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788> - 『通俗漢醫學原論』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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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788> - 『通俗漢醫學原論』②
  • 승인 2017.08.1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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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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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되새겨보는 通俗醫學의 의미

 

  조헌영 의학론의 중심 테마 가운데 하나는 역시 '동서의학비교론'이라 할 수 있다. 1934년에 간행한 이 책 『통속한의학원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화제도 역시 동서의학 비교 혹은 절충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새로운 의학을 지향했던 그의 생각들이 두루 열거되어 있다.

  서두에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상대적 특징으로 종합의료와 국소처치 의술, 자연요법과 인공치료, 現象醫學과 組織醫學, 靜體醫學과 動體醫學, 治本醫學과 治標醫學, 養生醫術과 防禦醫術, 내과의학과 외과의학, 평민의술과 귀족의술, 民用醫術과 官用醫術로 대별해 놓았다. 

  그의 이러한 논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 다소 분명하게 대비되지 않는 점도 있다하겠지만 이러한 논의과정을 통해 서양의학의 장점은 취하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부각하여, 후손에 계승시키기 위한 충정만은 높이 살만 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관점은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며, 또 다른 그의 저작 『물질문명은 어디로』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114회 선구자의 눈으로 바라본 동서문명 비판 - 『물질문명은 어데로』, 2002년6월17일자)

◇ 『통속한의학원론』

  일제강점기에 한의학의 명맥을 잇고자 각종 학술활동을 전개한 조헌영(趙憲泳, 1900~1988)은 한국 한의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 사법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귀국하여 1936년 인사동에 日月書房이란 출판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기도 하였다. 한의학인물로서 그의 비범함은 청강 金永勳(1882~1974)이 생전에 쓰던 처방을 모아 편집한 遺著이자 의론집인 『晴崗醫鑑』에 실려 있는 김영훈의 회고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30대의 이 청년은 동의학에 대하여 매우 조예가 깊었고, 특히 그의 설명하는 논리가 매우 현대적이어서 선생(김영훈)으로서도 단번에 귀가 트일 정도로 감명이 되었다. 그의 음양론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라든지 동의치료방법의 과학적 설명이라든지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는 확고한 주관과 이지력을 갖고 있었다. 우리 동의계에 이처럼 보배스런 인물은 일찍이 만나 본 일이 없었다. 선생은 홀딱 반할 정도로 친숙해졌고, 그와 더불어 이야기를 하면 밤이 새는 줄 모르도록 쾌재를 불렀다."

  그는 특히 1930년대 조선일보를 통해 벌어진 지상 논쟁의 중심에서 한의학의 부흥을 역설하기도 했다. 당시 양의사인 張基茂, 鄭槿陽, 약사 李乙浩 등이 제기한 한의학에 대한 견해들을 내용에 따라 찬동을 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해내었다. 이 논쟁은 1947년 『한의학의 비판과 해설』이란 제목으로 한데 모아 출간되었으며, 당시 의료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김남일은 『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2011)에서 조헌영을 ‘통속한의학의 확산을 위해 노력한 학자’로 소개하면서 그의 학문세계를 '통속한의학'이란 단어로 집약된다고 하였다. 나아가, '통속한의학'이란 "대중 의료에 가장 공헌이 많고 위대한 공효가 있는 한의학이 날로 쇠퇴해가는 것이 애석하고 우려되어 그 부흥에 미력을 보태고자 만든 신조어이다. 1936년 4월 18일에 동서의학연구회 주최, 동아일보 후원으로 조헌영이 김영훈, 신길구 등과 함께 강사로 나서서 通俗漢醫學講演會를 연 것도 '통속한의학'의 확산을 위한 노력의 하나이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한의학이 정규의료체제로 굳건히 자리 잡은 오늘날에 이르러 ‘통속한의학’이란 용어는 자칫 민간요법이나 비정규 의료의 표상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 한의가 의료인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시기, 값싼 자가 처치법의 수단으로 대중적인 지지를 끌어내는데 호소력이 있었지만 첨단기술이 접목된 오늘날 현대의료의 현장에서는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관치의료인 양의학에 대립하여 통속한의학이란 기치 아래 한의학의 명맥을 되살리려했던 선구자의 노력은 분명 높이 살만한 것이다.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 상 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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