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백마를 탄 초인은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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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백마를 탄 초인은 올 것인가
  • 승인 2014.04.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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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덕

송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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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송 미 덕
경희한의원 원장
우리는 한의과대학 시절부터 국민보건, 민중의료, 한의학의 수호 같은 의사로서의 공공정신, 국민건강에 이바지해야한다는 소명의식을 수없이 들어왔다. 일면 의사의 국민에 대한 의무는 이러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의대 입학성적이 고공행진을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한의사의 경제적 능력평가가 높아진 것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호시절에 수 십 년을 읽는 교육과 대정부 전략, 한의사의 장점을 살린 아이덴티티 확립, 의료계의 트렌드를 읽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은 지금 한없는 개탄으로 남게 되었다.

한의계의 직면한 문제는 앞서 지속적으로 언급한 한의사 내부의 질적인 향상만이 아니다. 의료계 내에서의 존재감 있는 위치확립, 그토록 외쳐왔던 국민보건에 대한 한의사의 역량증강, 지속적인 한의사의 사회적 지위확보를 위한 한의사 배출인력 수급조절, 건강보험 재정의 한의계 부분 확충, 정부와의 대화 등 큰 그림 하에 움직여야할 수많은 일이 산적해 있다. 이들을 해결할 사람 혹은 단체가 누구일까?

한의계는 얼마 전 평회원(사실 귀족과 평민처럼 이런 구분이 있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의 직선제에 의해 협회가 새로운 컨셉트로 정렬했다. 많은 회원들의 기대와 관심은 분명 한의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한의사의 요구를 수렴하여 좋은 결론에 이르기는 어떤 협회라도 쉽지 않고, 많은 시간이 걸려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은 최선을 위한 경과가 어땠는지, 또한 나쁜 선택의 결말을 확인하는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듯이, 세계역사에서는 선지자, 선각자, 민중을 이끄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인물이 시대의 조류를 타고 또는 거슬러 새로운 시대를 열었음을 볼 수 있다. 대다수가 무지하고 하루하루 연명하기 급급한 경우라면, 우리에겐 진정 현자가 나타나 대중이 눈치를 채든 못 채든 큰 그림을 그리고, 무조건적인 지시와 복종으로 비교적 단시간 안에 쓰러져가는 한의계를 바로세울 것이다. 하지만 정보취득이 쉽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한 명의 영웅이 이토록 다양한 한의계를 평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지극히 희박한 가능성이라고 생각된다. 대신 수 십년간 지속할 수 있는 씽크탱크, 컨트롤 타워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면 혹시 올지 모를 초인을 기다리는 지금의 한의사에게 필요한 자세는 어떤 것인가?

첫째, 의자로서의 양심과 자질 함유 -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만, 한의계의 전체목표로 신뢰받는 한의사로 품위를 유지해야한다. 한의사의 진료방법이 다양하여 일반인이 듣기에 서로 다르게 보여진다 하더라도, 한의사가 하는 말은 모두 실제에 근거하여 의료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줘야한다.

둘째, 일정 수준의 현재와 조만간의 정부보건정책에 대한 정보공유와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의견제시 - 참여하지 않는 의견은 수렴될 수도 없고, 적어도 한 세대 내의 보건정책 추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개인 한의사로서 생존하기보다 한의계 공동체가 영화롭도록 기반구축 - 방송홍보 등을 통해 한의계가 다루어야할 보건의료의 영역을 건강관리차원 그 이상으로 확대하여 선언해야한다.

넷재, 정치적 성향을 띈 인물의 발굴과 한의대 학생을 대상 인재양성 -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쓸 사람은 결국 사람이다. 한의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 정치인 풀을 갖추어야한다. 또한 졸업 후 같은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한의사의 길은 진료에만 있지 않고, 연구와 교육에도 눈을 돌려야한다.

앞서 시장원리에 맞는 평소 건강과 질병 이전상태를 관리하는 한의사의 역할을 선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으로 정부가 원하는 시장은 어떤 것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의료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사업이 되어 수익을 내면 좋은 것이기도 하고, 국민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과다한 의료치료비 지출을 하지 않도록 저비용의 공공보건을 이루는 것이 좋은 것이다. 두 방면은 사실 야누스적인데, 한국의 의료는 이 두 가지를 한의학을 통해 이루도록 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양한방을 적절히 사용하는 한국식 건강관리가 왜 좋은지를 널리 알려 한국의 의료관광상품을 팔고, 국민에게는 한양방을 선택하는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어려서부터 교육하는 것이다.

또한, 한의임상이 어떤 치료효과가 있는지 이화학적 근거를 한의 스스로가 찾아가는 과정은, 결국 이 한의학을 누가 사용하기 위해서 입증하려하는 것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의 진료와 치료과정은 한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이들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은 국민과 양방의사들이다. 한의사만이 양방이 궁금해서만은 안 되고, 양방에서도 한방이 뭐가 다른지 알고 싶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정부의 한의를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시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누구나 명품이 좋은 줄을 안다. 그러나 몇 몇만이 살 수 있는 장식장의 앤티크보다는, 명품의 디자인을 가진 실용적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되는 것이 의료의 길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통의 시각, 정부가 보는 관점, 꾸준한 인재양성 등 스스로 준비된 자세를 빨리 정립해야한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 - 말로만 할 것이 아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더 나은 식견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명확한 한의계의 입지를 상대적인 관점에서 확립하고 있어야 한다. 당분간 한의계에 획기적인 부흥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다. 또한 초인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의사의 판단력만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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