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기획] 陳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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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기획] 陳皮
  • 승인 2003.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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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식물은 무엇일까" 관심 밖의 行氣藥

'橘化爲枳' 품종, 科만 같으면 한의약 효과도 같을까?

理氣健脾 燥濕化痰 작용

産地 따른 약효 차이 연구돼야


神農本草經에 '六陳八新'이라고 하여 狼毒 枳實 陳皮 半夏 麻黃 吳茱萸는 오래된 것이 좋고, 蘇葉 薄荷 甘菊 赤小豆 獨活 澤蘭 款冬花 槐花는 새 것이 좋다라고 나와 있다.

새 것은 채취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데 오래된 것은 얼마나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1년, 2년, …, 10년?

귤피에는 방향성 에센샬오일 성분이 있고 이 성분에는 少陰氣가 있어 생귤피는 발열제로 쓰고 보양성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성분이 다 날라 간 다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된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는 이상인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설명을 듣고 '陳'의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오래되면 부패의 우려가 있고, 냉동창고와 같은 보관시설이 잘 발달돼 있지 않던 시대에 1년 정도가 고작이었으리라….

쓰임보다 대접받지 못하는 약재

廣陳皮 陳廣皮 新會皮 橘皮 貴志 黃橘皮 紅皮라고도 불리우는 진피는 理氣健脾
燥濕化痰의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재로 나와 있다.

臟腑經絡의 氣機가 失調된 모든 병증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는 말처럼 한약처방에 들어간 약재를 살펴보면 약방의 감초식으로 자주 접하는 약재가 진피다.
그런데 대접은 이만 못한 것 같다.

제주 등지의 오렌지 공장에서 음료수를 생산하고 남은 귤 껍질이 한약재 가공업자들에게 선택되어지면 말려져 진피가 되고 선택되지 못하면 쓰레기 더미와 함께 재가되어 날라 간다.

그래서 한약재 시장에서 국산은 500g에 1500원 수준, 중국 수입산은 8∼900원에 거래된다. 값이 비싼 약이라야 좋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귤 재배 때 다량의 농약이 살포되는 점을 감안해 정선되어 건조되고 절단·포장돼 한의계에 공급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계속된 종자 개량 속에 기원식물 제각각

귤은 음료수로 수요가 많기 때문에 품종의 개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맛이나 수확량을 떠나 껍질의 의약적 효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까지 논의된 적조차 없고 한의계에서도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한의학권에 속해 있는 나라의 규정도 제각각이어서 원전에 나와 있는 진피가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우리나라 대한약전에 진피는 우리가 먹는 귤, 온주밀감(Citrus )의 껍질이라고 나와 있고 중의학대사전에는 Citrus tangerina Hort. et Tanaka의 껍질이라고 나와 있다. 북한의 약전에도 귤과 C. nobilis와 홍귤 C. deliciosa를 지칭하고 있다. 또 1999년과 2000년에 연이어 출간된 경희대와 성보사의 동양의학대사전에도 각각 다르게 나와 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芸香科식물을 지칭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북한만이 여기에 산초과를 첨가시켜 놓았을 뿐이다.

한약재 산지를 돌아다니며 고전에 나와 있는 한약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구의 허담 원장은 진피의 기원식물로 북제주군 서부의 애월읍에 있는 산물 즉, Citrus sunki를 기원 식물로 보고 있고 이상인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다.

Citrus sunki는 감귤나무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제주 감귤연구소에서 진피로 제시하고 있는 종자이다.

적은 물량이지만 제주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이 진피를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크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 싼값에 유통되는 진피와는 조금은 다른 면이 있는 듯하다.

현재 한의학에서 약용으로 쓰고 사용하고 있는 감귤나무의 종류로는 산물(Citrus sunki)과 온주밀감(C. unshiu) 이외에 청피(C. nippokoreana; 청귤나무의 미숙한 과피) 지각(Aurantii Pericarpium) 당유자(C. grandis) 유자(C. junos) 등이 있다.

감귤나무가 이렇게 많다보니 운향과(Citrus)에 속하는 감귤은 모두 진피로 사용해도 좋다는 해석까지 나왔나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橘化爲枳'라는 말이 있듯이 귤은 재배되는 지역에 따라 맛과 모양이 바뀐다. 먹었을 때 맛과 모양도 지역에 따라 차별성을 인정하는데 막연히 같은 科라고 해서 원전에 나타난 그대로의 약효를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본초강목에 도원경 선생의 "양자강 동쪽 것이 좋고, 장강 서쪽 것은 그만 못하다"라는 대목이 기록 돼 있다. 이것은 진피의 품종과 자라난 지역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 아닐까한다.

아무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약재라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때는 조그마한 의문이라도 계속 확인해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종류가 많고 흔히 구할 수 있어 임상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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