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저자 김남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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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저자 김남일 교수
  • 승인 2011.11.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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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기자

석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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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근현대시기에 활동한 어의, 교육자, 한의사 단체장, 학술지와 한의학 신문 창간자, 독립운동가 등 한의학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을 소개한 「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사진>이 출판됐다.
일제강점기에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탄압받고, 해방 후 서양의학의 유입으로 과거의 의학, 비과학적인 학문으로 치부되어 제도권의 주변부로 밀려난 한의학을 대중 의학이라는 자리로 돌려놓으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쏟아 부은 인물들을 경희대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김남일 교수가 찾아내 책으로 집필한 것이다.

 

 

취미생활로부터 시작된 근현대 한의학 발자취 더듬기
김남일 교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에 있을 무렵인 80년대 후반부터 한의학 관련된 책을 모으기 위해 헌 책방을 찾아다녔다. 그때는 단순한 취미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역사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한의학 관련 인물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는 그 인물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무렵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故 홍원식 교수가 그에게 근현대 역사를 정리해야한다는 말을 하게 되고 2005년 12월, 민족의학신문사로부터 ‘근현대 한의학 인물’에 대해 연재해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근현대 한의학 관련 인물에 대한 연구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자료 수집을 하면서 이 시기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생겼기에 이러한 제안이 매우 매력적이라 느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자료를 수집 정리할 기회를 준 민족의학신문사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민족의학신문에 ‘근현대 한의학 인물’을 연재하다 2~3년 뒤, 한의신문을 통해 ‘의사학으로 읽는 근현대 한의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한의계를 위해서 이런 연재물을 한 번에 책으로 집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 십 년간의 노력.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 그는 이 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모았을까?
“자료의 일부는 기증을 받았습니다. 1998년에는 경희대 한의대 학장을 지내셨던 故김정제 교수님의 집안에서 자료를 기증받았고 故 김영훈 선생님의 유품을 아들 김기수 대사님이 1999년 경희대에 기증해 주셨습니다. 그 기증 자료 안에는 일제강점기에 간행되었던 한의학 학술잡지와 각종 문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만큼 귀중한 자료들을 기증해 주셨습니다.”
경희대 한의대 14기 최진창 원장 집안에서도 자료를 기증해주었으며 강원도 한의사회 임일규 명예회장도 자료를 기증해줬다. 그렇게 그는 20년 넘게 근현대 관련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 그리고 그 노력의 산물이  「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이다.

과거를 봐야 미래를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책의 집필과정을 통해서 의외로 본인이 모르고 있던 부분들을 깨닫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역사 속에 숨겨진 힘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 매스컴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는 항상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부족한 콘텐츠가 극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한의학에 대한 좋은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자료가 각종 매체에서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는 소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듯 그는 근현대 한의학에 대해서 한의사들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한의학을 홍보하는 방법과 한의학 저변을 넓히는 방법 중에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선배 한의사 중에서 훌륭한 일을 했던 사람들을 새롭게 조명해서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책 속에서 일제시대 때 한의학이 어떻게 핍박받았는가를 주의 깊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일제시대 때 위생제도나 침구사 제도같이 한의학을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들 속에서 선배 한의사들이 일제시대라는 어두운 터널을 어떻게 뚫고 왔는가를 읽어보면 그들이 한의학의 부흥을 위해 어떤 노력과 투쟁을 했는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 기나긴 과정을 음미해봄으로써 현재 한의학 발전을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선배 한의사들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앞으로 그는 할 일이 많다. 한의학의 학파에 관련된 책을 집필할 예정이고 아울러 우리나라의 한의학 틀 속에서 계속 이어져 내려온 가문들에 관련된 책도 집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선배 한의사들의 정신을 한의대 학생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한의학의 정신. 그 정신을 가르쳐주기 위해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이라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가 한의학 인물 연구가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하네요(웃음).”
체계적인 교과과목 개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한의사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의학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의학을 탓하기 보다는 선배 한의사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 학문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학을 세계화, 현대화, 체계화시키려는 노력들은 선배 한의사들의 정신 속으로부터 나옵니다.”
언젠가는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므로 그걸로 만족한다는 김 교수. 그의 수십 년 간의 노력으로 출판된 이 책이 미래 연구의 초석이 되길 그는 희망했다.

석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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