 연구하고 특수 클리닉을 열어 검증하거나 임상 데이터를 쌓는 등 토대 마련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백유상 교수도 이에 공감을 표시한 뒤 “한의학 용어 등을 현재에 맞도록 정비하고 연구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연 기자

제25차 한의학미래포럼 발제문 요약
   
김기왕 교수.

발제: 김기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과대학의 한의학교육 문제점 △한의과대학의 의학교육 문제점 △의대와 한의대의 공통 문제점 △일원화 상황에서의 한의학교육 △학문 통합의 문제 등이다.

우선 의과대학에서 이뤄지는 한의학교육은 보완통합의학이란 과목에서 소개되고 있다. 보완통합의학에는 한의학과 보완의학 개론을 위시하여 영양요법에서 미술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목을 내포한다. 교육 현황을 보면 2006년 전국의 16개 의과대학에서 강의가 실시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최소 22개 대학으로 늘었다. 한의학과 관련된 강의내용으로 한의학 개론 혹은 일부에서는 한방치료법, 침구치료법, 본초학, 경락경혈 침술 등과 함께 음양오행학설, 사상체질의학 등도 강의되고 있었다. 강의의 주체는 보완요법을 공부한 의대 교수들이며 혹은 복수 면허자나 한의학 박사 등이 담당하고 있었다. 대한보완통합의학회가 권고하는 보완의학교육 16시간 중 한의학 2시간, 침술 1시간이 할애되고 있다.

그러나 의대 내 한의학 교육은 이러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불충분하여 왜 한의학을 배워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강의시간이 한의대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 부족의 문제, 강의 내용에 있어 장상학설이나 경락학설 등에 치중함으로써 실효적 원리가 전달되지 않는 점, 실제 활용이 되지 않아 그저 감상에 지나지 않는 교육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강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지역의 의대-한의대 교수의 방문 강의, 변증론치 과정을 중심으로 인과적/실효적 원리를 강의하는 교과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한의대의 현대의학 교육의 문제점은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선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나) 기초과목에 치중되어 있고, 임상과목은 따로 개설되지 않고 한의 임상과목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신지견을 알 수 없고, 어디까지 치료할 수 있는가를 전달하지 못하며 비전문가에 의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의료 이원화 체계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우선 한의대 교육목표를 정비하고, 임상과목에서 한방과 양방을 분리한 후 적절한 교수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또 교육 성취도 평가의 강화, 수련의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의료 일원화 체계에서는 한의대의 현대의학 교육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의대나 한의대에서 이뤄지는 상대 의학교육의 문제점은, 우선 알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방어와 독점을 위한 과목 설치라는 점이며, ‘학문’으로서 접근하려는 진지한 태도의 결여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 일원화 상황에서의 한의학 교육은 교육시간의 압박이 매우 크고, 학사 학위 취득 후 심화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연 학문의 통합은 가능할 것인가? 많은 사람이 이상적인 안으로 생각하고 한의사 내부에서의 요구도 있지만 실제로는 통합이 어렵고, 또한 통합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의학의 실증성 보강, 합리성 보강, 불문율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학문화’가 필요하다.

정리= 백은경 한미래포럼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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