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마프로젝트 4년차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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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프로젝트 4년차 빛과 그림자
  • 승인 2010.05.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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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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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진단툴 개발… 상용화 미지수
체질 진단툴 개발… 상용화 미지수
한의계 기대 반, 우려 반 교차

이제마프로젝트 4년차 빛과 그림자 

‘이제마프로젝트’는 한의계의 부흥을 가져올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교육과학기술부의 톱브랜드 프로젝트로 지원 받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일명 이제마프로젝트(연구책임자 김종열 박사, 과제명 ‘전통 한의학에 기반한 진단 및 약물치료 시스템 개발사업’)를 추진한 지도 햇수로 4년째를 맞았다.

사상의학에 근거한 체질 진단기술 및 체질 맞춤약물 개발을 목표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0년의 장기계획으로 사상체질 진단기기와 사상체질의 생물학적 특성 연구, 체질약물 개발 및 실용화, 사상체질 정보은행 구축사업 등을 주요 사업계획으로 사업 초기에는 총 1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연구비가 지원되자 한의계도 이를 환영하고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반면 양방 쪽에서는 의료 일원화 특위가 “비과학적인 연구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지 말라”며 공격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사업비로 매년 30억원 정도를 받고 있으며 교과부 관계자는 “천억은 확정된 금액이 아니다. 앞으로 사업비용이 늘어날 지 줄 지는 연구팀의 연구성과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연은 2009년까지 사업의 1단계 목표로 '체질 진단의 객관화'를 설정했다. 작년 4월에는 체질의학과 관련한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이제마프로젝트의 기기 개발 및 유전체 연구의 중간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진단 툴 개발이 가장 가시적인 연구성과로 꼽힌다. 해외 협력방안도 강구돼 2008년 12월 시스템생물학 석학인 데니스 노블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와 영국에서 1, 2차 워크숍을 가졌고 2009년 4월에는 체질의학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데니스 노블 교수를 초청했다.

노블 박사는 “한의사들은 이미 사상체질의 유전학적 토대를 연구하면서 분자생물학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체질이 유전체 수준의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 범위를 알아내는 작업은 흥미로운 연구가 분명하다”며 프로젝트의 성과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연결고리 덕분에 그해 9월에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발간하는 통합대체의학 전문 저널 eCAM 특별판에 총 13편의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를 보였다. 여기에는 체질의학과 시스템생물학과의 통합에 대한 데니스 노블 교수의 논문, 통합적 맞춤의학으로서 사상의학을 소개하는 김종열 박사의 논문을 비롯해 실제 임상에서 체질의학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임상연구 등이 실렸다.

개원가 “체질진단 의료인 임상경험이 더 중요”
연구팀 “전문가들 주장 객관적 판단 담보안돼”


1단계 사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정확성을 높인 체질진단 툴의 개발이다. 김종열 박사팀은 2009년 7월 정확도 80% 이상을 보이는 사상체질 진단 툴을 발표했다. 이는 사상체질의학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혀온 한의사 주관적인 판단으로 사상체질 진단의 객관성과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성과로 크게 보도됐다. 정확도가 80%란 점이 그 근거다.

김종열 박사팀은 4가지 방법을 근거로 정확도를 높였다고 주장한다. 안면 사진과 체형 측정자료, 혈액정보, 설문이 그것이다. 진단 정확도 80%는 연구원 체질정보은행에 축적된 임상적으로 체질정보가 정확한 2,000여 증례를 기준으로 하여 4가지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결과와의 일치도다.

