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천연물도 의약품이다.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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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천연물도 의약품이다. 세계는 지금...
  • 승인 2011.09.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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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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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한약재를 배합한 처방으로 의약품 허가심사 자료를 제출하고 임상을 거쳐 허가를 받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웠다. 따라서 특별히 예외조항으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해준 제도가 기성한약서를 근거로 한 처방은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된 것으로 보아 심사를 면제해 준다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이 제도로 인해 그동안 많은 기성처방들이 의약품으로 생산되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 동향은 천연물에 기반한 의약품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인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도 더 발전적인 제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 Botanical Drug의 경우 식물자원에서 제품을 개발할 경우 활용목적에 따라 식품,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일반/전문의약품 등으로 다 개발가능하며 임상시험을 할 경우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될 수 있고 독점판매권도 보장된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이라고 할지라도 효능이 입증되면 의약품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유럽의 규정에는 기성한약서 처방같은 Traditional Herbal Medicinal Products외에도 Herbal Medicinal Products, 한약재인 Herbal Substances, 증류, 추출, 분획, 정제, 발효 등이 가능한 Herbal Preparations가 있다.

또한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서양의 전통의학인 Naturopathic Medicine에서는 전통적 효능을 약리학적으로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 약재들이 다 주류서양의학에서 인정받고 의사들이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이 전통에 기반한 ‘한약’들이 현대화되어 의약품의 조건인 품질과 안전성 유효성자료 제공을 위해 약리학적 효능이나 독성시험, 임상시험 등을 거치고 GMP시설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세계적 흐름 하에서 우리가 기성한약서 10종에 적혀 있어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면제받은 최소 110년 전 처방들만을 한약제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엄연히 천연물인 한약과 한약제제라는 용어가 있지만, 식약청에서는 이러한 외국의 제도들을 도입하여 천연물의약품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8월 30일(화)에는 천연물의약품 개발전략에 대한 워크숍을 한다. 한약제제는 약사의 업무범위라고 약사법에 확실히 못박혀있는데도 왜 한약제제라는 용어를 안 쓰는 것일까?

이 천연물의약품들의 타겟은 의사시장이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쓰지도 않으면서 한약이라고 주장하여 제품판매가 막힐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가 약리학적 효능이 입증되어 의사 약사가 이해할 수 있는 의약품을 원래 한약이었으니 한의사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와 함께 한의사도 당연히 쓸 수 있고 보험에 등재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뿐이다.

복지부는 이미 2년 전에 “한의사가 환자를 진찰한 후 일반의약품 또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한약제제를 처방하고 직접 조제하는 행위는 적법한 행위로 판단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에 의해 지원되고 한방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된 한약들도 양방보험에 등재되어야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다. 한의사를 위한 현대적 한약제제를 만들고 발전시켜 사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 한방제제를 본 따서 만들어 약국에서 판매되어 온 제제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적합한 제제와 시스템은 없었다.

그러니 한약처방의 의약품화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면, 쓸 처방이 없어서 못쓴다. 믿을만한 제품이 없어서 못쓴다고 말하기 전에, 한의사들이 주체적으로 최적의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들이 어떤 것이며 어떤 품질을 갖춰야 하는지를 고민하여 현대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의약품으로 나오면 직접 사용하여 한의약품 시장이 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대화된 한의약품이 나와 환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한의치료의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절대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한약의 현대화는 한의사들이 제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찾아 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김윤경 /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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