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이제 다시 희망을 말하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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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이제 다시 희망을 말하자(상)
  • 승인 2010.05.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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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룡

윤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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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희망을 말하자(상) 

역사를 돌아보면 크든 작든 위기가 있고, 그 대안도 나왔다. 다만 대안을 외면했을 때 위험은 현실로 나타났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이나 황윤길의 일본 내침설 등이 제기됐지만 조정은 애써 외면했다. 결국 한반도는 7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임란은 조선 건국 200주년에 터졌다. 당시 조선은 유교의 꽃을 활짝 피우고 열매를 거둔 시기였다. 달리 말해,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팽배했을 것이다. 이런 풍조를 타파하려면 위정자들이 자기 살점을 깎아내는 개혁의지로 진일보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이념의 집단이나 영웅이 나타나 易姓革命을 이뤘어야 했다.

그런데 조선 위정자들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해 왜란도 모자라 호란까지 겪었다. 양란을 통해 이순신이란 걸출한 영웅과 광해군이란 뛰어난 군주를 얻었지만 사대부나 일반 백성의 역량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어서 새 시대를 열 밑거름이 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조선은 청나라 신하국으로 전락했다.

그 뒤의 후기 200년도 위대한 조국이 아니었다. 사색당파로 날을 지새다 18세기 영‧정조 부흥기를 맞았으나 정조가 1800년 급작스럽게 붕어해 19세기를 고스란히 안동 김씨의 암흑정치로 흘려보내야 했다. 그 와중에 반짝 핀 실학자들도 한계가 뚜렷했다.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청나라에 집중해 잠재적 경쟁자였던 일본에 뒤쳐졌고, 뒤늦게 정권을 잡아 외척을 물리치고 개혁정치에 나선 흥선대원군이 내치를 정비하는 사이 근대화 열차에 재빨리 승차한 일제에 조선은 먹히고 말았다.

올해 조선 망국 100년 되는 해
한의, 양의에 밀려 쇠락 105년


그렇다면 지금 우리 한의계는 어떤가? 세계의학의 주류를 지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16~17세기 혹은 19세기 조선의 길을 걷고 있는가? 올해는 그 조선이 망한 지가 100년 되는 해이고, 한의학이 서양의학에 밀려 쇠락한 지는 105년이나 됐다.

지금 한의계가 다들 어렵다고 한다. 해방 후 제헌국회 때 한의사제도가 부활한 이후 제도권의 폄하 속에서도 시대적 요청에 의해 우리 한의학은 한약분쟁을 넘어 찬란한 중흥기를 맞이했고 뒤이어 2000년대 초, 단군 이래 최고의 頂点을 찍고 두 번의 협회장 탄핵사건을 겪으며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탄핵사건은 분명 민의의 반영이란 긍정적인 면과 함께 잃은 것도 많다. 선배들의 장점을 계승하고 단점을 보완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오히려 세대 간 단절만 초래했다. 새 전통의 창출은 고사하고 하향평준화만 가져왔다. 즉, 더 좋은 집을 짓겠다며 옛집을 허물고 이제껏 방치한 셈이다. <계속>

윤한룡/ 전 경기도한의사회장. 경희한얼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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