2,000여 증례는 사상체질 임상경력 5년 이상, 90% 이상의 체질 처방을 사용하는 전문가에게 체질진단을 받고 4회 이상의 전문가 면담을 실시했으며 60첩 이상의 체질약물 치료 후 부작용 없이 호전반응을 보인 경우로 체질이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장현진 원장(전 사상체질의학회장)은 “체질정보은행에 기록된 증례들의 정확도를 90%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말을 토대로 하면 연구원의 진단 정확도 80%(남자 82.89%, 여자 79.50%)를 체질정보은행의 진단 정확도 90%와 교차시키면 거칠게 계산해 볼 때 약 72% 정도의 진단 정확도가 나온다. 연구팀의 결과에 비해 정확도가 다소 낮아진다. 그래도 이 정도의 정확도는 임상가 개인 별로 들쑥날쑥했던 진단 정확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임상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동의수세보원을 근거로 만든 체형기상론, 성질재간론, 변증약리론 등 3가지 방법에 걸쳐 체질 정확도가 95% 정도 된다고 주장하는 장현진 원장은 “체질 진단의 정확도가 높게 나타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통계적인 방법”이라며 “한의학연구원의 체질진단 툴은 기계적인 체질진단법이며 체질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오랜 임상경험에 의한 의료인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사상체질 전문 모 한의원장은 “체질 진단 정확도가 80%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뒤 “그러나 정확도의 비교 기준이 되는 증례들의 사상처방이 과연 정확한 지는 의문이다. 일부 사람은 본인의 체질과 맞지 않은 체질처방을 받더라도 패증 없이 호전될 수 있다”며 사상체질 진단기준의 정확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했다. 그는 또한 “사상체질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주장해 정확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경우는 성·정에 따른 체질진단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동의수세보원에 따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김종열 박사는 이에 대해 “개원의 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60첩 이하의 체질처방에선 88% 정도가, 60첩 이상에선 모든 체질에서 체질 별 약리반응의 호전반응 및 부작용 반응이 나타났다. 즉 60첩을 넘겨서까지 다른 체질처방에 호전반응을 보이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우리 연구팀의 방법이 100%의 체질 정확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전문가의 자격을 제한하고 더불어 임상적 약리반응을 진단의 정확도로 활용한 것은 체질을 명확하게 진단하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객관적인 툴을 만들고, 정확도가 근거에 따라 명확하게 수치로서 증명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임상 전문가들은 임상경험을 통해 쌓인 진단능력을 가장 믿을 만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이고, 또한 기계적인 판단은 신뢰성이 높은 방법 중 하나로 참고사항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해결과제다. 연구팀은 진단 툴의 실용화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확도 85%가 목표다.

1단계 보고서 실적 C등급… 아쉬움 속 분발 학수고대
매년 사업비 30억원 지원… 연구성과 따라 지원 좌우


그러나 실용화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연구팀이 진단방법 중 가장 중요한 판단 툴로 꼽은 안면 분석의 경우 특징점 찍기를 수동으로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진단 툴이 실용화되려면 특징점이 자동 추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징점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술은 현재 30% 정도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혈액 분석도 한의원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혈액 대신 음성이나 피부와 같은 비침습적 방식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설령 실용화가 될지라도 개원의들이 사용할는지도 미지수다. 장현진 전 회장은 “진단 툴이 실용화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진단 툴의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경우 개원가에서 대중성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연구팀의 진단툴에 대한 확신을 임상가들에게 심어주는 작업 역시 어렵다. 정작 임상에서 활용이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의 진단 툴로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듯 김종열 박사는 “정확도가 높은 진단툴 개발에는 정확도 높은 샘플의 다량 확보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한의계는 나만이 옳다 하는 자세를 버리고, 사상의학을 체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연구사업에 적극 협력해 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이제마프로젝트는 진행 중인 추진사업인 만큼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다. 다만 국가의 과제인데다 대규모 지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중간평가는 피할 수 없다. 작년 말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에 제출된 중간보고서에 따른 평가결과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바이오 분야’ 국가과제 총 44개 중 이제마프로젝트는 C등급(S-A-B-C-D 順)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구실적 평가는 상대평가이고 등급 자체가 강제 배정되는 비율이 있다 보니 다른 과제들의 질적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도 등급이 낮게 책정될 수 있다”며 “특히 한의학은 이공계 분야에 비해 논문이나 기술 이전 등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분야여서 절대평가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연구 결과의 성취도가 다소 미흡해 등급이 낮게 평가된 것 같다”며 “한의계에서는 몇 안되는 국가 지원사업이고, 대규모 프로젝트인 점을 감안해 연구팀이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으로 체질약물 DB 표준화와 체질 후보유전자 기능연구 및 입증, 체질맞춤약물 개발 및 실용화 등 어려운 난제들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해외와 연구협력도 중요하다. 데니스 노블 박사 이외 주요 협력자 다변화 등을 풀어가야 한다. 이제마프로젝트는 사업완료까지 6년 정도 남았다.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한의계는 지금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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