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 수립과정 연구 주요 자료
작성자 생전 제자일 가능성… 사료적 가치 높아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9)- 제명진편 발굴 과정 

2001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발간된 <한국의학자료집성Ⅱ>에 <보제연설 普濟演說>과 함께 <동의수세보원> 집필 시기에 나온 사상의학 관련 저작으로 <제명진편 濟命眞篇>이라는 책의 소개와 함께 한독의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필자의 모임에서 이 자료를 보고 전부터 한독의약박물관에 문의를 했지만 일산문고에 있으며 정리가 안되서 찾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그래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한독약사관에서 발행한 <고대의약서목록>을 어렵게 구해서 <제명진편>을 찾아내 분류번호까지 확인하게 되었다. 목록에는 고 김두종 박사가 한독의약박물관에 기증한 일산문고에 들어있으며 ‘咸泰鎬 序, 李濟馬 原著’라고 기록되어 있어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동무 공께서 <동의수세보원(갑오본, 신축본)>과 <격치고>, <동무유고(장서각, 북한보건성)>, <보제연설>(추정) 외에 또 다른 저서가 있다면 사상의학을 공부하는 이에게 그보다 더한 경사가 어디 있겠는가.

몇 번 연락해 성사되지 않던 터라 충북대학교 천문학과에서 강의를 들은 인연으로 회원들에게 고천문학을 강의해 주시는 서울교대의 이용복 교수님(지구과학교육과)께 “학교에 계시는 교수님께서 박물관 측에 얘기해 주시면 좀 성의 있게 찾아 보고 좋은 대답을 들을 것 같습니다” 하고 부탁드렸다. 이 교수님께서 사정을 들어보시고는 직접 박물관에 연락해 책을 열람할 수 있도록 요청해 주셨고, 박물관 측에서도 예상대로 적극적으로 알아봐 줘서 드디어 2009년 6월5일 음성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목록에는 고 김두종 박사가 한독의약박물관에 기증한 일산문고에 들어있으며 ‘咸泰鎬 序, 李濟馬 原著’라고 기록돼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제명진편>을 보기 전 들러본 일산문고의 전시실에서 <동의수세보원 갑오본>으로 표시된 책이 있어 나중에 꼭 열람을 하려고 벼르다가 지난 6월3일 가서 보니 갑오본(1894)이 아니고 신축본(1901)을 잘못 적어 놓은 것을 확인하고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에 보관된 신축본보다 상태가 아주 좋았다. 신축본을 직접 만져보기도 어디 쉬운가.

부푼 기대를 안고 열어본 <제명진편>은 목록의 소개와는 달리 동무공의 저서가 아니었다. 서문 처음에 <의학자료집성>에 소개된 대로 함태호라는 분이 동무공을 만나서 <수세보원>과 <내경일편>을 받아 3년간 연구하여 의학의 이치를 크게 깨달았다는 내용이 있다(余於戊戌仲冬, 往于大紅壇下, 逢拜錦塘李先生[先生卽李濟馬]授之, 以壽世保元內經一篇, 擎讀三年之餘, 方始大悟醫門條理矣).

그러나 동무공의 저서가 아니라 해도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책이 발굴된 의의가 있고, 초창기 사상의학 수립시기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며 작성자가 동무공의 주변 인물이거나 생전 제자일 가능성이 높아 사료적 가치도 크다는 평도 있다. 참고로 한국의학자료집성 일부를 소개한다.

“한편 <동의수세보원> 집필 시기에 나온 사상의학 관련 저작으로 알려진 것 중에 함태호의 <제명진편>이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고종 35년(1898)에 함태호가 지은 의서로써 그의 자서에 의하면 ‘고종 35년 겨울에 저자가 이제마 선생을 만나 수세보원내경일편을 전수 받아 3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얻은 바 있어 이것을 기초로 하여 삼음(三陰), 삼양(三陽), 육십사괘(六十四卦), 변역법(變易法)을 서술하고 <제명진편>이라 하였다’고 적혀 있으며 현재 한독의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중략) <제명진편>과 <보제연설> 두 책은 모두 사상의학설의 형성과정에서 나온 중요 자료로 오운육기와 사상육경설 등을 결합하여 부여한 점에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전자에는 침구법이 응용되어 있고 후자에는 경험약방을 수록한 점이 차이라면 차이인데 서둘러 자료의 공개와 함께 사계의 연구를 촉구한다.”(한국의학자료집성 중)

이정우/ 동의형상의학 반룡수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