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 인정 건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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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 인정 건수 ‘전무’
  • 승인 2010.11.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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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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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건수 미흡… 근거부족 이유 탈락
신의료기술 인정 건수 ‘전무’
신청 건수 미흡… 근거부족 이유 탈락 

한의계 화두는 보험급여화다. 새롭게 개발되거나 정리되고 발전된 의료행위가 보험급여화가 되느냐 안되느냐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때문에 신의료기술평가심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한의계가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한의계에서 신의료기술 신청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실례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신의료기술평가심의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치된 2007년~2010년 한방에서 신의료기술이 신청된 건수는 전체 신청 건수(620건)에 비교하면 극히 일부(24건, 1.9%)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청 건수 중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건수는 지금까지 단 한건도 없다.

이러한 데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까지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신의료기술을 신청한 적이 있는 A교수는 “2008년 신의료기술을 신청했으나 보류됐다. 보류된 경우 임의비급여로 신청한 자에 한해 수가를 받을 수 있게 돼있어 수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류된 이유에 대해 “내가 신청한 신의료기술행위가 양방의 의료행위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보류된 것으로 안다. 이는 IMS 문제가 한방의 침술행위가 비슷한 이유로 결정이 보류된 것과도 연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방 진단과 관련해 2007년 신의료기술을 신청한 적이 있는 또 다른 신청자인 B교수는 심의 자체가 반려됐다. 신의료기술평가심의위의 ‘반려’등급은 “잠재적 이익이 없을 것 같은 기술”일 경우다. 그는 반려된 이유에 대해 “한방과에 속한 위원들이 반대한 것으로 안다. 근거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개인적인 견해여서 편협한 얘기가 될 수 있어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 내가 신청한 기술은 질병의 판단 근거로는 부족하겠지만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진단 근거로 임상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아토피환자의 한방제제를 통한 혈액면역학적 개선 치료’로 신의료기술을 신청한 성베드로한방병원의 경우도 “근거를 마련해 유효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병원 측의 주장과 달리 심의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신청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한의계 내부의 자성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한의대 교수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제일 우선돼야 할 판단 근거는 유효성 및 안전성 문제다”라며 “유효성 안전성 재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엉성한 자료로 신의료기술로 신청하는 것은 지양돼야 할 일”이라며 한의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선희 팀장은 “그동안 근거를 마련하고 유효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 등이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신청 건수도 부족했고 신청했더라도 심의위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한 근거는 단지 논문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환자치료기록(차트)같은 환자의 치료기술로 유효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는 모두 평가하고 있다. 다만 한의학의 원리로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는 판단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위원회 양방 관련 인사 다수 포진
연구 인프라 태부족 지원책 마련 시급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심의위의 위원들 자체에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1기 위원회가 한의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팍팍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목소리다. A교수는 “한방 심의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모 교수가 내가 신청한 의료기술이 자신의 과와 비슷한 치료행위라는 이유로 기권표를 던졌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견해로 안건을 접근하는 것은 문제 있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의료기술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각 단체에서 추천하는 인물로 위원들이 구성되므로 추천 단체의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1기 때 한방과 관련한 안건들이 모두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한 데는 해당 영역의 위원들이 오히려 반대했던 경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연구교수가 태부족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만 관심이 부족하다는 해석은 피상적인 접근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상교수인 D한의대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보는 데만도 벅찬 상황에서 신의료기술까지 관심을 두기란 쉽지 않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의 근거를 만드는 작업은 엄청난 시간과 공이 들어가는데 특히 우리처럼 지역 대학이면서 교원 수가 부족한 곳의 경우는 맡은 직무만 하기에도 벅찬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교원 수 공급 확대나 연구교수제 도입 같은 근본적인 개선이 없이는 임상교수들에게 신의료기술 신청을 독려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 심각한 것은 신의료기술 신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A교수는 “신의료기술을 신청할 때도 제반 준비를 개인적으로 알아서 했다. 주변인들의 자문을 구하긴 했지만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신청 당시 관련 문헌정보, 즉 논문을 수편을 내라고 하는데 양방과 달리 환자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두 편도 아닌 여러 편의 논문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과거 신의료기술평가심의원회가 설치되기 전에는 복지부 내 한방전문위원회에서 한방의료행위의 보험급여를 심의하고 인정해 줬지만 이 업무가 신의료기술평가심의원로 이관된 이후, 특히 위원 20명 중 한방위원은 2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방의료행위가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의협 치협 한의협 보건의료소비자단체 변협 등 각 단체가 추천하는 위원들 20명 중 의사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교수는 “의협이 아닌 다른 단체에서 추천한 위원들 중에는 의사 출신이거나 의사이면서 추천받은 인물들이 대다수여서 실제 의협에서 추천한 9명이 아닌 그보다 많은 수가 의사의 입장에서 심의를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임상교수인 E교수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잣대는 EBM이다. 그러나 양방에 비해 한방의 EBM 역사는 짧다. 양방의 경우는 외국에서도 수많은 사례와 논문들이 쏟아져 나와 근거를 제시하기 쉽지만, 한방의 경우는 우리나라나 일본 등 일부에서만 논문이 나오는 상황이다. 연구인력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인프라 자체가 비교대상이 안될 정도인데, 같은 근거와 판단 잣대를 가지고 두 분야의 행위를 분석하고 심의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상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1기 위원은 “과거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내부 설문조사 과정에서 불합리한 제도 적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일개 개인의 목소리보다는 단합된 목소리, 즉 한의협이나 학회 등이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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