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처방 다른 부양스타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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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처방 다른 부양스타일 흥미롭다”
  • 승인 2010.09.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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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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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델 라이징 동의료원한방병원 진료 참관
“매번 처방 다른 부양스타일 흥미롭다”
부양론 배우러 이역만리 탐방… 벽안의 전통의학자

르포/ 아델 라이징 동의료원한방병원 진료 참관

부산 동의대 부속 동의료원한방병원 한방내과 의국실. 오전 7시30분이 되자 수련의가 한두 명씩 모여들었다. 아델 라이징 씨도 모습을 나타냈다. 큰 키에 푸른 눈. 단정히 틀어올린 금발머리가 인상적이다. 그는 미국 퍼시픽칼리지에서 본초학 주임교수로 근무하다 3년 전 그만두고 뉴욕에서 전통의학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8월 초 한달 간 연수일정으로 부산 땅을 밟았다.

9월4일 오전 8시40분. 아침 컨퍼런스를 마치자마자 황 교수와 수련의들이 9층 입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아델 씨도 뒤를 좇았다. 회진 때는 컨퍼런스에서 브리핑 받은 환자의 상태를 황 교수가 직접 확인한다. 이날 본 환자는 총 6명. 차례대로 환자를 찾아 진맥을 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황 교수의 곁에서 아델 씨의 눈빛은 마냥 빛난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환자들도 벽안의 그를 낯설어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환자들에게 “Good morning” “How do you feel Today?” 등 인사말을 던지며 친근감을 내비쳤다.

황 교수가 환자를 면담하고 나면 그는 곧바로 환자의 맥을 짚었다. 얼굴 표정이 무척 진지하다. 변증이 있는지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맥을 짚는 모습은 일지(한손가락)다. 황 교수와 같다. ‘부양론’을 황 교수에게 직접 배웠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황 교수와 인연으로 내한했다. 2003년 미국 뉴욕의 한의사회의 초청으로 특별강연을 할 때 아델 씨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 아델 씨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Real Oriental Medicine이었다”고 당시 경험을 설명했다. “중의학은 문화혁명 이래로 과학적인 현대적인 의미가 강조되면서 전통적인 중의학의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 어떤 질환엔 어떤 증이란 식으로 공식화됐다. 반면 한국의 한의학은 전통적인 한의학이 그대로 살아있다”며 둘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짚었다.

아델이 낯익은 재진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델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퍼시픽컬리지에서 OM(Oreintal medicine) 교수로 활동했고, 지금은 뉴욕에서 OM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침과 뜸 외에도 허브(한약)처방도 자주 이뤄진다고 한다. 기네스 펠트로 등 유명 인사들도 그녀의 단골환자란다. 특이한 점은 VIP 환자일수록 처방하는 한약은 한국의 한약재로 만든 것이 많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중국의 한약재로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한약재는 한국산 한약재보다 덜 깨끗하고 질이 낮아요. 한국 한약재는 보다 약성이 강하고 더 효과적이지요. 무엇보다 맛이 좋습니다.” 아델 씨가 질 높은 한국의 한약재를 공급받게 된 데는 황 교수가 중간에서 역할해준 덕이다.

그는 한국에서 한달 간 체류하는 동안 황 교수가 환자를 보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임상에서의 부양론의 적용을 체득하는 것 외에도 황 교수의 이끌림에 따라 매주 한국의 문화체험도 했다. 특히 지리산 등반과 석곡 생가에서 석곡 선생이 만든 인체 해부도의 실제 목각본에서 인쇄한 종이를 선물 받은 것을 두고는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회진이 끝난 뒤 그는 황 교수의 진료실에서 오전 외래진료에 참여했다. 황 교수가 환자를 볼 때면 그녀 역시 곁에 앉아 환자의 맥을 직접 짚거나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후 황 교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또 황 교수가 그녀에게 처방에 대해 묻기도 했다. 아델 씨가 대답하면 황 교수는 부양론에 입각한 조언을 덧붙인다. 아델 씨는 부양론에 대해 말할 때마다 ‘부양 스타일’이라고 칭했다. 그는 황 교수에 대해 “환자에게 매번 다른 처방을 바꾸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소문대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로 ‘염담허무(무위당 선생의 철학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평안하게 해서 생각을 비워 없애라는 뜻)’를 그는 짚었다. 그동안 처방이나 환자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가 고착화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아델 씨에게 좀 더 많은 지식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 황 교수는 2주 전께 대전에서 매달 열리는 소문학회 정기 공부모임에 그녀를 데려가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국어로 소문대요를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 교수가 미국에서 다시 한번 부양론에 대해 강의할 수 있도록 주선하겠다는 계획도 귀띔했다.

이날 오전에는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재진환자들이 많아 침과 뜸을 주로 시술했다. 그는 여전히 환자 한 명마다 맥을 짚는다. 한달 동안 진료실에서 마주했던 그녀를 알아본 환자들은 알은 체를 했다. 아델 씨가 “9월7일 떠난다”고 하자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출국 소식을 미리 들었던 한 여자환자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간직했으면 한다”며 부채와 달마도를 선물했다. 아델 씨는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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