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 감독이 고발한 ‘막장의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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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 감독이 고발한 ‘막장의료’ 현장
  • 승인 2011.11.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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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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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다큐 영화 <하얀 정글> 시사회 개최

한 의사가 진료현장에서 느낀 의료시스템의 문제점들을 내 부자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11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하얀 정글’ 시사회장에서 송윤희 감독(32·산업의학과 전문의)은 “필요에 의해 만들었고, 창작자로서 의사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후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기존의 많은 시민사회단체에서 고민해서 만들어 놓은 담론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모두가 다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얀 정글’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막장 의료’로 전락한 병원을 상징한 말이다. 감독은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 아닌 하얀 정글로 치닫게 된 과정들을 의료계 안팎의 충분한 사례조사와 연구보고서를 제시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했다. 또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 환자들의 거침없는 증언을 토대로 ‘의술’이 ‘상술’로 전락해버린 대한민국 병원의 실상을 파헤쳤다.

송 감독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선진화정책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정부는 ‘IT가 아닌 의술이 21세기 대한민국 먹을거리’라고 선전하는데, 본질은 의료보험 민영화 및 영리병원 허용”이라며 “의료서비스를 민간에 맡긴 채 경쟁만 부추기면, 돈 없는 사람은 병원 문턱 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얀 정글 속에 사는 의사들은 휴대폰에 당일 예약환자수가 문자로 전송돼오고, 아침회의에서는 실적이 높은 순서대로 줄 세워지며, 환자들에게 고가의 의료기기 사용을 권유하도록 강요받는다. 원무과 직원들은 수납 없이 진료를 받게 할 경우, 시말서까지 써야하는 형편이다. 직원 컴퓨터에는 ‘환자의 99%는 도둑놈이다’라는 말까지 새겨져 있을 정도다. 

고가의 장비들은 탐욕스럽게 진료실을 차지하며 돈 있는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갈 준비를 마쳤다. 털릴 돈이 없는 환자들은 진료실 안으로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다.

그렇다고 감독은 지금의 의료현실을 실적 높이기에 혈안이 된 의사의 잘못이거나 무지한 환자들의 탓은 아니라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왜 현실을 좀 더 세게 이야기하지 않았냐 또는 의사를 감싼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더 넓게 보면 거대한 자본주의 톱니바퀴 안에서 환자도, 의사도 모두 피해자이고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고 감독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무려 90%로 공공의료기관은 10%가 채 안 된다. 의료부문이 민간에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는 상업화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그래서 병원을 하얀 정글로 만든 것은 의료를 산업화하는 거대한 자본임을 거듭 밝힌다.

“병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의료소외계층에 대해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어르신들은 뼈 빠지게 일해서 모아놓은 돈이 하루아침에 의료비로 날려버린 것도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의료는 ‘산업’의 개념이 아니라 ‘복지’의 개념 안에서 이해되어야 된다.

‘하얀 정글’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의 제도적 보완과 세밀한 정책 수립임을 역설한다. 이 영화는 12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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