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나서서 한의사 면허제도 부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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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서서 한의사 면허제도 부정하나?
  • 승인 2012.09.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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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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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료인 시술 평가절하, 돌파리 권장하는 나라
대법원, “쑥뜸 시술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 판결

최근 “쑥뜸 시술은 의료행위로 볼 수 없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 한의계는 “국가가 한의사 면허제도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21일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기소된 김 모(5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서울 여의도동의 한 상가에 쑥뜸시술소를 차려놓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쑥뜸이 각종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광고를 내 손님을 모은 뒤 1회당 2만원씩 쑥뜸을 시술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쑥뜸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김씨가 항소하자 2심 재판부는 ▲김씨가 특정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처방으로 시술을 하지 않았다는 점 ▲쑥뜸이 직접 환부에 닿지 않는 방식인 것을 비춰 볼 때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보건위생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화상 등 부작용의 가능성이 극히 미미해 보이고 누구나 같은 쑥뜸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쑥뜸 시술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대법원 3부도 “2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의 쑥뜸 행위는 그 내용과 수준으로 보아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강경태 법제이사는 “한의의료행위 중의 하나인 쑥뜸 시술에 대해 의료행위가 아니라거나 비의료인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결이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서 어떤 근거로  판결을 내렸는지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내용과 의료행위의 수준에 대해 판결문 전문을 면밀히 검토해 본 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침구학회 조명래 회장도 “이번 판결은 현 의료법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현행 의료법상 뜸은 의료행위에 속하고, 한의사들은 뜸을 뜨기 전에 진단을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 잠재적 질환, 뜸 시술 후 질병의 예후를 총체적으로 파악한 후에 뜸 시술을 하는 것인데,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은 의료인이 진단을 하지 않고서는 추정할 수가 없는 것으로, 법원에서 화상이나 부작용의 가능성이 미미해 보인다는 이번 판단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또 “현재 일반적으로 뜸을 뜨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사회통념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뜸을 뜬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이 좋아진다거나 질병이 호전되지는 않는다. 환자의 건강상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뜸 시술을 하면 건강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고, 모든 뜸 시술 전에는 반드시 진단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비의료인은 잠재적 질환에 대한 충분한 사전적 지식이나 진단을 할 수 있는 안목이 없기 때문에 그 행위자체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원에서 그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보는 것은 의료인의 이러한 의료행위자체를 간과하고 부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 내용을 접한 한 개원 한의사는 “협회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했기에 무면허자의 뜸 시술이 무죄라고 판결이 나왔는지 모르겠고, 판결이 나온 지 며칠이 지나도록 적극적인 대처는커녕 판결문이 나와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한의협의 직무태만이 불러온 참극”이라고 분개했다.

더불어 “한의의료행위에 대한 배타적인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협회는 물론이고 학회 대학 등에서 근거 논리를 충실히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한의사는 “뜸은 간단히 쑥에 불을 붙여 피부에 자극하는 것이 아닌, 경혈학에 기반하여 치료하는 고도의 의료행위이고, 현재 한의과대학에서 침구학 강의를 통해 침과 뜸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침구과전문의까지 양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건강보험체계에서는 직접구 간접구 등의 명칭으로 1천860원에서 4천860원의 낮은 보험수가가 책정돼 있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무면허자들은 오히려 2만 원이라는 고가의 비용을 받고 뜸 시술을 해도 괜찮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재판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09년에는 부산에 있는 한 쑥뜸방에서 다이어트 치료를 받던 17세 여고생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이 여고생은 4박 5일간 쑥뜸방에서 음식도 먹지 않고 사혈, 수지침, 부항, 뜸 치료 등을 시술받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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