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15)-배한호 원장(천안 다움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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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15)-배한호 원장(천안 다움한의원)
  • 승인 2012.04.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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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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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약선·한약 적절한 구사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 가능

식이·약선·한약 적절한 구사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 가능

배한호(42) 원장은 채식을 권장하고 실천하며 연구하는 한의사, 의사, 치과의사의 모임인 ‘베지닥터(Vegedoctor)’ 사무국장을 맡으며 바쁘게 지낸다. 현재 베지닥터 회원만도 300여 명. 최근 2년간은 베지닥터 일에 매진했던 그다. 
천안에서 한의원을 개업한 지도 6년차. 그는 식사는 될 수 있으면 현미잡곡밥으로 하고 반찬은 주로 제철나물과 채소를 즐겨먹는다. 깻잎 동치미 등도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없을 때는 ‘동결건조 현미채식’을 먹는단다.

환자들 위해 동결건조 현미채식을 만들다
배 원장은 한약처방, 침, 뜸 치료 전에 우선 환자들에게 식이요법으로 2~4주 정도 몸을 관리한 후 다시 내원하라며 환자를 돌려보낸다. 그는 모든 치료의 기초를 음식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원환자들이 식이요법에 따라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고혈압, 당뇨, 탈모, 아토피 등의 생활습관병을 치료하기 위해 현미잡곡밥의 효능을 설명하며 식이요법을 제안했다가 환자들로부터 “우리 사정도 모르는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단다.

그의 한의원에 내원하는 20~30대 여성환자들은 대부분 S그룹과 관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만 했다. 저녁식사도 빵으로 대신 하는 날이 많은 환자들에게 집에서 현미잡곡밥을 해먹으라던 그의 말은 현실에서는 뜬구름 잡는 말이었던 것이다.

환자들의 식이요법 개선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식사대용으로 고안해낸 것이 바로 ‘동결건조 현미채식’이다. 그는 동결건조 현미채식이 효능이 있는지 스스로 7개월간 복용을 해보고 논문을 쓴 후 환자들에게 처방을 하게 되었다.

동결건조 현미채식에는 곡류, 채소류, 해조류, 엽근채류 등이 골고루 들어있어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되고, 백미위주의 식습관이 불러온 당뇨나 비만에 효과적인 식사대용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전인적인 의사라고 본다면 음식과 약선단계를 가장 기초로 치료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실제로 여드름 환자분들의 경우 한 달 동안만 식이요법을 실천해도 여드름이 50% 없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러면 침뜸 치료를 최소로 해도 됩니다.”

“현미채식이 식품이기도 하고, 약선이기도 하고, 한약이기도 한 것이죠. 현미가 멥쌀인데, 멥쌀이 동의보감에도 곡류편에서 약으로 나옵니다. 식이요법, 약선, 한약을 3단계로 적절하게 구사를 할 수 있어야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베지닥터 의사들이 먹는 장수 음식들
최근 2년간 베지닥터 사무국장을 맡아 많이 바쁜 그도 동결건조 현미채식으로 건강을 챙긴다. 배 원장에게 베지닥터 의사들이 챙겨먹는 장수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어보았다.

첫 번째로 꼽은 장수식품은 현미였다. 쌀의 영양소는 95% 이상이 쌀눈과 쌀겨에 집중되어 있어 현미로 먹으면 이러한 영양소를 다 섭취할 수 있고, 현미는 중금속오염의 강력한 해독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특히 껍질부분의 식이섬유가 항암효과가 크다고 한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자 유방암 환자에게 하루 세끼 현미밥만으로도 암 호전 효과를 보였단다.

이로운 단백질을 주는 또 하나의 식품은 콩이다.
배 원장은 “콩의 사포닌 성분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콩에 들어있는 독특한 물질인 이소플라본은 특히 여성에게 골다공증과 항암효과가 있으며, 전립선암, 결장암, 폐암, 피부암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또 “한의학에서는 특히 쥐눈이콩을 비롯한 검은콩이 신장계통의 대사 촉진에 좋은 효과를 준다고 봐요. 단, 콩은 그대로 먹으면 흡수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어 두부 등 가공식품으로 먹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청국장과 된장을 양질의 단백질원으로 따로 꼽았다. 청국장과 된장은 항암작용 및 전체적인 대사에 좋은 식품이다. 또, 효소가 들어 있어 영양분 흡수에도 좋다. 다만 염도가 높은 된장은 많이 먹으면 고혈압, 암에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는 반면 청국장이나 청국장 가루는 숙성기간이 1주일 정도여서 염분이 거의 없거나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좋은 먹거리가 가장 좋은 치료제
배 원장은 생협과 수협 및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해서 좋은 먹거리가 가장 좋은 치료제라는 사실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도 힘쓴다.

특히 현미채식이야말로 현 시대에 가장 휼륭한 예방의학이며 가장 효과적인 면역요법이며, 더불어 육식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건강과 나아가 지구의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에서는 육식을 줄여야 한다 말하면서도 자신은 채소와 육류도 먹는 ‘잡식’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열렬한 채식주의자일 것이라고 장담했던 기자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좀 더 배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베지닥터가 베지테리언 닥터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잡식을 하는 사람들과 베지테리언들이 골고루 있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베지테리언 의사들은 모두가 채식을 했으면 바라지만 저는 잡식을 하는 사람도 베지테리언의 회원이 될 수 있다는 모범을 몸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도 20대 때는 좌선과 수련을 열심히 하며 2~3년 정도 채식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 단체가 한 가지를 추구하는 사람들로만 편향되었을 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잡식’을 고집하는 동기의 이면을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베지닥터 내에서 당당히 육류를 먹는 소수자의 길을 고집하는 배 원장은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02년경부터 러시아 연해주 우스리스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의 정착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2007년경 연해주에서 고려인들의 농업정착을 위해 시행한 콩 농사가 성공적이어서 이를 한국에 청국장 형태로 수입해서 매년 판매하고 있는데, 수익금은 전액 고려인에게 지원된다. 2008년경 배 원장은 1년간 연구개발 끝에 ‘효모’와 ‘청국장’을 결합한 ‘청시’를 출시하게 되었다.

청시는 최고급 영국산 ‘생효모’와 세계적인 양질의 콩 출산지인 두만강 유역의 ‘콩’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또한 판매수익금 전액이 고려인 정착을 위해 지원된다고 한다. 그는 연구개발 및 제품 출시를 위해 약 4천여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편, 베지닥터는 지역에서 좋은 먹거리로 생활습관병을 미리 예방하고 건강을 회복하자는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의 초·중·고 학교와 연계하여 학교급식에 채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배한호 원장의 밥상 엿보기

메뉴.  동결건조 현미채식 구성현미, 보리, 찹쌀현미, 통밀, 미강, 흰콩, 검은팥, 호박, 들깨, 케일  외 32가지.

<동결건조 현미채식 먹는 법>
1.  한끼 기준으로 2포(40g)를 생수 150~200ml에 타서 잘 흔들어서 섭취합니다.
 Tip.  그냥 삼키지 마시고 먹을 때 꼭꼭 씹어서 먹습니다.
2.  다 먹은 후 150~250ml의 생수를 더 마십니다. 
3.  따뜻한 물에 섭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동결건조는 원료를 영하 40도 이하에서 급냉시키는 제조방식으로 급냉시 원료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성질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얼게 된다. 의약품 제조와 우주인 식사대용식 개발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상용기술이다.

 

천안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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