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의료경영과 마케팅(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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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의료경영과 마케팅(7)
  • 승인 2004.03.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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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표준화·상품화가 경쟁력 부른다
상표는 품질과 가격신뢰 제품구분의 척도


제품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은 완성상태 이다. 이 완성상태를 완제품이라고 부른다. 완제품은 사용이나 복용이 준비된 상태(ready made)를 말한다. 대부분의 제품은 완제품이므로 어떤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착용하거나 복용할 수 있다.

대다수의 양약은 완제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약은 미완성인 상태이다. 예를 들어 보약을 생각해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의원에 가면 보약을 조제하여 하얀 첩지에 싸서 준다. 복용하기 위해서는 달여야 한다. 달이는 행위는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제조공장에서 전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된다. 그러나 보약의 경우 제조의 한 과정을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수행하게 되어있다. 소비자가 행한다는 것은 곧 소비자에게 번거로움을 준다. 이런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전기약탕기가 등장했다. 전기약탕기는 과거 숯불이나 연탄불 위에서 약을 달일 때와 비교하면 매우 편리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약탕기로 약을 달이는 것도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한의원에서는 약을 달여 비닐팩에 넣어준다. 이렇게 편리성을 제공하는 것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바람직 한 것은 아니다. 옛날 방식대로 약을 달일 때 정성을 다함으로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을 손수 완성시켜 나가면서 만족을 얻는 소비자도 많이 있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제품은 부품을 조립하도록 설계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비닐팩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도 복용이 준비된 상태는 아니다. 양약과 같이 약을 물 한 모금과 같이 삼키면 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한약의 복용에는 번거로움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런 최종의 번거로움을 제거하기 위하여 보약을 환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한약도 복용이 준비된 상태(앞으로 ‘복준상’이라 줄여 부르기로 한다)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한약이 ‘복준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발할 여지는 많이 있다. 우선 한약의 표준화와 상표화가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보약이 의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천차만별의 장점은 의원에 따라 유연성을 갖게 되는 점이다. 단점은 그 만큼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미흡한 상표화와 함께 신뢰성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한약은 이름도, 상표도 없다. 그것은 마치 80년 중반까지 우리 농산물과 동일하다.

80년 중반까지 우리 농산물도 대부분 상표가 없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어느 것이 이천 쌀인지 김해 쌀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가격도 동일하였다. 이천 쌀이나 타지방 쌀이나 동일한 가격이었다. 어떤 미곡상이 이천 쌀이라고 하면서 타지방 쌀보다 값을 더 비싸게 요구하면 소비자들은 의심부터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농산물에는 상표가 붙어있고 어떤 농산물에는 재배자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있다. 그것은 공산품의 부품이나 완제품에 제조자나 검사자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잘 알려진 상품, 소위 유명상품을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주면서 믿고 구입하게 된다. 품질이나 가격을 그 만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표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타 상표와 구별하는 역할이다. 상표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구 소련 연방 시절 소련에서 생산되는 신발에는 상표가 없었다고 한다. 상표가 없었다고 하여 여러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발의 품질이 동일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소련의 소비자들은 품질이 더 좋은 신발을 선택하기 위하여 신발에 찍혀있는 숫자로 생산공장을 구별하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한약을 구입할 때는 구 소련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한약이나 한약재에는 상표가 없으니 구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구매 효율이 떨어지고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이제 한약도 양약처럼 동일 상표일 때는 모양, 크기, 색상, 약효 등이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표준화이다.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하는 맥도날드사의 고민 중의 하나는 메뉴의 단순성이다. 맥도날드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표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맥도날드가 불고기버거를 메뉴로 첨가한다면 그 불고기버거는 세계 어느 맥도날드 식당에서도 표준화가 실현되어야 하며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되면 다른 수천 개의 맥도날드 식당의 상점에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점이 상표화에서 조심할 점이다.

보약이 표준화 되고 상표화 된다면, 더 나아가 더 많은 한약들이 양약처럼 표준화 되고 상표화 된다면 한약은 양약에 대한 더 한층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국제적인 한약제조회사가 육성된다면 한약의 세계화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약의 수출로 인하여 우리 경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방 소화제, 한방 파스, 한방 ○○탕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한약이 표준화 되고 상표화 될 수 있도록 한의약계는 분발해야 될 것이라 믿는다. 소규모 한의원도 조제한 한약을 상표화 할 수 있다. 상표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투자가 필요하다. 상표화는 광고와 구전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석 후 (한양대 의료경영혁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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