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의 한의대생들이 본 ‘한의계의 쟁점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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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한의대생들이 본 ‘한의계의 쟁점과 미래’
  • 승인 2015.06.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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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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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1000호 기획]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최근 한의계는 안팎으로 다양한 이슈를 안고 있다. 현재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한의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한의대 재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민족의학신문이 지령1000호를 맞아 한의대 본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의료기기, 의료일원화, 한의대교육 커리큘럼 등에 대해 들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의견 주신 분: 김경묵(경희대 본과 4년), 김승규(세명대 본과 2년)  심수민(동신대 본과 2년), 추홍민 (원광대 본과 3년)


의료기기 “사용의 허가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 대책 마련돼야”

 ◇김경묵(경희대 본과4년)
Q. 한의사 의료기기 활용이 이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김경묵 :
한의대 교과과정 상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기초교육(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조직학, 각 내과학)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순수하게 진단만을 위한 교육과정은 미흡한 점이 많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본과 고학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영상판독을 위한 교육이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김승규 :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은 당연히 필요하고 환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의사 내에서도 높은 수준의 진입장벽을 두어 제대로 된 의료기기 활용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리고 몇몇 비윤리적인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남용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제동장치가 마련이 되어있는지도 궁금하다. ‘다둥이를 낳는 한약을 처방한다는 한의사’나, ‘홈쇼핑 쇼닥터’들과 같은 몇몇 비윤리적인 한의사들에 의해 의료기기가 남용될까 우려스럽다. 사용의 허가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 대책이 마련되어있지 않는 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을까.

심수민 : 어떤 학문이든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수용하고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고, 발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나 한의학은 인체를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더더욱 현대 과학을 접목시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한의대생 토크콘서트’를 기획하고 연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치료를 하는 것의 중요성과 예비 의료인으로서의 책무를 느끼게 되었다. 교육 또한 항상 끊임없이 발전되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료기기 활용이 허용된다면 교육도 그에 맞춰 더욱 실용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고 허용이 안됐을 때보다 학생들의 학업 의욕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눈으로 봤을 때는 사실 한의대생임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의 과학적인 측면을 부정하고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한의학을 부정하는 한의대생들에게도 의료기기를 통한 한의학의 근거와 치료경과를 교육하고 보여준다면 더욱 자부심을 갖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홍민 : 의료기기의 사용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보아도, 이미 인체에서 일어나는 물리량을 측정하고자 하는 욕구는 비단 의료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미 하나의 큰 시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애플 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가 확대되는 등의 발전이 계속 되어 자신의 정보를 들고 한의사에게 해석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의료기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비의 활용과 응용에 대해 한의계가 먼저 대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일원화 “한방병원 수련체계 강화시키고 일원화는 신중히”

Q. 의료일원화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김경묵:
의료일원화는 언젠가 이루어지겠지만, 아마도 10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단 학문적인 문제 뿐 아니라, 한의학에 대한 의사집단의 몰이해와 그릇된 인식이 해결되지 않는 한 두 집단이 융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승규(세명대 본과 2년)
김승규: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궁극적으로는 일원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대신 제도권 의학으로서 한의학과 양의학이 동등한 포지션을 지닌 상태에서 일원화의 방향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한의계 내에 만연해 있는 ‘잘 모르겠지만 나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보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 하에 진단과 치료를 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수민: 현재 의협 등에서 말하고 있는 ‘의료일원화’란 한의학을 부정하고 의료체계에서 양방의료만 남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은 특히 예방이나 1차 의료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의학을 부정하고 희석시키는 의료일원화가 아닌,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를 바탕으로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한 의료일원화라면, 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한방 의료의 혜택을 받고 제도적으로 보장 받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일원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홍민: 최근에 의료기기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의료일원화 또한 이슈로 떠오른 것을 보았다. 중국에서 중서결합의를 선발하여 양쪽의 의학을 모두 학습하게 하였으나 최근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의료일원화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듯 하다. 다만 더 시급한 점은 한방병원 수련체계 등을 더욱 강화시켜서 많은 한의대생이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더욱 전문적인 임상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 학문의 통일성 확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

