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경영난에 한방병원 171개 병상으로 축소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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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경영난에 한방병원 171개 병상으로 축소 계획
  • 승인 2016.07.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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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자 기자

박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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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교수진·전공의들 집단 반발


한의계, “추락한 한의학 위상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

[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한의학의 선두로 손꼽히는 경희의료원이 경희대한방병원의 병동을 축소하는 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경희대한방병원 전공의들과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희대한방병원 전공의협의회가 환자들의 통행이 많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붙인 대자보.

일각에서는 경희대한방병원의 병동 축소 계획안이 추락한 한의학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경희의료원 경영관리실은 경희대한방병원 전체워크숍에서 한방병원 병상효율화(안)을 발표했다.

한방병원 병상효율화(안)은 5개 병동, 225개 병상을 3개 병동 171개 병상으로 축소하는 안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희대한방병원 전공의들과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방병원병상효율화(안)이 한방병원 구성원들과의 합의사항이 아닌 의료원의 일방적인 정책적 결정이며, 의료원 경영난의 핵심이 한방병원 진료수익 저하인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진료과장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내부환경(입원환자 하락, 병상가동율 하락, 높은 장기환자 점유율)과 외부환경(한방수요 확대 제한, 통제정책가동)에 대응하기 위한 적정 병상수 산출 필요’라는 한방병원 병상효율화(안)에 대해 한방병원 구성원과의 구체적 논의나 공감대 형성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병동축소의 필요성, 시기, 절차 및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과정에 한방병원 구성의 참여 및 동의 없이 단순히 의료원 자체의 ‘정책적 결정’이라는 미명 하에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료과장 일동은 “진료기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서의 경희대한방병원의 기능 및 위상을 무시한 일방적인 병상축소 방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으며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원 전체로 산정한 당기순손실액을 마치 한방병원 진료실적 저하 때문인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라면서, “병원 자체의 의료수익과 의료비용을 근거로 손익계산서를 다시 작성해야하며, 이를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한방병원 구성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희대한방병원은 전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연구기관이며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기관”이라면서, “한방병원에 대한 투자 및 발전 방안이 미미한 상태에서 전공의 축소 등의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공간 및 시설의 축소는 경희대한방병원 뿐만 아니라 경희의료원 및 경희대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한방병원 병상효율화(안)에 전공의 인력 감축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자 경희대한방병원 전공의협의회에서도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경희대한방병원 전공의협의회는 “경희대한방병원은 한의진료의 가능성을 넓히고 미래를 선도해 나아가는 가장 우수한 병원이라는 명성과 다르게 낙후된 진료시설 및 기기, 찾기 힘든 병원 위치 등으로 환자들에게 의아함을 자아내게 한다”며, “한방병원 구성원을 비롯해 환자들조차 낙후된 환경에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경영진들은 이에 대한 개선은커녕 당장 있는 것마자 축소해 눈앞의 적자를 해결하려는데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공의협의회는 “경희대한방병원의 병동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총 96병상이 수용 가능한 B라인 병동 2개(각 48병상)가 폐쇄됐고, 중증치료실도 경제적인 이유로 한방병원 구성원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쇄됐다”며, “한방병원 수련의들도 재정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매년 감측 대상으로 논의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병원은 경영 상의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일정 수의 전공의를 채용해 교육하는 수련기관으로서의 마땅한 역할을 해야 하며, 그 곳에서 실습교육 받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중시해야 한다”며, “수련의를 대상으로 인력 조정을 감행해 수련의와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희대한방병원 A 교수는 “2008년 한방병원 전진 배치에 대한 총장의 재가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문제를 이유로 지금까지 이행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최근 10년 동안 한방병원에 대한 투자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한방병원 교수들의 노력으로 하락세였던 진료 실적이 최근 2~3년 사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방병원 병동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B 교수도 “경희대한방병원은 수련병원으로서 전공의 수련 및 경희대 한의대 학생들의 실습 교육을 담당하는 병원”이라며, “병동 축소로 인해 환자가 감축될 경우 한의대생들의 실습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희대한방병원의 병동 축소 논란에 한의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 원장은“한의학을 선도하는 경희대한방병원이 병동 축소될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 한의학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한방병원 병동 축소가 경희의료원 나아가 한의계를 위해 옳은 일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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