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다운 리더를 선택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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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다운 리더를 선택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민
  • 승인 2014.04.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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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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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김윤경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고등학교 2학년, 열여덟 살 꽃다운 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 잠겨서 생사를 모르고 있다. 배가 기울어 가는데도 가만히 제자리에 있으라는 말을 듣고 구명조끼를 입고도 선실 밖으로 나오지 않고 제자리에서 기다리다가 죽어간 학생들. 마지막 순간까지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눈물이 흐른다. 누가 이 아이들에게 제자리에 있으라고 했는가. 이미 일주일이 되었으니 공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실 물도 없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이 아이들이 살아있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점차 스러져간다.

정작 이 아이들을 태우고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한 배의 선장은 제일 처음으로 구조되었다고 한다. 본인은 침몰하는 배를 탈출하면서도 퇴선하라는, 바다에 뛰어들라는 명령을 하지 않아 지금 우리는 매일 시신으로 발견되는 어린 학생들의 숫자를 가슴 아프게 세어야 한다.

이 사고에는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 오히려 제대로 된 부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선박 사용연한의 연장, 노후선박의 개조로 균형이상, 화물과적에 결박도 안하고, 승선자 명단도 없고, 좋지 않은 날씨에 무리한 출항을 감행하고 늦은 시간을 만회하느라 빠른 속도로 항해. 마침 있던 한미군사훈련과 맞물려 항로의 변경 내지는 이탈, 그리고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는 침몰이유와 사고발생시간, 선장 아닌 학생의 조난신고, 움직이지 말고 제자리에 있으라는 수회의 안내방송, 선장 및 선원들의 탈출, 그리고 승객들이 선실에 앉아 있는 채로 세월호는 침몰한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조난 신고를 받았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서도 전원구조라고 뉴스가 나온 기막힌 오보. 실상은 구조인원도 오락가락하였으며 구조자 명단도 며칠이 지나도록 없었다. 현재까지 실종자와 사망자를 합하면 300명이 넘는다. 이 사고를 총지휘할 본부도 단일화되지 않아 언론보도도 갈팡질팡하였고 애타는 부모들의 아우성에도 사고 후 가장 중요한 3일 간 선체진입도 하지 못하고 실질적인 구조를 못하고 있었다. 이 혼란과 불신을 틈타 가짜가 방송인터뷰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세월호의 선장도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탈출했지만, 재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안전시스템도 아무도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엉망진창임이 전세계에 알려졌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호도 침몰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선조부터 6·25때의 이승만, 대구지하철 사고의 기관사까지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리더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주업무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능력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리더 자리에 올라야 할 것이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능력만 있거나 명예나 잿밥에만 관심 있고 책임 있게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리더 자리에 올려주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 학연, 지연, 혈연으로 나랑 아는 사람을 리더로 세우면 나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전근대적이며 비정상적이다.

나부터도 가만히 있다가 적당히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반성이 된다. “에이 잘 좀 봐주세요. 좋은 게 좋은 거지. 적당히 넘어가줘요.”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말들도 떠오른다. 원칙과 책임을 따지면 “그 사람 참 깐깐하고 귀찮네. 싸가지가 없군” 이런 말이 나오는 상황도 떠오른다.

모든 국민이 다 자기자리에서 원칙과 기본을 지켜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판단하면서 일했으면 한다.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이가 존경받고 리더가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의가 무엇인가에 모두들 관심을 갖던 시기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은 국민소득이 높은 돈 많은 국가를 일컫는 말은 아닐 것이다. 돈 많은 이가 대통령을 한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탐욕과 무능의 리더들이 대한민국을 침몰하게 한다.

우리가 리더, 책임, 원칙, 상식, 공생, 생명, 인권 이런 것을 생각하게 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돈 잘 버는 것이 최고니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가르친다면 우리 아이들은 또 다른 세월호 선주, 선장이 될 것이다. 적당히 거짓말 섞어서 자기소개서만 그럴듯하게 쓰면, 그저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이 불러주는 것만 외우면 좋은 대학에 가고 돈 잘 벌고 잘 살 수 있다고 가르친다면 배에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선생님의 말씀만 따르는 착한 바보들이 될 것이다.

배가 기울어지고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동요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우리의 교육이 학생들이 상황인식 자체를 못하게 만든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못하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다들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혼자 튀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절대 앞으로 또 볼 수는 없다.

한의약계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음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를 리더로 세워 방향을 잡고 지시를 들어야 하는가. 그를 믿고 그저 하던 대로 가만히만 있으면 다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해야 하는가. 그리고 대학 교육은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실행할 능력을 키워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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