◇심수민(동신대 본과 2년)
Q. 한의학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제언을 한다면?
김경묵:
통일된 하나의 한의학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만 명의 한의사에게 2만 가지의 한의학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혹자는 이것이 한의학의 다양성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일정 수준의 공통점을 갖추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의학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점차 하락해, 이는 곧 한의학 자체의 위기로 직결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의 통일성 확립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승규: 웰니스 제품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웰니스 제품은 의료기기와 비슷하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으며, 이를 통해 진단데이터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웰니스 제품에 대한 명확한 관리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고, 국내에서도 최근에야 의료기기와 웰니스 기기 구분 기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초기 단계에 한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시장확보를 하는데 힘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심수민: 아직 학생이라 구체적으로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아직도 국민들에게 한의학이나 한방의료는 친숙하지 않은 것 같다. 한방치료를 받는 범위가 집중적으로 몰려있고, 비싼 한약으로 쉽게 약을 지어 먹지 못하는 것도 국민들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질병예방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보험 적용 등 제도적으로 한방 의료시스템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추홍민: 양한방협진에 앞서 한의사간의 협진이 더욱 잘 되어야한다고 여겨진다. 일반 로컬 양방의원에서도 이미 여러 의사가 과를 나누어 진료하고 있으며 동네 내과에서도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이런 식으로 환자별로 진료를 본다. 하지만 아직 로컬 한의원은 원장 한 명이 전체를 관리하는 형식이다. 물론 한의원과 의원 간에 차이는 있지만 앞으로 일반 한의원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한의대 교육 “교육협의체에 학생들도 포함돼 의견 반영돼야”

◇추홍민(원광대 본과 3년)
Q. 현재 한의대 교육 커리큘럼에 있어 보강돼야겠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김경묵:
먼저 근거중심의학과 논문에 대한 소개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의대 생활을 마무리짓는 본과 4학년들조차 각종 통계기법에 대한 이해, 논문을 읽는 법, 근거중심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한 원전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 없이, 무의미한 단순 암기식 교육만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 한의학’이라는 개념을 주창하려면 교육과정상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김승규: 현재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한의학 텍스트들은 ‘차트’나 ‘인포그래픽’ 같은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만한 자료가 거의 실려 있지 않다. 또한 단순히 원전에 근거한 진단과 처방과 의론이 있을 뿐 구체적인 통계수치가 기록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점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가 나열된 텍스트가 아닌, 교육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구성된 텍스트가 필요하다. 또한 임상에서의 기기를 활용하여 데이터들을 측정한 뒤 통합하여, 통계적으로 해석하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심수민: 매번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다보면 가장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이 한의대 교육에 관한 것이다. 현재 한의대생들은 한의대 교육의 질이나 커리큘럼 등에 대해 큰 불만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능력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은 욕구가 많지만 학교가 그 욕구를 해소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한의대 교육 커리큘럼에 있어 보강돼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교육을 직접적으로 받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의 반영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이게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교육협의체에도 학생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추홍민: 한의계 자체의 커리큘럼 문제보다 교과서 상에 환자 치료나 증상 설명 등에 있어서 이미지의 활용이 적은 것이 아쉽다. 변증에 대해서도 나열식이거나 서술식인데 이런 경우에 실제로 어떤 모습을 의미하는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졸업때까지 인체의 구조에 대해 시각적으로 계속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는데 본1, 본2 때에는 기초생리병리를 배우느라 이에 대해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진단기기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부학을 지속적으로 졸업 때까지 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선배 한의사들에게 전하는 한의대생들의 메시지

김경묵: 현대사회는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의학의 발전 역시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은 의사가 실천하는 것이기에, 학술지 안에서 발전한다 하더라도 의료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현장에 계신 선배들께서 변화하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신다면 한의학은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립되지 않는 한의학, 우물 속의 한의학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주세요.

김승규: 후배들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설정하고, 개원 외의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 훌륭한 선배님들께서는 후배들이 열린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십니다.
하지만 몇몇 선배 한의사분들께서는 무조건 당신의 생각이 진리라고, 다른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뉘앙스로 생각을 강요하시기도 합니다. 아직 학생들은 투명한 물과 같은 상태라, 선배님의 말씀 한마디에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학생 스스로가 가치관을 선택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심수민: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의대생들이 선배님들을 보면서 자신감을 갖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추홍민: 한의계에 근거를 요구하는 바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재 차츰 그 내용들이 정립되고는 있다고 느껴지나 속도가 더딘 이유는 아직 한중일 3국간의 용어나 연구방법에 있어서 표준화가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느껴집니다. 역사적으로도 세 나라는 의학적으로 많은 교류를 해왔습니다.
앞으로 동아시아 의학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으면 싶고 중국이나 대만, 일본의 논문이나 연구 결과도 학교에서 많이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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